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최근 과학계에서 식물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들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① 대화(對話)

식물은 화학물질을 이용해 다른 식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연구 결과는 1983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처음 소개됐다.

연구를 진행한 다트머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사탕단풍나무가 화학물질을 통해 주변 나무들에게 위험을 알린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나뭇잎은 곤충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독성 페놀과 탄닌 성분을 만든다. 실험에서 아직 공격을 받지 않은 주변의 나무들에서도 같은 성분이 발견됐는데, 그것은 공격을 받은 나무가 공기 중으로 휘발성 물질을 배출해 주변 나무들에게 미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식물이 여러 조건에서 ‘초식동물에 의해서 유도되는 식물 휘발성 물질들(herbivore-induced plant volatiles)’으로 불리는 다양한 향기를 내뿜고 있으며, 그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인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② 해충 쫓기

식물은 휘발성 물질을 포함해 2만 가지가 넘는 다양한 화학적 물질을 합성해낼 수 있다. 카페인, 니코틴, 캡사이신 등도 그 중에 해당한다. 각 식물이 고유로 갖고 있는 성분이 아니라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야생담배는 자신을 해치는 벌레를 쫓기 위해 뿌리에서 니코틴을 합성해서 잎으로 보낸다. 니코틴은 근육을 가지고 움직이는 동물의 신경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신경독(神經毒)이다. 이 잎에 접근하는 대부분의 해충은 니코틴의 독성에 마비된다.

③ 상황 판단과 대처

식물은 동물과 같은 뇌가 없지만 대신 세포 하나하나가 뇌 기능을 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작년 6월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식물은 스스로 생존에 유리한 상황과 그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에 대한 실험을 위해 완두의 뿌리를 두 갈래로 나누고 각각 다른 화분에 심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충분한 영양분을 한 화분에는 일정하게 주고 나머지 화분에게는 불규칙하게 주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빈약한 영양분을 한 화분에는 일정하게 주고 다른 화분에는 불규칙하게 주었다. 그 결과 불규칙하게 영양분을 공급받은 화분의 뿌리가 더 많이 자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식물이 풍족한 상태에서는 안정적으로 자라지만,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성장이 미흡해질 것을 대비해 성장 활동을 더 강화한다고 밝혔다.

➃ 정보에 대한 기억 및 비교

정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미 얻은 정보를 기억해야 하고 비교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식물도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작년 1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식충(食蟲)식물인 파리지옥이 잎에 먹잇감이 닿는 횟수를 기억하고 그에 따라 잎을 닫고 소화효소를 분비한다고 발표했다.

파리지옥은 야구 글러브 같은 잎 안쪽에 감각모(感覺毛)로 벌레를 잡아 먹는다. 그 과정은 이렇다. 벌레가 감각모를 한 번 건드리면 파리지옥은 움직이지 않지만, 30초 안에 다시 건드리면 잎을 닫기 시작했다. 세 번 건드리면 잎을 완전히 닫는다. 네 번째 자극에 소화효소를 만들기 시작하고 다섯 번째에 소화효소가 분비된다.

연구팀은 “파리지옥은 잎을 닫고 소화효소를 만들 때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 감각모를 건드린 사실을 '기억'해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14년 이탈리아 피렌체대 연구진이 진행한 미모사에 대한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당시 연구팀은 미모사 화분을 푹신한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미모사 잎은 실험 초기에는 떨어질 때마다 잎을 접었지만 실험 시간이 길어지자 어느 순간부터는 잎을 접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6일 후 같은 실험을 다시 했을 때에도 잎을 접지 않았는데, 이 식물이 그 과정이 자신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이 식물이 약 4주까지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밝혀졌다.

최선인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