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운잔동에서 오공은 저팔계를 받아들이다-33회
천만갈래 불빛이 되어 도망치는 요괴를 오공은 뒤질세라 근두운을 타고 쫓아갔습니다. 어느 큰 산봉우리에 이르자 요괴는 불빛을 거두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아홉 개의 이빨이 달린 갈퀴를 들고 나왔습니다.
오공 : “이 고약한 놈아! 네가 어디서 굴러먹다 온 요물이기에 이 손어르신님의 이름을 감히 알고 있는 게냐? 네놈의 재간이 얼마나 되던 이 어르신의 물음에 순순히 대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요괴 : “넌 내 능력도 모르는구나. 이리 가까이 와서 얌전히 들어라. 내 내력을 들려줄 테니.
내 워낙 타고난 심성이 아둔해 게으름 피우는데 기공이 텄었고
수행도 마음도 닦는 일 없이 흐린 마음 그대로 세월 보냈네.
뜻밖에도 우연히 선인을 만나 그분의 슬하에서 가르침 받았거니
마음 돌려 속세를 따르지 말고 살생해 죄짓지 않으면
언제든 이승 떠날 그때에 팔난과 삼도의 고통 면하리라하네.
가르침 받들어 수행하며 마음 돌려 비결을 찾고자 내 신선을 스승으로 모셨더니
가리켜 보이는 곳은 천궁과 지옥 전해 주는 것은 구전대환단 한 알
수련은 주야로 그침이 없었고 기운은 위로 정수리로 뻗치고
세 송이 꽃이 정수리에 한데 모일제 내 공을 이뤄 하늘에 날아오르니
천선들 쌍을 지어 마중 나오고 발아래 채색구름 일으키면서
이 몸은 금란전에 배알했더라 품위에 따라 내 은하수 다스리는 원수에 봉해졌지.
그러다가 서왕모가 반도회 열던 날 취중에 선녀의 용모에 정신이 황홀해
동침을 청했지. 요리조리 몸을 피하는 월궁의 선녀.
장부의 노여움 터뜨려 놓아 고함소리 우레 인양 하늘에 울리고
궁궐마저 쩌렁쩌렁 뒤흔들었네. 그날의 내 운수 사납기도 했어라.
뭇 신들께 붙잡혀 끌려가면서도 술기운에 아직 겁을 몰랐더니
쇠뭉치 2천대로 중벌을 받아 살점은 찢기고 뼈는 부러졌더라
목숨은 건졌으나 천궁에서 쫓겨나 복릉산 아래에서 가업을 다스렸네.
죄 있는 몸이라 돼지로 잘못 태어나 속명을 일러 저강렵이라 하누나.“
오공 : “알고 보니 네놈은 천궁에 있던 천봉수신이었군! 그러니 이 손어르신의 신성을 알고 있을밖에.”
요괴 : “흥, 옥황상제를 속인 필마온 주제에 네가 소동을 일으켜서 우리까지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데 또다시 나를 찾아와 못살게 굴 참이냐? 무례하게 굴지 말고 내 갈퀴맛이나 봐라.”
요괴가 선수를 쓰자 오공은 여의봉을 들어 요괴의 정수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들은 깜깜한 밤에 산중턱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손오공의 금빛 눈동자 번개처럼 번뜩이고 요마의 둥근 눈은 등불같이 밝아라. 이쪽에서 채색안개 뿜어내자 저쪽에서 붉은 노을 토해내네. 쇠스랑 내지르니 용이 손톱을 내뻗는 듯 여의봉 받아치니 봉황이 꽃밭을 누비는 듯
요괴 : “네 놈이 남의 가정 깬 것은 내 아버지를 죽인 원수나 다름없어.”
오공 : “네놈은 남의 집 소녀를 강간한 놈이니 벌 받아 마땅하다.”
왔다갔다 욕 소리 요란하더니 차차 말소리 줄어들고 여의봉과 쇠스랑 맞붙어 동이 틀 때까지 싸워댔는데 요괴 두 팔이 저릿하게 굳어들자 한 자락 바람 되어 동굴 속으로 도망쳤네. 오공이 여의봉으로 문짝을 부수고 들어가자 저 요괴 맘 편히 쿨쿨 잠을 자고 있더라.
요괴 : “남의 단잠을 깨운 것이 또 너냐? 이봐, 원숭이! 내 듣기로는 네놈 집이 화과산 수렴동에 있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나를 못살게 구는 거냐?”
오공 : “네놈이 이 손어르신의 깊은 뜻을 알겠느냐. 이 오공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불문에 귀의해 동녘땅 당나라의 성승인 삼장법사를 모시고 천축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귀하신 몸이 되었단 말이다.”
요괴 : “그 경을 구하러 가신다는 분은 지금 어디 계시냐? 자 이렇게 두 손 모으고 잘못을 빌 테니 나를 그분한테 데려다 다오.”
오공 : “네가 감히 그분을 만나서 어쩌자는 거냐?”
요괴 : “실은 몇 년 전 관세음보살로부터 선행을 하도록 가르침을 받았어. 경을 가지러 가는 사람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서 죄를 씻고 공을 세워 정과를 얻으라고.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아서 그만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넌 왜 그 얘기부터 하지 않고 힘만 믿고 남의 문까지 함부로 부수고 쳐들어온 거냐?”
오공 : “이놈아! 어디서 그따위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드는 거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먼저 하늘에 대고 맹세하고 이 소굴을 아예 불 질러 버려라. 그러면 내 너를 믿고 스승님께 데려가 주마.”
요괴 : “나무아미타불! 저의 말에 거짓이 있고 또다시 하늘의 법도에 어긋남이 있거든 제 몸을 갈기갈기 찢어주십시오. 자, 이제 마른풀과 삭정이들을 모아 동문을 막아놓고 불을 질러버리겠습니다.”
오공 : “이제 네 갈퀴를 이리 내놓아라.”
요괴 : “자! 여기 있소이다. 이로써 나는 아무 미련도 없게 되었소. 부디 나를 스승님께 데려다주시오.”
오공은 몸에서 털 하나를 뽑아 김을 훅 불어 밧줄로 변하게 하여 그 줄로 요괴의 몸을 꽁꽁 묶고는 요괴의 귀를 잡아끌었습니다.
오공 : “됐어, 이제 빨리 가보자.”
요괴 : “아야야! 좀 작작 잡아당기라구. 귀뿌리 빠지겠어.”
오공 : “아파도 할 수 없다. 속담에 ‘선한 돼지도 되게 다루라.’는 말이 있잖아? 스승님을 만나서 네가 진정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게 인정되면 그때엔 너를 놓아주마. 이제 근두운을 타고 함께 날아볼까.”
오공 : “저기 저 대청 가운데 높이 앉으신 분이 보이느냐? 그분이 바로 나의 스승님이시다.”
고태공 : “장로님! 그놈이 바로 저의 사위올시다!”
요괴 : “스승님 저의 절을 받아주십시오. 제가 그만 스승님을 미처 영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스승님이 여기 계신 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이토록 부질없이 누를 끼치지 않았을 겁니다.”
삼장 : “오공아! 도대체 어떻게 된 게냐?”
오공 : “이 바보야. 그건 네가 대답해라!”
요괴는 곧 보살과 인연을 맺은 경위를 자초지종 이야기했습니다.
삼장 : “주인님, 향탁을 좀 빌려주십시오.”
삼장 : “오공아, 어서 포승을 풀어줘라. 넌 이미 선과를 쫒아서 내 제자가 되었다. 그러니 내가 부르기 좋게 법명을 하나 지어 주마.”
요괴 : “스승님, 전 이미 보살님으로부터 저오능이란 법명을 지어 받았습니다.”
삼장 : “그렇다면 아주 잘됐구나. 네 사형은 오공이구. 너는 오능이니까 법문에서도 한 항렬이로구나.”
요괴 : “스승님! 전 보살님의 가르침을 받은 뒤로는 줄곧 오훈삼염을 끊어 왔습니다. 이제 스승님을 만났으니 오늘부터는 가리는 것을 그만두게 해주세요.”
삼장 : “그건 안 된다. 네가 이왕 오훈삼염을 먹지 않고 있었으니까 내가 따로 별명을 지어 주마. ‘팔계(八戒)’라고 하는 게 어떠냐?”
요괴 : “스승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능은 저팔계라고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고태공은 팔계가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른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 매우 기뻐하며 크게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팔계 : “아버님, 제 아내를 불러다 스승님과 형님께 인사라도 드리게 했으면 싶은데 어떻습니까?”
오공: : “이봐! 아우! 이젠 중이 된 몸이니 아내니 뭐니 하는 소린 그만두도록 해라. 세상에 처를 가진 도사는 있어도 아내를 가진 중이 어디 있다더냐? 공양 밥이라도 있으면 들고 나서 빨리 서천으로 떠날 차비나 하자구.”
이들의 식사가 끝날 무렵 고태공은 붉은 칠을 올린 쟁반에다 돈 2백 냥과 무명 장삼 세 벌을 삼장법사 앞에 내놓았습니다.
삼장 : “소승은 출가한 몸이라 만일 손톱만큼 한 선물이라도 받아 넣게 되면 천만겁에 미치도록 죄가 될 것입니다. 그저 먹다 남은 음식을 얼마간 가지고 떠나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윽고 행장을 꾸리고 나자 팔계가 그것을 짊어졌습니다. 삼장은 말 위에 오르고 오공은 여의봉을 어깨에 맨 채 앞장섰습니다. 이렇게 세 사람은 고태공과 작별하고 서쪽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지요.
어디가나 산천은 아득하고 당나라 불제자들 고생도 많아
바리때 들고서 동냥밥 얻어먹고 걸친 옷 남루해 추위에 떠네.
부질없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어리석게 불만을 토하지 말라.
성정을 굳혀 인연이 맺어지면 언제든 정과는 이루어지리.
-2023년 10월 21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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