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초의 항우와 한의 유방이 패권을 겨루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의 군대에 한신이라는 무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본디 항우의 부하였는데, 자신의 제안이 번번이 항우에게 무시되자 유방에게로 온 것입니다. 승상 소하는 한신의 뛰어난 재능을 꿰뚫어보고 몇 번이나 유방에게 한신을 천거했지만, 유방도 그를 등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진이 멸망한 후, 유방은 한중 왕으로 봉해져 도성인 남정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한중 왕이라고 하나, 유방에게 주어진 영지는 깊은 산과 계곡을 몇 개나 넘어가야 하는 첩첩산중의 벽지였습니다. 험난한 산을 넘어가는 도중 기진맥진해진 병사들은 도망을 갔습니다. 한신도 더는 유방 곁에 있어 보았자 기용이 될 것 같지 않아 병사들과 함께 도망을 쳤습니다.
한신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고, 소하는 한 왕인 유방에게 이야기할 틈도 없이 도망치는 한신을 뒤쫓아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자가 잘못 알고는 유방에게 "승상 소하가 도망쳤습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승상이 도망을 쳤다니! 유방은 양팔이 잘려 나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에 소하가 돌아왔습니다. "승상까지 도망을 치다니요!" "아니, 저는 도망을 친 것이 아닙니다. 도망친 자를 쫓아갔을 뿐입니다. 한신이라는 남자를..." "도망친 자가 수십 명에 이르렀지만, 승상은 아무도 쫓아가지 않았소. 그런데 한신이라는 자는 왜 쫓아 간 거요?" "다른 자들은 얼마든지 도망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신은 다릅니다. 한신이야말로 우리나라에 둘도 없는 인물입니다. 벽촌의 한 왕에 머무를 생각이시라면 몰라도, 천하를 다툴 생각이시라면 그 남자 외에는 달리 큰일을 함께 도모할 인물이 없습니다." "승상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럼 한신이라는 자를 대장군으로 삼도록 하지." 유방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소하의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장군으로서 전권을 쥐게 된 한신은 그 후 차례 차례 훌륭한 전략을 전개하여 마침내 유방을 천하의 패자로 만들었습니다. 이 일화로,한 나라에 둘도 없는 뛰어난 인물이라는 국사무쌍(國士無雙)이란 고사성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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