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씬위(心語)

[SOH] 사서(史書)의 기록을 보면 한 현을 다스리는 우두머리인 장관의 이름이 왕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령(縣令), 현장(縣長), 현윤(縣尹) 등의 다양한 호칭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명, 청(明淸)시기에 이르러 현의 정사를 주관하는 장관(長官)의 호칭이 지현(知縣)으로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의 장관을 지현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현(知縣)에서 지는 주재하고 관리한다는 뜻으로, 즉, 하나의 현을 주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역사적으로 지현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당나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 중기에는 현에 잠시 현령 자리가 빌 경우 그 현에서 현령의 사무를 보조하던 관리 중에서 현령을 대신해 사무를 주재하는 보좌관을 두었습니다.

이를 가리켜 지현사(知县事)라고 했으며 이는 임시 직책으로 정식 현령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5대(五代)에 들어와 중국이 다시 한 번 큰 분열위기를 맞으면서 전란이 빈번해지고 정치가 혼란해졌습니다.

당시 각 현의 아전들은 사욕을 채우기에 바빴으며 현령마저 무능한 사람이 맡게 되자 관리들은 부정부패와 뇌물수수를 일삼으며 백성에게 가혹한 세금을 거뒀습니다.

이에 송나라 초기, 지방 행정의 수준을 높이고 현령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송 태조(太祖)는 전과 달리 조정에서 관원을 파견해 현의 사무를 관장하게 했습니다.

이때 지현사(知县事)는 여전히 임시 관직이었고 지방에 파견된 관리는 조정에서 다른 직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현의 정식 장관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송나라 말년에 이르러 현령을 폐지하면서 직접 지현을 설치하기에 이릅니다. 명나라 때 들어와 지현은 곧 현 급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됐고 청나라에 들어와서도 이 용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게 된 것입니다.

사실 한 현의 정무를 주관하는 행정관리는 멀리 주나라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주나라 때는 현정(县正)이라 했고, 춘추시대에는 제후국마다 명칭이 달라 재(宰), 윤(尹), 공(公) 등으로 불렸습니다.

진한(秦漢) 시기에는 1만 호(戶) 이상의 큰 현은 현령이라 했고 1만 호 미만의 작은 현에서는 현당이라고 불렀습니다. 당나라 때에도 현령이라고 했지만 7가지 등급으로 현을 나눴으며 송나라 때는 지방관을 모두 조정에서 파견했습니다.

당시 현의 사무를 주관하던 관사의 정식명칭은 지모현사(知某县事)였으나 이를 줄여 지현이라고 했습니다.

원나라 때는 몽고족(蒙古族)이 중국을 통치하면서 다루가치(達魯花赤, 고려 후기에 원나라가 고려의 내정을 간섭하기 위해 설치한 민정 담당자)를 설치했는데 현윤(縣尹)을 부책임자로 뒀습니다.

명, 청시기에 이르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송나라 제도를 본떠 지현이라고 불렀으며 현재 중국에서는 현장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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