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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은 화염산에 이르러 길이 막히고 오공이 파초선을 훔치다-제80화

편집부  |  201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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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은 화염산에 이르러 길이 막히고 

오공이 파초선을 훔치다-80


 

 

엷은 구름 흩어지며 서풍이 세찬데

학이 우는 먼 산봉우리에 단풍이 짙어라

경치는 처량하고 먼 산길에 물길또한 아득해

길가는 나그네 외로움에 부대끼고

중들은 옷이 얇아 추위에 떠네

 

삼장 일행이 계속 서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왠지 점점 찌는 듯한 열기가 풍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삼장 : “이제 완연한 가을인데 어찌 이처럼 무더운 걸까?”

 

팔계 : “듣자하니 서방 가는 길에 사하리국이란 나라가 해가 지는 곳이어서 보통은 하늘 끝이라 부른다하더이다. 해는 불덩어리라 바다에 떨어질 때면 마치 불을 물속에 집어넣었을 때처럼 굉장한 소리를 내며 부글부글 끓는대요. 그 소리에 애들이 놀라 죽게 된다하여 해질 무렵이면 국왕이 사람들을 성곽 위로 올려보내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 소리를 재워버린다던데, 지금 여기가 이리 찌는걸 보니 아마도 해가 지는 곳인 것 같군요.”

 

오공 : “바보같은 소리 작작하거라. 그곳에 당도하려면 이런 걸음으론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가 닿을 수가 없는 곳이란다.”

 

팔계 : “,! 그럼 여긴 왜 이리도 푹푹 찌는 게야?”

 

오정 : “, 어쩌면 하늘의 기후가 잘못되어 가을이 여름으로 바뀐 건지도 몰라.”

 

그렇게 말을 주고 받으며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길 옆에 붉은 기와에 붉은 담벽, 심지어 대문과 창문, 침상마저도 모두 붉은 칠을 한 집이 나타났습니다.

 

삼장 : “얘야, 오공아! 너 저 집에 가 이곳이 왜 이리 더운지 좀 알아보고 오너라.”

 

오공은 금고봉을 거두고 옷깃을 여미고는 제법 점잖은 걸음걸이로 그 집에 다가갔습니다. 마침 집 안으로부터 한 노인이 걸어 나오다 얼핏 머리를 들어 오공의 몰골을 보곤 깜짝 놀라더니, 지팡이를 짚고 서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노인 : “넌 어디서 온 괴물이냐? 무엇 때문에 우리집 대문 앞에서 서성대고 있는 게냐?”

 

오공은 노인을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습니다.

 

오공 : “시주님, 겁내실 거 없습니다. 전 괴물이 아니라 동녘땅 당나라 황제의 어명을 받들고 서방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사람입니다. 이곳을 지나던 길에 날씨가 하도 무더워 무엇 때문인지, 또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일부러 가르침을 받으러 왔습니다.”

 

노인 : “아유 난 또. 장로님, 아무쪼록 이 늙은이의 잘못을 양해해주시구려. 내 일시 눈이 흐려 미처 알아 보질 못했소이다.”

 

오공의 말을 들은 노인은 삼장 일행을 집으로 청해 아랫사람들에게 차와 식사를 준비하라 일렀습니다.

 

삼장 : “노인장, 지금 한창 가을인데 이곳은 어째 이리 무더운 겁니까?”

 

노인 : “이곳은 화염산이란 곳으로 사시사철 이렇게 무덥기만 하지요.”

 

삼장 : “화염산은 어느 쪽에 있소이까? 서쪽으로 가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요?”

 

노인 : “서쪽으론 갈 수 없습니다. 그 화염산은 여기서 60리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데 바로 서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지요. 사방 8백리나 되는 지역이 모두 이글거리는 불길에 휩싸여 있어 풀포기 하나 자라지 못한답니다. 설사 구리로 된 머리요 무쇠로 된 몸뚱이라도 그곳에 들어섰다 하면 당장 녹아버리고 맙니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놀라 얼굴이 샛노래지며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한 젊은 사내가 붉은 칠을 한 수레를 밀고 문밖에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사내 : “떡 사시오, ! 떡 사시오.”

 

떡이란 소릴 들은 오공은 털 한 가닥을 뽑아 동전을 만들더니 그것으로 떡은 샀지만, 떡을 받은 오공은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떡이 아니라 마치 화로에서 집어낸 숯덩이나, 달구어진 쇠붙이 같아 황급히 떡을 이 손 저 손에 바꾸어 쥐면서 투덜거렸습니다.

 

오공 : “! 뜨거워. 이걸 먹으라고 줄 수가 있담! 떡이 이리 뜨거워서야 어떻게 먹으란 겐지!”

 

사내 : “(껄껄 웃으며)뜨거운 걸 겁낼 거면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지. 이곳은 뭐든 다 이리 뜨겁단 말입니다요.”

 

오공 : “넌 세상 물정을 모르는 녀석이로구나! 속담에 더위와 추위가 없으면 오곡도 낟알이 맺히지 않는다 했는데 날씨가 이리 덥기만 하다면 너의 그 떡가루는 어떻게 생겨났느냐?”

 

사내 : “이 떡가루의 내력을 알고 싶거든 철선선자님께 물어보시구려.”

 

오공 : “그건 왜 그래야만 하느냐?”

 

사내 : “철선선자님에겐 파초선이란 부채가 있어 그걸로 한 번 부치면 화염산의 불이 꺼지고 두 번 부치면 바람이 일고 세 번 부치면 비가 내립니다. 그 덕에 우린 제때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둬 들인답니다. 그러지 않고선 여기는 풀 한 포기도 자라나지 못하니까요.”

 

그 소릴 들은 오공은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해결책이 생겼다며, 떡을 삼장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오공 : “스승님 스승님. 너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우선 이 떡을 드십시오. 그리고 노인장, 먼저 철선선자가 어디에 있는지 말씀해 주시요.”

 

노인 : “아니 그건 왜 물으시는지?”

 

오공 : “내 그를 찾아가 파초선을 빌려 화염산의 불을 끄고 이곳을 지나갈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곳도 철따라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게 되니 다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인 : “그렇다해도 당신들 손에 아무런 선물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은데 그저 빈손으로 찾아가선 그 선자가 따라오려 하지 않을 겁니다.”

 

삼장 : “그렇겠군요. 그 선자는 어떤 선물을 좋아하나요?”

 

노인 : “우린 10년에 한 번씩 그 선자를 모셔다 극진히 대접을 하는데 네 마리의 돼지와 네 마리의 양 그리고 많은 거위와 닭 신선한 과일과 향기로운 술을 붉은 비단으로 싼 뒤, 목욕재계를 한 다음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고 선자님을 이곳으로 모셔오지요.”

 

오공 : “그 산은 어디 있고 이름이 무엇이며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소이까? 내 얼른 가 부채를 빌려오겠소.”

 

노인 : “그 산은 이곳에서 서남쪽에 있는 취운산으로 파초동이란 굴이 있지요. 왕복 한 달은 족히 걸려야 하니 아마도 145, 60릿길은 될 겁니다.”

 

오공은 말을 듣기 무섭게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노인 : “저런! 당신들은 원래 구름과 안개를 타고다니는 신선들이셨군요!”

 

한편 오공은 삽시에 취운산에 이르러 동굴을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 때 숲속에서 벌목꾼의 나무 찍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공 : “초부님! 안녕하시오?”

 

나무꾼 : “스님.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오공 : “이곳이 취운산입니까? 혹시 철선선녀가 있다는 파초동이 어딘지요?”

 

나무꾼 : “(웃으며)파초동이란 동굴은 있지만 철선선자는 없고 다만 철선공주란 분이 있는데 나찰녀라고도 하지요. 대력우마왕의 아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요.”

 

오공 : ‘아니 이건 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셈이로구나! 홍해아를 항복시켰을 때, 그놈은 우마왕 아들이라 했고 얼마전 파아동에서도 그놈의 삼촌이 내게 물 한모금 주려 하지 않고 조카의 원수를 갚겠다 했었지. 그런데 오늘 또 그놈 모친과 맞닥뜨리게 되었으니 어찌 부채를 빌려낼 수 있겠는가! 그것 참 난감하군.’

 

“(긴 한숨 쉬며)솔직히 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당삼장의 수제자요, 재작년엔가 화운동에서 저 나찰녀의 아들 홍해아와 맞붙어 싸운 적이 있는데 그녀가 원수를 갚으려 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오.”

 

나무꾼 : “가서 지나간 쓸데없는 얘긴 끄집어 낼 것 없이 부채만 빌려달라면 그만이지요. 대장부로 태어나 그만한 융통성도 없어야 되겠습니까요?”

 

오공은 그 말을 듣자, 허리를 굽혀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오공이 파초동 어귀로 찾아와 보니 대문은 굳게 닫혀 있고 동굴 밖의 경치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오공 : “여보시오, 거기 아무도 없소? 우 형! 문 좀 열어 주슈!”

 

동녀 : “무슨 일이시오?”

 

오공 : “미안하지만 공주님께 말씀 좀 여쭤주시오. 서방으로 가던 길에 화염산을 넘어갈 수가 없어 공주님의 파초선을 빌리러 왔다고 말이오.”

 

동녀 :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시며 성함을 어찌 쓰십니까? 그래야 제가 안에다 기별해 드릴 수 있지 않겠어요?”

 

오공 : “난 동녘땅에서 온 손오공이란 중이오.”

 

동녀 : “마님! 밖에 동녘땅으로부터 손오공이란 중이 찾아와 마님을 뵙고자 합니다. 화염산을 넘을 수가 없어 파초선을 좀 빌려 쓰겠다나요?”

 

나찰녀는 손오공이란 말을 듣자마자, 불에다 기름이라도 부은 것처럼 벌겋게 성이 나서 부르짖었습니다.

 

나찰녀 : “얘들아, 갑옷과 병기를 가져오너라!”

 

나찰녀는 갑옷을 입고 두 자루의 청봉보검을 빼들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나찰녀 : “손오공은 어디 있느냐?”

 

오공 : “아주머님! 오공이 인사드립니다.”

 

나찰녀 : “! 누가 너의 아주머니며 네 놈의 인사를 받겠다더냐?”

 

오공 : “오공은 일찍이 우마왕과 결의 형제를 맺고 일곱째 동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리 불러야지요?”

 

나찰녀 : “고약한 원숭이놈아! 그러면서 어찌 내 아들을 해쳤단 말이냐? 내 그렇잖아도 원수를 갚으려 벼르고 있었는데 네 스스로 찾아왔으니 마침 잘 됐구나!”

 

오공 : “아드님은 지금 보살님 곁에서 선재동자가 되어 정과를 받고 불생불멸의 경지에 이르러 불로장생의 수명을 누리고 있사온데 어찌 이 오공에게 고맙단 인사는 못할 망정 도리어 원망하십니까?”

 

나찰녀 : “입에 발린 소린 잘도 하는구나! 설령 그 애가 목숨은 붙어있다 해도 우린 두 번 다시 만날 수가 없게 되지 않았느냐? 다 필요없고 네 목을 내 놓아라. 내 이 검으로 토막을 내줄테니 만약 네가 견뎌낸다면 부채를 빌려 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일찌감치 염라대왕이나 만나러 가거라.”

 

나찰녀가 오공의 말을 듣기도 전에 쌍검을 휘둘러 오공의 머릴 마구 내리쳤지만 오공은 조금도 대수로워하지 않았습니다.

 

오공 : “아주머님, 그만하시고 어서 부채나 좀 빌려 주십시오.”

 

나찰녀 : “! 내 보물은 아무한테나 허투루 빌려 주는게 아니야!”

 

오공 : “빌려주지 않으려면 이 시동생의 금고봉 맛이나 좀 보시겠소?”

 

그런 후, 나찰녀와 오공은 해질 녘까지 싸웠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았습니다. 나찰녀는 오공의 철봉에 조금도 힘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곤 본인은 오공을 당해낼 수 없음을 깨닫고는 즉시 파초선을 끄집어내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한 자락의 음산한 바람이 휘몰아치며 오공을 삽시에 종적없이 날려보내 버렸습니다. 싸움에서 이긴 나찰녀는 동굴로 들어가고 오공은 바람에 날려 공중에 둥둥 뜬 채 땅 위에 도저히 내려설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밝을 무렵에야 겨우 어느 산꼭대기에 떨어져 내린 오공은 정신을 차리며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오공 : “어랏! 정말 무서운 여자로구나! 어찌 이 오공을 이런 데다 날려보낸거람? 가만있자, 이곳은 영길보살께 청을 드리러 왔던 곳인데 그럼 남쪽으로 3천리 가량 되고 오늘 내가 서쪽으로부터 동남쪽으로 여기까지 날려왔으니 이건 도무지 몇 만리가 될지 모르겠구나. 우선 내려가서 영길보살께 물어봐야겠다.”

 

오공은 급히 산비탈을 내려 한 절간앞에 이르렀습니다. 대문 앞에 있던 한 노인이 오공을 알아보곤 곧 안으로 들어가 아뢰었습니다.

 

노인 : “언젠가 보살님께 황풍괴를 물리쳐 달라 청을 드리러 왔던 그 털보가 또 찾아왔습니다.”

 

영길보살 : “그래,어서 뫼시어라.”

오호! 손행자! 축하하오. 경은 구해가지고 왔겠지?”

 

오공 : “웬걸요, 아직 가 닿자면 멀었습니다 멀었어요.”

 

영길 : “그렇다면 여기는 무엇하러 온 것이오?”

 

오공은 화염산에 길이 막혀 더 나아갈 수 없게 되자 파초선을 빌리러 갔다 이리된 사연을 말하곤 화염산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영길 : “하하하! 그 파초선은 원래 천지개벽 이후 곤륜산 뒤에서 생겨난 영험한 보물로, 말하자면 달의 정기를 타고난 잎이란 말이오. 그 때문에 불도 끌 수 있는 것인데, 그 부채로 사람을 부치게 되면 단번에 84천리 밖으로 날라간단 말이오. 내 이 산에서 화염산까진 5만리도 더 될거요. 대성이 여기까지만 날라온 것도 역시 구름을 멈추는 재주와 힘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아직도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을 거요.”

 

오공 : “아닌 게 아니라 대단한 바람이더군요! 그러니 저의 스승님은 어떻게 그 곳을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영길 : “대성께선 너무 걱정할 것 없소이다. 이렇게 오게 된 것도 당승과의 인연이니 대성은 필연코 성공하게 될거요.”

 

오공 : “어떻게 성공한다는 겁니까?”

 

영길 : “내 여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을 때, 여래님께서 내게 정풍단한 알과 비룡장하나를 주셨소. 비룡장은 황풍괴를 항복시킬 때 써버렸지만 아직 정풍단이 남았으니 내 이것을 대성께 드리리다. 제 아무리 부채질을 해댄다 해도 아무 소용없을 테니 그 부채를 빌려다 불을 끌 수 있을거요. 그럼 대성은 또 하나의 공을 세우게 되는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오공이 머릴 숙여 사의를 표하자 영길은 정풍단 한 알을 주며 옷깃 속에 넣고 실로 단단히 꿰매게 했습니다. 오공은 곧 근두운을 날려 순식간에 취운산에 이르렀고 철봉을 들어 동굴문을 쾅쾅 두드렸습니다.

 

동녀 : “마님, 아까 부채를 빌리러 왔던 그 자가 또 왔어요!”

 

나찰녀 : “저 고약한 원숭이 놈이 정말 여간내기가 아니구나. 이번엔 두세 번 더 부쳐서 다신 돌아올 길조차 찾지 못하게 할테다.”

이놈, 손행자야! 넌 내가 무섭지도 않느냐? 죽지 못해 또 찾아오게?”

 

오공 : “아주머니, 그리 인색하게 굴지 말고 어서 부채 좀 빌려주시오. 내 부채는 쓰고 반드시 돌려드리겠소.”

 

나찰녀 : “잔소리 말고, 내 아들의 원수를 갚기 전엔 어림도 없으니 어서 내 칼이나 받아라.”

 

서로 대여섯 합을 싸워도 오공의 철봉은 전혀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이질 않자 나찰녀는 또다시 부채를 끄집어내 오공을 향해 부쳐댔지만 이번은 어찌 된 일인지 오공이 꿈쩍도 하질 않았습니다. 당황한 나찰녀는 급히 부채를 거두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단단히 닫아버렸습니다. 그것을 본 오공은 몸을 번뜩여 한 마리 하루살이로 둔갑해 문틈으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나찰녀 : “얘야, 내 아주 목이 마르구나. 어서 찻물을 좀 가져다다오!”

 

옆에서 시중을 들던 동녀가 향차를 들고 와 부으니, 오공은 얼른 찻잔에 날아들어 차 부스러기 밑으로 숨었습니다. 목이 몹시 마른 나찰녀는 단숨에 물을 마셔버렸고 오공은 나찰녀의 뱃 속에 들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오공 : “아주머니, 어서 부채를 좀 빌려 주시오!”

 

나찰녀 : “(놀라며)애들아. 앞문을 단단히 닫았겠지? 어째서 오공의 목소리가 집 안에서 나는 거냐?”

 

동녀 : “(주저하듯)마님, 그건 마님의 몸에서 나는 소리예요.”

 

나찰녀 : “오공아! 넌 어디서 요술을 부리고 있는 게냐?”

 

오공 : “요술이라뇨? 전 이미 아주머니 뱃속에 들어와 폐와 간을 똑똑히 보고 있는걸요. 지금 허기지고 갈증이 심하신 것 같으니 제가 먼저 한잔 대접해 드립지요.”

 

그러면서 오공은 발을 탕탕 굴렀습니다. 그러자 나찰녀는 아랫배가 몹시 아파와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번엔 위로 머리 받기를 해 대니, 명치 끝이 아프다 못해 숨이 막힌 나찰녀는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애걸했습니다.

 

나찰녀 : “시숙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오. 내 부채를 드릴 테니 어서 밖으로 나와서 가져가세요.”

 

오공 : “좋습니다. 내 기왕 아주머님 목숨을 살려준다 하였고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나갈 순 없으니 입을 세 번 크게 벌려주시면 제가 그리로 나갑지요.”

 

그렇게 부채를 얻은 오공은 근두운을 날려 이번엔 동쪽으로 날아 순식간에 구름을 낮춰 붉은 벽 아래 내려섰습니다.

 

팔계 : “스승님, 사형이 돌아왔습니다.”

 

삼장 : “제자야, 네 공로가 정말로 크구나. 이런 보배를 얻어오느라 수고가 많았겠다.”

 

오공 : “수고랄 것도 없지요. 그런데 그 철선선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이렇게 말을 시작한 오공은 일행들에게 그 사이 일어난 일에 대해 상세히 전했습니다. 사제들은 농가 주인과 작별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이 서쪽을 향해 40리쯤 걸어가니 날씨는 점점 더 찌는 듯이 무더웠습니다.

 

오정 : “, 이거 발바닥이 뜨거워 죽겠는걸!”

 

팔계 : “아아, 나도 발바닥이 뜨거워 죽겠어!”

 

오공 : “스승님, 잠시 말에서 내려주십시오. 너희들도 잠시 걸음을 멈춰라. 내 부채로 불을 끄고 바람과 비를 불러다 땅을 식힌 뒤에 산을 넘도록 하자.”

 

오공이 부채를 꺼내 불더미를 향해 힘껏 부쳐대니 뜻밖에도 불길은 길길이 더 타올랐고, 또 한 번 부치니 더욱더 불길이 솟아오르며 오공을 향해 번져왔습니다. 다급해진 오공은 냉큼 돌아서 달려 왔지만 어느 새 엉덩이의 털은 말끔히 타버렸습니다.

 

오공 : “(다급하게)스승님! 빨리 되돌아갑시다. 빨리요. 불길이 더 번져옵니다.”

 

말 등에 기어오른 삼장은 팔계며 오공과 함께 다시 동쪽을 향해 줄달음쳤습니다. 그들은 단숨에 20리쯤 달려와서야 겨우 걸음을 멈췄습니다.

 

삼장 : “오공아!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오공 : “이건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제가 그만 속았지 뭡니까?”

 

삼장은 얼굴을 찡그린 채로 수심에 잠기더니 이내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팔계 : “형은 늘 우리 앞에서 우레도 불도 겁내지 않는다고 큰 소릴 치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되었길래 불을 겁내는 거야?”

 

오공 : “보통은 미리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상하지 않지만, 지금은 불 끌 생각만 하다보니 주문도 외우지 못했고 호신법도 쓰지 못했단 말이다. 그래서 엉덩이 털을 태우게 되었어.”

 

오정 : “이렇게 불길이 세차서야 어떻게 서쪽으로 갈 수가 있담?”

 

팔계 : “불길 없는 길을 골라서 가면 되잖아?”

 

삼장 : “불이 없는 길이란 어디냐?”

 

팔계 : “동쪽 남쪽 북쪽에는 죄다 불이 없어요.”

 

삼장 : “그럼 경이 있는 곳은 어느 쪽이냐?”

 

팔계 : “서쪽에 경이 있습니다요.”

 

삼장 : “그럼 난 경이 있는데로만 갈 생각이다.”

 

오정 : “경이 있는 곳은 불이 있고, 불길이 없는 데는 경이 없으니 이건 정말로 진퇴양난인 걸!”

 

사제들이 이렇게 말하는 사이 난데없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토지신 : “대성께선 너무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우선 공양밥이나 드시고 의논하시지요.”

 

그들 앞엔 머리에 반달모양의 관을 쓰고 발에는 징 박은 장화를 신고 손엔 용두장을 든 한 노인이 서 있었습니다.

 

토지신 : “전 이 화염산의 토지신으로 대성께서 성승을 보호해 서천길을 가시던 길에 이곳에서 머물고 계신 것을 알고, 약소하나마 진지라도 드릴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오공 : “밥도 밥이지만 이 불을 언제쯤 꺼서 우리 스승님이 이 산을 넘어가시게끔 할 작정이냐?”

 

토지신 : “예예, 불을 끄시려면 반드시 나찰녀에게 파초선을 빌려오셔야 합니다. 지금 갖고 계신 파초선은 가짜이니, 부칠수록 불길이 더 타오르는 이유입지요.”

 

오공 : “그럼 그 진짜 부채는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느냐?”

 

토지신 : “진짜 파초선을 빌리시려면 반드시 대력왕을 찾아가 청을 드려야만 합니다.”

 

대력왕, 대력왕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2024930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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