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중국이 ‘공산당 역사에 남는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상대국들이 잇달아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던 140억달러(15조4000억원) 규모의 인더스강 디아메르 바샤댐 사업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수력발전공사 무자밀 후세인 의장은 현지 매체인 익스프레스 트리뷴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 중단에 대해 “중국이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소유권, 운영 및 보수 비용, 추가 댐 건설 등에서 우리의 이익을 해치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디아메르 바샤댐 건설은 높이 272m, 시설용량 4500㎿(메가와트)로 완공되면 파키스탄 사상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소가 되지만, 국제금융기구들은 이 사업의 건설 예정지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쟁 중인 카슈미르 지역이어서 투자를 거절해왔다.
이번 사업 취소로 그간 순항해왔던 중·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이 제동에 걸리게 됐다. 2015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합의한 중·파키스탄 경제회랑은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을 잇는 3000㎞ 구간에 460억달러(약 50조6000억원)를 들여 고속도로·철도·송유관·광통신망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이 사업을 통해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뚫고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고, 파키스탄은 낙후한 인프라를 현대화해 경제 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 각각 반영됐다.
파키스탄 측에 따르면 중국은 이 댐 건설 비용을 조달하는 대신 소유권을 갖고, 건설 인력도 중국 싼샤댐 건설 경험이 있는 중국인 1만7000명으로 충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중국과 협력을 중단하고 자체적으로 14억 달러(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댐 건설 비용을 조달해 4천500㎿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이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네팔 정부도 앞서 지난 13일, 중국과 함께 추진해온 자국 내 최대 수력댐 건설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잇달아 제동이 걸렸다.
카말 타파 네팔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 국영 거저우바그룹에 25억달러(약 2조7500억원) 규모의 부디 간다키댐 건설 공사를 맡기려던 계획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네팔은 지난 5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하고, 한 달 뒤인 6월 1천200㎿급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거저우바 그룹과 체결했다. 그러나 타파 부총리는 "정부는 이 회사와 공사 계약이 변칙적이고 경솔했다고 결론 내리고 의회의 지침에 따라 계약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밖에 앞서 미얀마와 추진 중이던 현지 미트소네 수력댐 사업도 ‘환경 파괴’를 우려한 주민 반대로 무산됐고, 태국의 수도 방콕과 북부 나콘라차시마 간 250㎞ 고속철 사업도 중국의 대출 조건 등을 놓고 양국이 3년간 조율을 벌여오다,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마찰까지 겹치면서 난항에 빠졌다.
시 주석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당장(黨章·당헌)에 반영하며, 공산당 역사에 길이 남는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집권 2기 시작부터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대일로는 동·서남 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국과 유럽·아프리카를 육로(一帶)와 해로(一路)로 잇는 것으로,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 송유관을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토목 사업이 핵심이다. 그러나 건설비용을 금리가 높은 중국의 차관으로 진행되는 데다 공사도 중국인들이 도맡고 있어, 참여국들의 반발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