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개발 계속 땐 일본도 핵무장해야"
[중앙일보 2006-03-09 05:27]
[중앙일보 예영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이 지난해 12월 미국 방문 당시 딕 체니 미 부통령 등 고위 관리들과의 회담에서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소 외상은 지난해 12월 2일 오후 백악관에서 체니 부통령과 회담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은 모두 핵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선 인도.파키스탄이 갖고 있고 북한도 있다. 북한이 이대로 핵개발을 계속하면 일본도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날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공식 회담에서도 "중국과 북한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이 기사는 또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외상을 수행한 외무성 관리들은 발언이 몰고올 파장을 우려해 본국으로 보내는 전문에서 핵무장 관련 발언을 뺐으며, 회담 후 기자 브리핑 때에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슈칸분슌은 발매(9일) 하루 앞서 제작한 견본판에서 5쪽에 걸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아소 외상이 총무상 시절인 2003년 마이니치 신문의 설문조사에서 "국제정세에 따라 핵무장 구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답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견본판 원고를 입수한 외무성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사실"이라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슈칸분슌도 기사에서 "공항 화장실과 자택 앞 등에서 아소 외상에 확인취재를 시도했으나 거부당했으며 서면 질의를 통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은 1971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 시절 핵무기 보유.반입.제조를 금지하는 '비핵 3원칙'을 발표한 이후 장관들의 핵무장 관련 발언은 금기로 여겨져 왔다. 99년엔 니시무라 신고 방위청 차관이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핵을 안 갖는 것은 위험하다. 일본도 핵무장을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인해 사임한 적이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