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삼장법사, 용마를 얻다(2)-28회
[SOH] 지난 시간 오공이 무서워 숨어버린 용은 관음보살의 부름에 순순히 물결 위로 솟구쳐 나왔습니다.
용 : “전 보살님의 구원을 받고 분부대로 여기서 경을 가지러 가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보살 : “이 사람이 바로 그분의 수제자다.”
용 : “보살님!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놈은 저의 원수입니다. 제가 어제 배가 고파 이놈의 말을 먹어버렸는데 이놈이 힘께나 쓰는 걸 으스대며 나를 어찌나 못살게 굴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갖은 욕은 다 하면서도 경을 가지러 간다는 말은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오공 : “네놈이 성함을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너에게 이 손어르신을 소개하겠느냐?”
용 : “어디서 굴러먹던 악마냐고 내가 묻지 않았더냐? 그런데 넌 알 필요 없다며 말이나 내놓으라고 호통만 쳤지 어디 당나라 중이란 ‘당’ 자 하나 입 밖에 냈더냐?”
보살 : “오공아! 앞으로 계속 가다보면 또 귀순하는 자가 있을 테니 상대편이 묻거든 먼저 경을 가지러 간다는 말부터 비치도록 해라. 그러면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복종할게다.”
손오공 : “예! 보살님이 시키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관음보살이 어린 용 앞으로 다가가 입으로 선기를 불어넣으며 “변해라.”라고 외치자 용은 삽시에 자신이 삼켜버린 그 말과 털빛이 꼭 같은 한 마리의 준마로 변했습니다.
보살 : “열심히 자기의 죄업을 씻도록 해라. 공이 이루어진 후에는 보통 용을 초월해 부처의 정과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공은 이 말을 데리고 스승에게 가거라. 나는 남해로 돌아가겠다.”
오공 : “보살님! 저는 이 노릇을 그만 두겠습니다. 이처럼 험난한 서천 길을 가는데 저런 데데한 중을 데리고서야 어느 세월에 가 닿겠습니까? 그리구 이토록 어려운 고비만 겪다간 제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데 정과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는 이제 그만 빼주십시요.”
보살 : “너는 예전엔 도를 깨치기 위해 수행에 힘쓰더니 어째서 천벌에서 풀려난 지금 그토록 해이해졌느냐? 우리 불문에서 번뇌와 생사의 경지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성심으로 정과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다. 앞으로 위태로운 경우를 당하게 되면 천신과 지신을 불러라. 그래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내가 직접 찾아와 도와주마. 자 이리 오너라. 내가 술법을 한 가지 더 알려줄 테니.”
관음보살이 버들잎 세 개를 따서는 오공의 뒤통수에다 붙여 놓고 “변해라” 하고 외치자 버들잎은 금시에 세 개의 구명터럭으로 변했습니다.
보살 : “만일 진퇴유곡의 곤경에 빠지게 되면 이 터럭들이 그때그때 너를 도와주게 될 게다.”
보살이 향기로운 바람을 타고 보타산으로 돌아가자 오공은 용마의 갈기를 부여잡고 삼장법사 앞으로 갔습니다.
오공 : “스승님! 말이 왔습니다.”
삼장 : “어디서 찾아냈느냐? 그런데 이 말이 어찌 전보다 살이 많이 쪘구나.”
오공 : “스승님! 이 말은 방금 관음보살이 용을 우리 백마로 바꿔 주신 겁니다. 털빛은 같지만 안장과 재갈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갈기를 붙잡고 끌고 온 겁니다.
삼장 : “그래? 보살님은 어디 계시냐? 인사를 드려야지.”
오공 : “보살님은 벌써 남해로 돌아가셨습니다. 번거로운 인사는 차리지 않아도 됩니다.”
삼장법사는 흙을 집어 분향을 대신하면서 남쪽을 향해 예를 올린 후 오공을 데리고 길을 떠났습니다.
드넓은 진여는 저 언덕에 오르고
성심으로 성불해 영산에 오르네.
그들은 한나절을 걸어 대문 위에 ‘이사사’라고 쓴 현관이 높이 걸려 있는 사당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목에 염주를 건 노인 한 명이 합장을 하면서 맞아주었습니다.
삼장 : “이 사당은 무엇 때문에 ‘이사’ 라고부릅니까?”
노인 : “여기는 서번의 합팔국 영토입니다만 이 사당 뒤에 마을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합심하여 이 사당을 세운 겁니다. ‘이’ 란 마을을 뜻하고 ‘사’ 란 토지신을 가리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사시사철 이곳에서 삼생과 여러 가지 과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지요. 1년 내내 복이 내려지고 오곡이 무성하고 육축이 번성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겁니다.”
삼장 : “‘집을 떠나 3리만 나가도 색다른 풍경이라’ 더니 과연 틀린 말이 아니군요. 저의 고향 사람들은 아직 이만한 공양심이 없습니다.”
노인과 삼장법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눈썰미 있는 오공은 처마 밑에 빨랫줄이 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끊어다 용마의 다리를 비끄러맸습니다.
노인 : “이 말은 어디서 훔친거요?”
오공 : “이 손어르신을 어떻게 보고 무슨 허튼 소릴 하는 것이요? 우린 부처님을 찾아가는 성승이오. 어떻게 말을 훔칠 수가 있겠소?”
노인 : “훔친 게 아니라면 왜 안장과 고삐가 없어 남의 빨랫줄을 끊어다 쓰는 거요?”
삼장 : “이놈아! 왜 그리 체신 머리 없이 노는 거냐? 말을 매려거든 공손히 주인님에게 허락을 받아야지. 왜 함부로 남의 것에 손을 대느냐?”
삼장법사는 노인장에게 말을 잃고 얻게 된 내력을 상세히 들려주었습니다.
노인 :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는 그저 농담으로 한마디 한 것인데 제자님이 정말로 받아들였나 보군요. 어쨌거나 마침 잘됐습니다. 제가 애지중지 아껴오던 안장과 재갈이 있는데 스님에게 드리지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보살님께서 용마까지 주시어 스님을 보살펴주시고 계신데 이 늙은 것이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노인은 이내 모든 승마기구를 빠짐없이 갖춰 가지고 나왔는데 오공이 다가가 살펴보니 더없는 진품이었습니다. 그것들을 말에다 매어 보니 마치 용마의 몸에다 재서 만든 듯 꼭 맞았습니다.
이튿날 그들이 아침 공양을 마치고 길을 나서는데 노인은 또 소매 속에서 등나무 자루에 호랑이 심줄로 만든 채찍을 꺼내 삼장에게 주었습니다.
삼장 : “여러 가지로 보시를 주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보았을 때 노인은 온데간데없고 사당자리도 텅 빈 터전만 남아있었습니다. 이때 공중으로부터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 : “성승! 접대가 소홀해서 미안하오. 나는 낙가산의 산신으로 보살님의 분부에 안장과 재갈을 전해 드린 겁니다. 부디 힘을 다해 서쪽으로 가셔야지 잠시라고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삼장 : “소승은 범속한 인간의 눈이라 존귀한 산신님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보살님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기 바랍니다.”
오공 : “스승님! 어서 일어나십시오. 산신은 이미 가버리고 없는데 누구에게 그렇게 절을 하십니까?”
삼장 : “오공아! 난 이렇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고 있는데 너는 허리 한 번 굽히지 않고 곁에서 웃기만 하고 있으니 그건 도대체 무슨 버르장머리냐?”
오공 : “스승님이 어찌 알겠습니까?. 저렇게 머리를 감추고 꼬리만 드러내는 자들은 본래 한바탕 혼을 내줘야 하는데 보살님을 봐서 용서해 준 겁니다. 그런데 이 손 어르신이 그자에게 절까지 해야합니까? 전 워낙 어려서부터 절이라곤 모르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옥황상제나 태상노군 앞에서도 그저 ‘아무개가 왔습니다.’ 하고 아뢰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삼장 : “정말 어쩔 수 없는 녀석이구나. 허튼소리 그만하고 어서 나를 일으켜다오.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자.”
그로부터 두어 달 가량은 평화로운 여행이 계속 되었습니다. 간혹 만나게 되는 사람은 북방의 이민족과 이슬람인 아니면 범이나 이리 같은 야수들이었습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초목이 다투어 새싹을 트기 시작하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매화는 시들고 버들가지는 가는 눈을 텄으며 산과 들은 연록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오공 : “스승님 제가 봄 경치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지고 말았네요.”
삼장 : “오공아! 저 수풀 속에 있는 저것은 무얼 하는 곳일까?”
오공 : “아마도 전각이 아니면 절간일 것입니다. 우리 저곳으로 가서 하룻밤 신세지는 게 어떨까요?”
삼장법사는 흔연히 용마의 고삐를 늦추어 오공을 따라 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제 두 사람이 걸음을 다그쳐 산문 앞에 이르러 보니 그것은 과연 하나의 웅장한 사원이었습니다.
층계 층계 전각이요. 가로세로 회랑인데
산문밖엔 채색구름 오복당엔 붉은 노을
푸르른 정원 길에 참대나무 무성하고
울울 창창 수풀 속에 송백나무 우거졌네
높이 솟은 종루 뒤에 불탑 솟아 웅장하고
성승들의 염불소리 울던 새도 잠들었나.
티끌 없는 적막 세계 깨끗하기 그지없네.
시에 이르기를
훌륭한 기원 이 녹음 속에 묻혀
사찰의 경치 사바세계보다 나아라.
깨끗한 불문에 인간이 적다더니
천하의 명산엔 중들도 많구나.
과연 이들이 찾아온 이곳은 어떤 곳일까요?
-2023년 9월 20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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