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경남 남해의 가천 다랭이마을은 해안절벽을 끼고 있는 탓에 배 한 척 없는 마을이다.
방파제는 고사하고 선착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보니 마을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한 층 한 층 석축을 쌓아 만든 다랭이 논(명승 제15호)은 그렇게 태어났다.
‘다랭이’는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등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를 뜻하는 ‘다랑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달뱅이’라고도 불린다.
다랭이마을은 손바닥만 한 논이 언덕 위에서부터 마을을 둘러싸고 바다까지 이어진다.
이곳은 위정자나 지주들의 착취와 전쟁 등을 피해 오지 중의 오지로 이주한 가난한 농민들이 돌투성이의 가파른 비탈을 개간해 만든 눈물과 땀으로 만든 땅이다.
주민들은 걷어낸 돌로 논둑을 쌓고 물이 쉽게 빠져 나가지 않도록 점토나 흙으로 마감했다. 이 모든 과정은 손바닥만 한 땅도 논으로 개간한다는 주민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졌다.
수백 년 동안 이렇듯 눈물겨운 노동으로 일군 다랭이 논은 토양 침식을 막고 물을 머금어 홍수를 줄이며, 산 속에 습지를 조성해 생태학적 가치를 높였다.
이 곳은 현재에도 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여전히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이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를 만들었다.
다랭이마을은 2002년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보존우수마을’로 선정됐고 2005년 문화재청은 다랭이 논을 포함한 마을 전체를 명승 제15호로 지정했다.
이곳에서는 길, 집, 논 등 모든 것이 산허리를 따라 구불거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곡선 위의 오선지 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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