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올 가을 공산당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이 가열되면서, 증시를 무대로 한 정경(政經) 커넥션도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중국 경제잡지 차이신(財新)은 최근 중국 경제일보 산하 증권일보의 셰전장(謝鎭江) 사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쌍개(雙開·당적과 공직 박탈)처분을 받고 현재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증권일보는 최근 홍콩에서 실종돼 중국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샤오젠화 밍톈(明天)그룹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언론사로 밍톈 계열회사들이 증권일보 운영사인 증권전매(證券傳媒)의 지분을 36%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증시가 급락했던 2015년 8월 증권사와 언론사, 증권감독 당국이 연루된 주식 내부자거래 커넥션 조사에 나섰는데, 권력투쟁설로 비쳐지는 샤오 회장에 대한 조사가 정경 커넥션의 실체를 드러내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샤오 회장에 대한 조사가 권력투쟁설로 비쳐진 것은 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누나를 비롯해 당정 고위급 친인척의 재산증식에 연루됐기 때문이며, 당정 고위간부 친인척의 증시 커넥션은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비서실장 출신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반부패로 낙마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2014년 12월 링지화가 체포된 후 중국 언론에는 링지화 동생인 링완청(令完成)이 세운 ‘후이진리팡(匯金立方)자본관리공사’가 만든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은 뒤 상장한 기업들의 명단이 돌았다.
링지화는 부패혐의로 낙마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과 함께 시 주석 집권에 반대하는 정변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신4인방'에 속하며, 링완청은 현재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후이진리팡은 웹사이트도 없고 다른 증권사 지점망을 영업장소로 활용하는 등 은밀하게 움직여왔다. 후이진리팡의 수익 모델은 비상장기업에 투자한 뒤 조기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해 차익을 회수하는 것이다.
링완청을 도운 리량 증감위 투자자보호국장이 낙마했고, 이듬해인 2015년 12월엔 야오강(姚剛) 증감위 부주석(차관격)도 철퇴를 맞았다. 링지화 부패혐의에 연루돼 체포돼 작년 11월 내부자 거래 등의 혐의로 4년 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국유기업 베이다팡정(北大方正)그룹의 전 최고경영자(CEO) 리유(李友)도 권력투쟁의 희생양 중 하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전 CEO와 팡정증권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 투자회사인 정취안(政泉)홀딩스 창업자 궈원구이(郭文貴)회장이 올 1월26일 홍콩의 중화권매체 밍징(明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리유는 허수아비로 둘 사이의 분쟁은 권력투쟁의 일부였을 뿐이라며 리유의 후원자들이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있으며 후일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궈 회장은 2년 여 전 부패관료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미국 등지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사모펀드 업계에서 '신의 손'으로 불린 쉬샹(徐翔) 쩌시(澤熙)투자관리유한공사 총경리는 올 1월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죄로 5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쉬샹은 17세에 3만 위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뒤 40세에 개인 자산을 40억 위안 규모로 키웠지만, 2015년 11월 체포됐다. 중국 증시에서는 쉬샹과 연루된 상장사들의 전 고위 임원 조사설이 현재까지도 흘러나오고 있다.
쉬샹은 부패권력층과의 결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 일시 실종됐다가 정상 업무에 복귀한 중국 최대 투자회사 푸싱(復星)그룹의 궈광창(郭廣昌) 회장은 상하이방(幇)에 속하는 인물로 꼽힌다. 당시 궈 회장에 대한 조사를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하이방 포위작전의 신호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대한 압력’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증시의 검은 커넥션에 대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부패 조사 뿐 아니라 제도적인 보완도 병행돼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증시가 당정 간부와 재벌 등 힘있는 세력이 짜고 치는 도박판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될 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권성민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