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팔계는 연화동에서 조난을 당하다-58화
지난 시간 팔계의 뒤를 쫓았던 오공은 팔계보다 한걸음 먼저 돌아와 본래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삼장 : “오공아. 너는 돌아왔는데 어찌하여 오능은 안 뵈느냐?”
오공 : “하하하, 팔계는 한창 거짓말을 꾸미고 있었으니 이제 곧 돌아올 겝니다.”
삼장 : “그 녀석은 떡잎 같은 두 귀가 눈을 가릴 정도로 늘어져 있고 생각하는 것도 아둔하기만 한 주제에 무슨 거짓말을 꾸며낼 수 있겠느냐? 이건 필시 네가 부질없이 그 애를 헐뜯는 게지.”
오공 : “참, 스승님은 그저 팔계를 감싸주기만 하시는군요. 조금 뒤에 팔계에게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물어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오공은 팔계가 풀숲에 드러누워 잠을 자던 일부터 딱따구리에게 혼난 일, 바위를 상대로 한바탕 거짓말을 늘어놓던 것까지 삼장에게 낱낱이 들려주었습니다.
잠시 후 팔계는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을 잊어버릴까 고개를 숙인 채로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오고 있었습니다.
오공 : “야! 팔계야. 무얼 그리 중얼거리며 오는 것이냐?”
팔계는 스승님께 다녀왔다고 고하며 넙죽 절을 하였습니다.
삼장 : “오냐, 수고가 많았겠구나.”
팔계 : “예. 산길이 험해놔서 아닌 게 아니라 퍽 많이 힘들었습니당.”
삼장 : “그래 요괴는 있더냐?”
팔계 : “네, 어찌나 많던지 우글우글합디다.”
삼장 : “그래 그놈들이 널 가만두더냐?”
팔계 : “절 보고는 선조님이니 외조부니 하면서 맛난 음식을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대접을 하기에 잘 얻어먹었습니다만, 나중에 깃발을 들고 북을 울리면서 우리를 바래다주겠다는 거였어요.”
이 때 오공이 참다못해 한마디 면박을 주었습니다.
오공 : “야, 팔계야. 풀 더미 속에 드러누워 잠을 자고서 잠꼬대를 하는 게 아니냐?”
팔계는 그 소리에 가슴이 뜨끔해 몸을 잔뜩 움츠렸습니다.
팔계 : ‘하느님 맙소사! 내가 잠을 자고 일어난 걸 저 작자가 어떻게 아는 거지?’
오공 : “이 녀석아! 어디 묻는 대로 대답해 봐!”
팔계는 벌벌 떨면서 앙탈을 했습니다.
팔계 : “아니 물을 거면 곱게 물을 것이지 왜 멱살은 잡는 거야?”
오공 : “그래 산은 어떤 산이더냐?”
팔계 : “석두산이었어.”
오공 : “동굴은 어떤 굴이더냐?”
팔계 : “석두동이었지.”
오공 : “문은 어떤 문이더냐?”
팔계 : “쇠못을 친 철문이었어.”
오공 : “굴속은 얼마나 깊더냐?”
팔계 : “겹겹으로 세 층이나 되었어.”
오공 : “흥, 이젠 더 말 안 해도 좋아. 그 다음 말은 내가 다 알고 있으니까. 스승님께서 혹시 안 믿으실지 몰라서 내가 대신 말해주마.”
팔계 : “큰소리 치지 마셔, 형은 가보지도 않고서 무얼 안다구 날 대신한다는 거야?”
오공 : “하하하. 대문에 못이 얼마나 박혀 있느냐 하면 그것만은 이 팔계가 미처 세어보지 못했노라고 하면 그만이야라고 하지 않았느냐? 넌 바위 앞에서 절을 하고 그 바위를 우리로 가정해 연습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이만큼 거짓말을 꾸며 놓았으니 이젠 가서 필마온 녀석을 속여먹어야지 하고 벼르지 않았어?”
팔계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팔계 : “아이고 형! 형은 내가 나간 뒤에 내 뒤를 밟으며 엿들었던 거야?”
오공 : “모두가 생사를 다투는 긴요한 마당에 스승님이 네게 산을 순찰하라했음 곱게 순찰이나 할 일이지 왜 낮잠만 자고 있었느냐! 딱따구리가 너를 쪼아 깨우지 않았다면 아직 자고 있었을 것이고, 게다가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꾸며 일을 그르쳐 놓았으니 어찌 용서할 수 있겠어? 어서 종아리를 대어라. 이번 교훈으로 매를 다섯 대 쳐주마.”
팔계 : “형 이번만 용서해줘. 난 단 한 대도 못 맞아. 그걸로 맞았다간 난 죽고 말거야. 아이고 스승님 절 위해서 한 말씀만 좀 해주십시용.”
그러나 이번엔 삼장도 도리어 팔계를 꾸짖었습니다.
삼장 : “오공이 널 거짓말쟁이라고 할 적에 난 잘 믿어지지 않았어. 그런데 알고 보니 넌 정말로 거짓말쟁이였구나! 백번 맞아도 싸다. 허나, 지금 이 산을 넘어가자면 손이 부족할 것 같으니, 오공아! 여기서는 잠시 용서해 주었다가 산을 넘어간 뒤에 다시 매를 치도록 하는 게 어떠냐?”
오공 : “옛말에 부모의 말씀에 응하는 것은 제일 큰 효도라 했지. 스승님께서 때리지 말라고 하시니 이번만은 용서한다. 그렇지만 팔계! 지금 다시 가서 산을 순찰하고 오너라! 만일 또 거짓말로 일을 그르쳤다간 그때는 내가……”
팔계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순찰을 나섰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했던가, 팔계는 모든 것이 오공이 둔갑을 해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럭저럭 7. 8리를 걸었을까 산중턱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지나는 게 눈에 띄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큰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팔계 : “형은 또 내 거짓말을 엿들으러 온 거야? 이번엔 그러지 않을 테야!”
한참을 걸어가자 갑자기 한줄기 바람이 세차게 일며 아름드리 고목을 넘어뜨려 팔계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왔습니다.
팔계 : “형! 부질없이 이건 무슨 짓이야? 거짓말 안한다고 했는데 이번엔 나무로 둔갑해 날 때리려는 거야?”
계속 앞으로 나아갔을 때 이번에는 목이 흰 갈가마귀가 머리 위에서 까욱 까욱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팔계 : “형! 부끄럽지도 않아? 내가 그만큼 거짓말을 안 한다 했으면 믿어줄 것이지 이렇게 갈가마귀 노릇까지 하면서 염탐할 건 뭐냐고?”
원래 이번에는 오공이 팔계의 뒤를 밟지 않았는데 제풀에 겁먹은 팔계는 걸음걸음 오공이 자기 뒤를 따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한편 삼장이 지나가야 할 이 평정산에는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이라는 두 요괴가 연화동이라는 동굴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금각대왕 ; “여보게 동생! 우리가 산을 순찰한 지 얼마나 되나?”
은각대왕 : “이미 반 달은 족히 될걸요.”
금각대왕 : “그렇다면 자네 오늘 한 바퀴 돌아보고 오게.”
은각대왕 : “아니 갑자기 웬 순찰을...?”
금각대왕 : “자네 모르는가? 듣자하니 당승이 천축으로 부처를 배례하러 가는 길이라던데 혹시 그 일행들이 이곳을 지나게 될지 모르니 어디서건 눈에 띄거든 놓치지 말고 잡아오게.”
은각대왕 : “사람이 먹고 싶으면 어디서건 못 잡아올까? 이왕 천축으로 가는 중인데 그냥 놓아 보내는 게 좋지 않아?”
금각대왕 : “아유 답답하구먼, 내가 옛날에 천계에서 나올 적에 들은 얘기가 있네. 그 당승은 원래 금선장로가 하계로 내려와서 10대에 걸쳐 수행을 쌓은 굉장한 인물이래. 말하자면 그처럼 오래도록 양기가 조금도 새어나지 않은 몸이란 말이네. 그런 몸인 만큼 누구든지 이 중의 고기를 먹게 되면 불로장생을 할 수가 있는 거란 말이지.”
은각대왕 : “그~래. 그 중의 고기를 먹어서 불로장생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구태여 수행을 하고 선단을 만드느라 용호를 빚고 자웅을 배합시키고 할 필요 없이 그냥 먹어 주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좋았어, 그럼 내가 가서 잡아 오지 뭐.”
금각대왕 : “이봐, 동생 아무 중이나 무턱대고 잡아오면 낭패야. 하여 내가 그들 생김새를 미리 그려놓고 있었어. 이 초상화를 갖고 잘 대조해 잡아오도록 하게나.”
금각대왕이 당승 일행의 초상화를 꺼내 이름까지 일일이 알려주자 은각대왕은 동굴을 나와 서른 명의 졸개들을 거느리고 순찰을 떠났습니다. 그러다 운수가 사나운 팔계는 혼자 걷던 중에, 바로 은각대왕 일행과 맞닥뜨렸습니다.
은각대왕 : “거기 다가오고 있는 놈은 웬 놈이냐?”
난데없는 고함소리에 고개를 쳐든 팔계는 요괴들인 것을 알아보곤 은근히 겁을 집어먹었습니다.
팔계 : ‘만일 내가 경을 가지러 가는 중이라고 하면 저놈들이 놓아주려 하지 않을 것이니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대왕님. 저는 지나가는 길손이라 합니다.”
허나 졸개들 중에는 팔계를 알아보거나 모르거나, 은각에게 알려주거나 하는 놈들이 있었습니다. 은각은 초상화를 펼쳐 드리워놓게 하였습니다.
은각대왕 : “이 흰 말을 탄 자는 당승이구, 이 털보는 손행자다. 이 검고 키 큰 놈은 사화상이구, 이 입이 쀼죽하고 귀가 큰놈은 저팔계야.” 자기의 이름이 요괴의 입에 오르자 팔계는 재빨리 입을 감추었습니다.
졸개 : “이봐 행각중. 그 주둥일 좀 꺼내 보여라.”
팔계 : “날 때부터 생긴 병이라 펴질 못하고 있습니당.”
그러나 은각은 졸개들을 시켜 갈고리로 팔계의 입을 끌어내라고 하자 다급해진 팔계는 얼른 입을 앞으로 쑤욱 내밀었습니다.
팔계 : “이놈들아, 볼 테면 보아라. 곱게 눈으로 볼 게지 갈고리는 왜 대고 난리냐? 무례하게 굴지 말고 어서 이 갈퀴 맛이나 보아라.”
은각대왕 : “껄껄껄. 녀석 제법이로구나. 갈퀴를 쓸 줄 아는 걸보니 어느 여염집에서 채마밭을 가꾸다가 갈퀴를 훔쳐 도망을 쳐 중도에 출가를 한 게 분명하구나.”
팔계 : “이놈아, 이것을 네가 알 턱이 있느냐? 이건 채마밭을 가꾸는 그런 갈퀴와는 차원이 다른 거란 말이다. 휘두르면 해와 달도 빛을 잃고 내리치면 별빛도 흐려지나니 태산을 족치면 늙은 호랑이도 겁을 먹고 바다를 휘저으면 용왕도 놀라는데 어디 이 갈퀴 맛을 좀 볼 테냐?”
팔계의 허풍에 화가 난 은각대왕은 칠성 검을 휘두르며 팔계와 20여 합을 싸웠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았습니다. 팔계가 죽기 살기로 싸우자 은각은 그 모습에 은근히 겁을 먹고 졸개들에게 일제히 달려들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던 팔계는 도망을 치기 시작했지만 길이 험한데다 미처 조심을 하지 않아 칡덩굴에 발목이 걸려 너부러지는 바람에 졸개에게 발목을 잡히고 마침내 요괴동굴로 질질 끌려갔습니다.
한 몸에 마가 동해 소멸되기 어려우니
수많은 재앙이 일어나 그칠 새가 없누나.
과연 팔계의 목숨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2024년 4월 25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