■ 한국 떠나 제3국으로 떠나는 정치적 망명자들
[SOH] 한국은 정치적 망명자들에게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중국 국적의 반체제 인사들은 한국을 경유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서구권 국가로 망명한다.
중국 안휘성 출신의 진모 씨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실태를 비판하고 네티즌들에게 VPN 사용법을 공유했다가 2020년 국가전복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구금에서 풀려난 그는 그 해 연말, 국내 한 대학에 단기연수를 신청해 한국에 입국했다.
진 씨가 한국에 머문 동안 벌어진 감시와 협박의 흔적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아 있다. 2021년 6월부터 진 씨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각각 천안문 사태 규탄 및 대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같은해 9월 10일 진 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취방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한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경찰을 불러야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와 관련, 진 씨는 2023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중국인들이 자신의 이름과 외출 시간 등 일거수일투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중국인들의 정체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찰이 도착한 이후 그들도 사라졌다”고 답했다.
현재 진 씨는 중국 본토에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했던 그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2022년 업로드한 영상에서 진 씨는 “본토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괴롭힘이 심해져 이제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까지 가서 망명 신청을 했던 그가 돌연 중국으로 ‘유턴’한 배경에 가족들에 대한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는 현재로서 확인되지 않는다.
■ 해외 거주 중국인들도 유사 피해 겪어
다만, 진 씨의 사례처럼 해외에 체류 중인 반체제 인사들이 비교적 일관되게 가족들에 대한 탄압이나 보복을 증언하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ICIJ 차이나타깃 국제협업팀이 인터뷰한 탄압 대상자 10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자신의 반체제 활동이 고국에 남은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들 상당수는 반체제 시위나 행사에 참여한 직후, 중국이나 홍콩에 거주하는 가족이 현지 경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찰이나 보안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은 정황이 나타났다. 먼저 105명 중 60명은 중국 공무원 또는 민간인 대리인에 의해 미행이나 감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27명은 온라인에서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고, 19명은 의심스러운 메시지를 받거나 국가 기관 등으로부터 해킹 시도를 당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홍콩의 은행 계좌가 동결된 사례까지 있었다.
22명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민간인으로부터 신체적 위협을 받거나 실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공안부나 국가안전부 등 국가 권력이 개입해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와 고국에 남은 가족 모두에게 협박을 가한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는 체류 중인 국가의 경찰이나 정보 당국에 자신들이 겪은 위협을 있는 그대로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의 보복이 두렵거나 체류 중인 국가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설령 신고를 하더라도 범죄 증거가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ICIJ 국제협업팀은 중국 경찰 내부 문서와 보안요원 기밀 지침을 입수해 사전 인터뷰한 105명의 경험담과 대조했다. 비교 결과, 이들 탄압 대상자에게 적용된 전략-전술은 기밀 지침에 적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개인을 통제하는 지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계속)
뉴스타파 전재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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