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손오공은 보리조사의 묘리를 깨닫고 원신에 이르다의 세 번째 시간입니다.
72가지의 둔갑술에 근두운까지 자유자재로 타게 된 오공은 사형들 앞에서 소나무로 변신했다가 보리조사에게 발각되어 사월삼성동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오공 앞에 또 어떤 일들이 닥쳐올까요? 우리 함께 오공을 따라 기상천외한 세계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손오공 : “사부님. 저더러 어디로 가라고 하시는 겁니까?”
보리조사 : “네가 떠나온 데로 되돌아가면 될 게 아니냐.”
손오공 : “아… 네 저는 동승신주 오래국의 화과산 수렴동에서 왔습니다.”
보리조사 : “그러면 얼른 짐을 꾸려 이곳을 떠나거라. 더 꾸물거리다간 목숨이 위태로워질게야.”
손오공 : “사부님! 제가 집을 떠나온 지도 어언 20년이 되었고 옛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없지 않습니다만, 사부님의 하늘 같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해 드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떠날 수 있겠습니까?”
보리조사 : “은혜니 무어니 할 것도 없다. 다만 네가 앞으로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나를 끌어들이지만 않는다면 난 그것으로 족하다.”
손오공 : “사부님 제자의 절을 받으십시오.”
보리조사 : “네가 이곳을 떠나면 모름지기 그릇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그 어떤 곤경에 처하든 절대 나의 제자란 말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만일 일언반구라도 그따위 말을 입 밖에 내는 날에는 내가 곧 알게 될 거고, 그땐 당장 네놈의 가죽을 벗기고 뼈다귀를 꺾어서 너의 혼을 지옥의 밑바닥에 처넣어 만겁이 지나도 되살아나지 못하게 할게다. 명심하여라!”
손오공 : “예. 절대로 사부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누가 물으면 제가 스스로 공부해서 깨친 거라고 하겠습니다.”
조사에게 다시 공손히 인사를 하고 삼성동을 떠난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곧바로 동승신주를 향해 날아간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어느덧 화과산 수렴동이 눈 아래에 나타났습니다.
갈 때는 범골로 일신이 무겁더니
지금은 도를 닦아 몸도 가볍네.
세상에 뜻 세운 자 더는 없던가?
나 홀로 뜻 이뤄 현기를 깨쳤네.
전에는 건너기 힘들던 이 바다도
오늘은 이처럼 손쉽게 돌아오네.
사부의 가르침 귀에 쟁쟁한데
어느새 동쪽 바다 지척에 보이네.
오공이 근두운을 낮추어 화과산에서 내려 수렴동 가까이 오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원숭이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불안하게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손오공 : “애들아! 내가 돌아왔다!”
그러자 벼랑 밑에서, 바위틈에서, 꽃밭에서, 수림 속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수없이 달려 나와 손오공을 빙 둘러싸고는 일제히 절을 했습니다.
원숭이 : “대왕님! 천세천세천천세 만세만세만만세. 대왕님! 저희는 대왕님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요즘 난데없이 요마 한 놈이 수렴동을 탐내어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해 오고 있어요. 저희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는 있지만, 이미 많은 아이들이 그놈에게 붙잡혀 갔고, 저희는 밤낮없이 이렇게 비상상태에 놓여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대왕님께서 돌아오셨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조금만 늦으셨으면, 저희는 물론 수렴동까지 그놈의 차지가 되었을 거예요.”
손오공 : “어떤 놈의 요마가 그처럼 무례하단 말이냐? 어디 자세히 말해봐라. 내 당장 그놈을 찾아가 원수를 갚을 테다.”
원숭이들 : “그놈은 혼세마왕이라고 불리는 자인데 저 북쪽에 살고 있습니다.”
손오공 : “여기서 그곳까지 가자면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
원숭이 : “그놈은 구름을 타고 왔다가 안개에 싸여 돌아가는가 하면, 때 없이 바람과 비를 불러오고 우레와 번개를 몰아오기 때문에 저희로선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손오공 : “알겠다. 내 금방 다녀올 테니, 너희는 마음 놓고 여기서 기다려라.”
오공은 급히 재주를 넘고 몸을 솟구쳐 근두운을 타고는 북쪽으로 날아가 주위를 빙빙 돌아보니 험준한 산 하나가 보였습니다. 오공이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공은 근두운에서 내려 주의 깊게 말소리를 따라 걷다가 천야만야 깎아지른 벼랑 밑에 있는 수장동을 발견했습니다. 동굴 어귀에서 춤을 추며 놀고 있던 요괴들이 오공을 보자 안으로 달아나려 했습니다.
손오공 : “이놈들, 게 섰거라! 나는 화과산 수렴동의 주인이시다. 네놈들의 혼세마왕인가 하는 놈이 때도 없이 찾아와 내 자손들을 괴롭혔다지? 그래 오늘은 내가 그놈의 버릇을 가르쳐 주러 왔다. 냉큼 들어가 내가 한 말을 전하도록 해라.”
혼세마왕 : “웬 수선이냐.”
요괴들 : “동문 밖에 웬 원숭이 녀석이 화과산 수렴동의 주인이라면서, 마왕님과 한판 겨룬다고 찾아왔습니다.”
혼세마왕 : “음, 도를 닦으러 갔다는 놈이 돌아온 게로군. 그래 그놈의 꼬락서니는 어떻고, 무기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더냐?”
요괴 : “무기는 없고, 맨머리에 붉은 옷에다 누런 띠를 매고 가죽신을 신었습니다. 중도 아니오, 속인도 아닌 그런 모양인데 또 도사나 신선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빈손으로 찾아와서는 괜히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
혼세마왕 : “그래? 어서 내 갑옷과 병기를 가져오너라!”
요괴 : “마왕님 여기 갑옷과 투구와 장검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 원숭이 녀석 단칼에 베어버리십시오.”
혼세마왕 : “누가 수렴동의 주인이더냐!”
손오공 : “이 요괴 놈아! 네 눈은 장식품이더냐? 이 어르신이 안 보이느냐.”
혼세마왕 : “으하하… 세상에 너 같이 못생긴 놈이 다 있더냐. 기장 넉 자에 나이조차 서른도 안 된 어린 녀석이 맨주먹으로 나를 찾아와 승부를 겨루겠다고?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손오공 : “돼 먹지 못한 놈! 내가 작다고 얕본다만, 난 커지려면 너의 몇 배로 커질 수 있고, 내 손은 하늘 저쪽 달나라까지 가 닿을 수 있다. 어디 내 주먹맛부터 보려느냐? 얏!”
혼세마왕 : “요 난쟁이 녀석이 뉘게다 함부로 손을 대는 게냐? 너 같은 꼬맹이가 맨주먹을 쓰는데 내가 칼을 쓴다는 건 체면이 안서는 일이지. 나 역시 맨 주먹으로 널 해치워 주마.”
손오공 : “그 패기 한번 좋구나. 그럼 어디 덤벼봐라.”
마왕이 방어 자세를 풀면서 곧장 내려치자, 오공도 날쌔게 맞받아 쳤지요. 둘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차며 이리 번쩍 저리 번쩍 공격했어요. 오공은 작은 몸을 이용해 긴팔 큰 주먹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공격했습니다. 마왕은 오공에게 옆구리를 맞고 사타구니를 걷어차이고 호되게 급소를 얻어맞고는, 약이 올라 버려두었던 큰 칼을 집어 들고는 잽싸게 오공의 정수리를 겨냥해 내리쳤습니다. 그러나 오공이 번개같이 몸을 피하는 바람에 허공만 갈랐을 뿐이지요. 오공은 마왕이 포악해진 걸 보고 곧 자신의 털을 한 줌 뽑아 입에 넣었다 훅 내뿜으며 “변해라!”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입에서 내뿜어진 털들이 순식간에 2,3백 마리의 원숭이로 변해 마왕을 겹겹이 둘러쌓습니다.
마왕은 뜻밖의 사태에 마구 칼을 휘두르며 여기저기 찔러댔지만 영활한 원숭이들을 한 마리도 잡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원숭이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어깨를 물고, 팔을 비틀고, 코를 잡아당기고, 눈을 후벼 파고 하여 마침내 마왕을 땅바닥에 쓰러뜨렸습니다. 이때 오공은 마왕의 칼을 빼앗아 마왕의 정수리를 내리쳤지요. 마왕이 죽자 오공은 원숭이들을 데리고 굴속으로 쳐들어가 요괴들을 모두 해치우고는 뽑았던 털을 거두어 다시 몸에 붙였어요. 다시 털로 변하지 않은 것은 바로 마왕이 수렴동에서 잡아온 원숭이들로 4,5십 마리 정도 되었습니다. 오공은 그들을 데리고 화과산 보금자리로 돌아와 모든 원숭이를 불러 모았습니다.
손오공 : “애들아, 너희에게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알려주마. 우리한테도 이젠 성씨가 생겼단다.”
원숭이들 : “대왕님 성함은 뭐라고 하십니까?”
손오공 : “성은 손이구 법명은 오공이다.”
원숭이들 : “와~~ 대왕님께서 손씨 집안의 시조시니, 저희는 모두 손씨 집안의 이대 손, 삼대 손, 그리고 세손, 소손 아니 온 가문이 손씨요, 온 나라가 손씨고, 이 수렴동이 모두 손씨가 되겠군요! 하하하~ 그렇지 얘들아, 우리는 모두 손 씨야.”
원숭이들은 오공을 빙 둘러 앉아서 크고 작은 접시에 푸짐한 음식들을 담아 올리며, 야자 술과 포도주를 마시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한 성으로 엮여 근본이 생겼으니
이젠 다만 그 이름 영예롭게
신선의 명부에 오를 날만 기다리네.
앞으로 오공의 수렴동 생활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회를 기대하세요.
-2023년 4월 20일 수정-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