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경칩((驚蟄))은 우수(雨水)와 함께 ‘봄’을 상징하는 절기이다.

경칩은 24절기 상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들어 있으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에 해당될 때이다. 음력으로는 2월 중, 양력으로는 3월 5일경에 있다.

경칩은 놀랄 경(驚)자와 벌레 칩(蟄)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겨울 동안 동면에 들었던 벌레와 각종 동물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를 의미한다.

경칩은 완연한 봄의 시작을 알리지만,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하는 이 즈음이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어 춥고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는 ‘꽃샘 추위’가 발생한다.

농업이 주업이던 과거에 ‘경칩’은 매우 주요한 절기 중 하나였다.

성종실록에는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느 올벼를 심는다’고 기록해, 경칩을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았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을 경칩이 지난 해일에 선농제와 함께 행하도록 정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땅에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렸다.

또 유교 경전인 ‘예기’와 농가나 국가의 정례적인 연간 행사를 월별로 구별하여 기록한 표인 ‘월령’에서는 ‘경칩이 든 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과 고아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경칩을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로 보아 이에 대한 보호와 관리를 주시하도록 한 것이다.

민간에서도 경칩과 관련된 풍속이 있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한 해를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는데,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 그릇을 방 안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다.

경칩에는 보리 싹의 성장을 보고 그 해 농사의 길흉을 예측했다.

경칩에는 겨울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제철 나물을 먹는다. 냉이, 달래, 두릅 등 봄나물의 어린 순을 먹으며 겨울철 부족했던 칼슘과 비타민, 섬유질 등 각종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경칩에는 고로쇠 나무를 베어 수액을 받아 마시는 풍습이 있다. 이 풍습은 위장병과 속병을 물리치고 한 해를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고로쇠 나무 수액은 실제로 신경통과 위장병, 고혈압, 피부미용, 비뇨기 계통 질환에 효과가 뛰어나 일반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2월과 3월에 연인들이 사랑을 기념하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있듯이, 경칩은 옛 젊은 남녀들에게 사랑의 기념일이기도 했다.

옛 남녀들은 이날 서로에 대한 사랑의 징표로 은행을 주고 받으며 나누어 먹었고 해가 지면 동구 밖의 은행 수나무, 암나무를 함께 돌며, 사랑을 확인하며 다졌다.   (사진 출처: 네이버블로그)

한지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