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송영희
건강한 이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받고 싶은 편지도 없는 날
그저 젖어 있는 들꽃 하나
조용히 바라보는 일입니다
짙푸른 노여움도 흘러가고
그대 젊은 모습도 흘러갔습니다
작별하는 나무들 사이로 그대
절룩이는 뒷모습이 보이고
적막강산 속에서 떠오르는 기찻길
남쪽으로 남쪽으로 사라집니다
시월상달 텅빈 들판에
슬기둥 같은 빗소리
배웅하는 일로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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