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사초프 하원외교위원장 모스크바서 강연
"북 노동력·한국 자본결합… 극동개발에 연결”
‘러시아가 통일한국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북한에 군대를 진주해 비극적인 한반도 분단을 초래했던 역사가 있는 러시아가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고 프로세스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보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평화연구소’가 8일 국회 연례 정세보고서를 토대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과거 러시아의 전력에 비춰 역설적이지만, 최근 전개되는 동북아시아 모양새를 뜯어볼 때 설득력 있는 전망이다.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회 코사초프 위원장은 연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통일한국은 극동 러시아와 동시베리아 개발 과정에서 일본과 중국 세력에 대처하는 매우 현실적인 ‘밸런스’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이익에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한 통일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시베리아철도(TSR)와 남북한 종단철도를 연결하고, 북한의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을 결합해 극동 러시아와 동시베리아 개발에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사초프 위원장의 언급에는 러시아의 다급한 현실이 저변에 깔려 있다. 러시아는 과거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할 여력이 없다. 급성장하는 신흥경제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일원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실상은 원유와 천연가스의 국제가격 상승에 의한 단순한 경제구조여서 향후 동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유입이 급증하고 빈민 출신 중국인의 이민이 급속히 늘고 있어 이 지역의 ‘중국화’는 안전보장 측면에서 러시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외자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북방영토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는 일본과의 개발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 대안으로 러시아가 상정하고 있는 게 통일한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직전 극동 주지사 회의를 열어 “우리가 (철도 연결을) 하지 않으면 중국이 실현할 것”이라며 중국에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러시아로서는 극동 개발을 위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평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극동 러시아는 북한으로 가는 천연가스와 석유 파이프라인, 전력 공급망의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소련 시대 북한에 빌려준 수십억달러의 채권을 활용함으로써 큰 비용 없이 해결할 수 있다. ‘러시아 부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은 향후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면서 극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도쿄=정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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