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마왕의 계책으로 곤경에 처하게 된 오공 -61화
지난 시간 호리병을 바꿔치기한 오공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가짜 호리병을 손에 들고 서로 빼앗아가며 들여다보던 요괴들은 문득 오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요괴1 : “형, 신선도 거짓말을 하는가? 보물을 서로 바꾼 뒤에 우리를 신선으로 되게 해준다더니 왜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 걸까?”
요괴2 : “아, 됐다 됐어 우린 손해본거 없으니, 갈 테면 가라지 뭐, 그 호리병이나 이리 내놔 보거라. 내 한번 하늘을 끌어 담아 볼 테니!”
그러나 가짜호리병과 바뀐 사실을 알 리 없는 두 요괴는 주문을 외고 호리병을 허공으로 던져본들, 하늘을 담기는커녕 빈 호리병만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통에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요괴1 : “형, 큰일이네. 이건 가짜 호리병인 게 틀림없어.”
허공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공은 더 시간을 끌었다간 일이 재미없게 될 것 같아 몸을 한번 부르르 떤 뒤 가짜 호리병으로 된 가는 털을 도로 몸에 거두어 들였습니다.
요괴2 : “어라?이봐, 아우 장난치지 말고 어서 그 호리병을 이리 다오.”
요괴1 : “형, 무슨 소리야? 호리병은 형이 갖고 있었잖앙. 맙소사, 왜 갑자기 안뵈는걸까!”
요괴2 : “이일을 어쩌면 좋지? 대왕님이 보물을 우리에게 맡기며 손행자를 담아 오라고 했는데 손행자를 잡기는커녕 보물까지 뺏겨 버렸으니 어떻게 돌아가 아뢴단 말이니! 정말로 꼼짝없이 맞아 죽었구나!”
요괴1 : “형 하는 수 없어. 맞아 죽느니 우리 이 길로 도망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요괴2 : “아니다 아니야, 그래도 도망가는 것 보단 돌아가는 게 나을 수 있어. 평소 은각대왕님이 널 예뻐해 주시니까 그 덕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서둘러 돌아가도록 하자.”
공중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오공은 몸을 번뜩여 파리로 변해 요괴 뒤를 따라갔습니다. 동굴에 도착한 요괴들은, 마침 술잔을 기울이던 두 마왕 앞에 나아가 납작 엎드린 채 얼굴도 들지 못하였습니다.
요괴들 : (머뭇거리며)“대 대 대왕님, 다녀왔습니다.”
금각 : “그래 다녀들 왔느냐? 손행자는 잡아왔더냐?”
졸개들은 머리를 조아린 채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금각이 큰소리로 호통을 치는 바람에 겨우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요괴2 : “저희들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요괴들은 가는 도중 신선을 만난 일부터 호리병을 바꾼 사실까지 모두 고하였습니다. 금각은 그 소리를 듣자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금각 : “뭣이라? 아, 이젠 다 틀렸구나, 틀렸어. 이건 필시 손행자란 놈이 신선으로 변해 빼앗아간 거야. 어느 산신 놈이 그놈을 놔주었기에 보물을 속여 가져간 게지?”
은각 : “형님, 진정하슈! 그 원숭이 놈이 워낙 무지막지한 자라 무례하기 짝이 없소. 신통력이 대단하여 빠져나가긴 했지만 내 그놈을 잡지 않으면 분할 것 같아서 말이지.”
금각 : “그놈을 또 어떻게 잡을 수 있겠단 말인가?”
은각 : “형, 우린 아직 보물이 세 개나 남았지 않소. 그거라면 그놈을 잡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게요,”
금각 : “세 개라면 뭐가 남았지?”
은각 : “칠성검과 파초선은 내가 갖고 있고, 황금승은 압룡산 압룡동에 계시는 어머님께 맡겨 두었으니 졸개를 보내 어머님께 당나라 중의 고기를 잡수시러 오도록 기별을 하면서 오시는 길에 그 황금승을 가져오시게 해 그걸로 손행자를 잡도록 하면 될 것 같소.”
은각은 또다른 요괴를 불러 분부를 내렸습니다.
은각 : “너희들 노할머니 거처를 알고 있으렸다. 가는 길에 매사 조심 또 조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서 당나라 중의 고길 드시러 오라 전하고 오는 길에 꼭 황금승을 가져오시라 전하거라. 그걸로 손행자를 잡아야하니 말이다. 알겠느냐?”
요괴3 : “예. 조심해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대왕님.”
파리로 변한 오공이 엿들은 줄 꿈에도 모른 채, 명령을 받든 두 요괴는 즉시 길을 떠났습니다. 오공은 그 둘을 없애버릴까 생각했지만 노할머니 거처를 모르기에 일단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오공은 다시 몸을 번뜩여 이번에는 작은 요괴로 변신했습니다. 동료 요괴처럼 머리에 여우 털모자를 눌러쓰고 호피치마를 걷어 올려 허리에 찔러 넣은 다음 그들을 쫒아갔습니다.
오공 : “이봐, 이봐. 잠시 기다려보슈,”
요괴4 : “누구냐?”
요괴3 : “넌 어디서 오는 자냐?”
오공 : “아니 어찌 제집식구도 못 알아보는 것이요?”
요괴3 : “우리 집에 너 같은 이는 없다.”
오공 : “어째서 없다는 거냐? 어디 한 번 자세히 봐 보거라.”
요괴4 : “아무리 봐도 니 얼굴은 만난 적이 없다.”
오공 : “하긴 날 만나본 적은 없을게요, 난 바깥일만 맡아 보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요괴3 : “혹여 바깥일을 맡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오공 : “대왕님께선 당나라 중의 고기를 대접하려고 노할머니를 모셔오게 하셨지 않나? 또한 손행자를 잡기 위해 오시는 길에 황금승을 가져오라고도 말일세. 그런데 대왕님께서는 너희가 늑장을 부리거나 장난에 정신이 팔려 대사를 그르칠까봐 특별히 날 보내 재촉토록 한 거라네.”
그렇게 말한 오공은 그들을 다그치며 단숨에 8, 9리길을 걸어갔습니다.
오공 : “아주 빨리들 잘 걷는구려. 꽤 온 것 같은데 아직 많이 남았소?”
요괴4 : “저기 검은 숲이 있는 데야.”
오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거진 숲이 있는 것을 보곤 늙은 요괴의 소굴이 바로 그 부근에 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두 요괴를 앞세우던 오공은 금고봉을 꺼내 그들의 머리를 내리치니 찍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죽고 말았습니다. 이어 오공이 터럭 한 가닥을 뽑아들고는 변해라하고 소리치자 오공과 함께 가짜 요괴로 변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짜 요괴는 압룡동에 있는 늙은 요정을 찾아갔습니다.
오공 : “문 열어라! 어서 이리와 문 열어!”
요녀 : “어디서 오셨어요?”
오공 : “난 평정산 연화동에서 노할머님을 모시러 온 사람입니다.”
요녀 : “그럼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내를 받아 중문 안에 들어서니 안쪽 정면의 높은 자리에 한 노파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공은 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중문 밖에 서서 얼굴을 가린 채 남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혹시 요괴가 무서워서일까요? 그럴 리 없겠지요. 다만 당승이 경을 구하러 가는 고뇌에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서글퍼져 눈물이 솟구쳐 올랐을 것입니다.
오공 : ‘내 작은 요괴로 둔갑해 요괴할미를 청하러 온 이상 그냥 꿋꿋이 서서 말할 수는 없는 터 반드시 허리를 굽혀 절을 해야겠지? 하지만 난 이제껏 살아오면서 허리를 굽힌 건 오직 세 사람 뿐이었어. 서천의 여래불과 남해의 관음보살, 그리고 날 구해주신 스승님, 대체 구하러 가는 그 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내 오늘 이 요괴할미에게도 절을 해야만 한단 말인가? 만일 내가 엎드려 절하지 않으면 눈치를 챌 것이고…. 허나 이것도 스승님이 수난을 겪고 있기에 내 이런 치욕을 당하는 것일거야!’
일이 이쯤 되니 오공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성큼 안으로 들어선 오공은 무릎을 꿇고 요괴할미에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오공 : “할머님. 문안드립니다.”
할미 : “그래, 넌 어디서 왔더냐?”
오공 : “저는 평정산 연화동에서 두 대왕님의 분부를 받잡고 할머님을 모셔다 당승의 고기를 맛보시게 하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대왕님께서는 오시는 길에 손행자를 잡을 황금승을 가져오시라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할미 : “오호라, 참으로 효성이 지극한 아이들이로구나! 얘들아, 어서 가마를 대령하도록 해라.”
오공 : ‘어라, 이 요괴할멈이 가마를 탈 줄 아나 보네.’
요괴할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가마에 올라앉자 작은 요녀 몇이 화장함이며, 경대, 수건, 향합 같은 물건들을 들고 따라나섰습니다.
할미 : “너희들은 어쩌자고 따라나서는 게냐? 아들집에 가는데 그곳에 내 시중 들어줄 이 없을까? 냉큼 돌아가 문단속이나 잘하고 있으려무나. 자 너희들은 어서 앞에서 길을 안내토록 해라.”
오공 : ‘아휴, 재수가 없으려니까, 얻으러 가는 경은 못 얻고 이 요괴의 시중부터 들어야 하다니.’
오공은 순순히 길잡이를 하며 5, 6리쯤 나아가서 벼랑턱 위에 걸터앉았습니다. 가마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가마꾼들에게 잠시 쉬어가기를 권했습니다. 가마를 맨 요괴들이 가마를 땅에 내려놓고 허리를 펴는 동안 오공은 가마 뒤로 돌아가 가슴 털 한 가닥을 뽑아 큰 호떡으로 둔갑시키고는 한입 한입 뜯어먹기 시작했습니다.
가마꾼 : “여보슈, 지금 먹고 있는 게 뭐요?”
오공 : “글쎄, 말하기가 좀 뭐 하지만 할머님을 모시러 먼 길을 찾아왔건만 아무것도 상으로 주시는 게 없구려, 배가 너무 고프니 가지고 온 걸로 요기나 하고 떠날 생각일세.”
가마꾼 : “우리에게도 좀 나눠주지 않겠소?”
오공 : “그럼 이리들 오게나. 한집안 식구들끼리 사양할 게 뭐 있나?”
두 요괴는 아무 것도 모르고 오공 곁으로 다가와 호떡을 얻어먹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오공은 철봉을 꺼내 요괴의 정수리를 슬쩍 건드리자 당장 묵사발이 되고 다른 한놈은 그냥 스치기만 했는데도 죽어가는 양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릴 들은 요괴할미가 가마 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오공은 또 날쌔게 가마 앞으로 달려가 철봉으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박살난 머리에선 선지피가 콸콸 쏟아져 내리고 가마에서 끌어내고 보니 징글맞게도 한 마리 구미호였습니다. 오공은 황금승을 찾아내 소매 속에 집어넣으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곤 털 두 가닥을 뽑아 부하 둘로, 또 두 가닥을 뽑아 가마꾼으로 만든 뒤 자신은 요괴할미가 되어 가마 안으로 들어가 앉은 채 길을 떠났습니다.
요괴3 : “문 열어라, 문 열어”
문지기 : “어, 자네들 돌아왔는감? 그래 할머님은 모셔온 게야?”
요괴4 : “저 가마 안에 계시네.”
문지기 : “잠시 기다리게, 내 안에 전갈을 하고 올 테니까. 대왕님, 노할머님께서 오셨습니다.”
두 마왕은 그 소리를 듣고는 곧 향탁을 준비시키고 밖으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것을 본 오공은 속으로 무척 기뻤습니다.
오공 : ‘야, 이거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아까는 내가 졸개 노릇하느라 요괴할미에게 절을 했지만 이번엔 내 저놈들의 에미가 되었으니 내가 절을 받을 차례가 되었구나.’
가마에서 내린 오공은 소매를 툭툭 털며 문지기 요괴들을 따라 요괴할미의 흉내를 내 휘청거리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공이 곧바로 정전으로 나아가 남쪽을 향해 앉자 두 마왕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절을 했습니다.
금각&은각 : “어머님 저희들이 문안을 드립니다.”
할미 : “오냐, 어서들 일어나거라. 그간 잘 지냈느냐?”
이 때 대들보 위에 매달려 있던 저팔계가 하하하 하고 소리 내 웃었습니다. 오정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팔계를 건너다보며 물었습니다.
오정 : “둘째 형. 형은 정말 여간내기가 아닌데? 매달려 있으면서도 웃을 겨를이 다 있소?”
팔계 : “얘야. 내 웃는 데는 다 까닭이 있는 거야.”
오정 : “무슨 까닭인데 그래?”
팔계 : “난 저놈들의 할미가 오면 우리 모두 시루에 쪄 죽나보다 생각했거든? 그런데 저건 할미가 아니 딴 녀석이란 말이다.”
오정 : “딴 녀석이라니 그게 누군데?”
팔계 : “필마온이지 누구겠느냐?”
오정 : “형이 그걸 어찌 알아?”
팔계 : “오정아. 방금 허리를 굽히며 ‘오냐 어서들 일어나거라’하고 답례를 할 적에 뒤쪽에서 원숭이 꼬리가 흔들거렸어. 내 너보다 높이 매달려 있으니 똑똑히 보였던 거란 말이다.”
오정 : “그래. 그럼 잠자코 뭐라 하는지 들어나 보자구.”
오공(할미) : “얘들아. 너희들은 무슨 일로 날 부른 게냐?”
은각 : “어머님, 요즘 저희들이 별 효도를 못하였기에, 마침 당나라 중을 붙잡았기에 어머님을 모셔다 그놈을 보여 드린 뒤에 쪄서 함께 보신을 할 생각으로 모셨습니다.”
오공(할미) : “얘들아, 당승의 고기는 별로 먹고 싶지 않다만 듣자니 저팔계란 놈의 귀가 아주 별미라던데 그거나 베어다 술안주로 해다구,”
대들보에 매달린 채 그 소리를 듣고 난 팔계는 당황해 어쩔 바를 몰랐습니다.
팔계 : “염병을 할 녀석 같으니라고. 넌 내 귀를 베려고 왔던 거냐? 내가 소리를 지를 양이면 너도 재미가 없게 될 걸!”
그러는 사이 산을 순찰하러 나갔던 요괴들과 문지기 요괴들이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문지기 :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손행자가 노할머님을 죽이고 노할머님으로 둔갑해 이곳으로 왔답니다요.”
금각은 그 소리를 듣기 무섭게 칠성검을 빼들고 오공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오공은 번개같이 몸을 번뜩여 온 동굴 안에 불빛을 휘뿌리는가 싶더니 어느 틈에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과연 오공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하세요.
-2024년 5월 10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