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사극에 보면 종종 문무백관이 천자를 알현할 때 각자 금란전(金鑾殿) 양측에 서서 손에 홀(笏)이라 불리는 가늘고 긴 나무판을 든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고대에 대신들이 천자를 알현할 때 왜 손에 홀을 들었을까요?
홀은 홀판(笏板) 또는 수판(手板)이라고 하는데 광운에는 '홀은 일명 수판이라 하는데 품계(品階)를 가진 관리들이 집던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기 하본기(史記 夏本紀)에도 학자 정강성(鄭康成)이 단 주를 보면 '홀이란 신하가 군주를 알현할 때 손에 잡던 것으로 명령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군주 역시 홀을 지녔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외에도 문무대관의 품계가 다르면 각기 잡는 홀판의 재질도 달라졌습니다.
품계의 높낮이에 따라 옥, 상아, 대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옥홀, 상홀 등의 구별이 있었습니다.
가령 예기 옥조(禮記 玉藻)에 보면 '홀은, 천자는 아름다운 옥으로 했으며 제후는 상아로 했고 대부는 물고기 수염무늬가 있는 대나무로 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또 홀판의 길이에도 규정이 있었는데 예기 옥조에는 홀의 길이를 2척 6촌이라고 했습니다.
홀판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고대에 대신이 조현할 때 천자의 명령이나 지시를 기록하거나 또는 천자에게 상주하는 문장의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석명(釋名)에 보면 '홀이란 갑자기 잊는 것을 방비한 것이다(笏，忽也，備忽忘)' 라고 했습니다.
또 예기 옥조에는 '무릇 군주 앞에서 글을 쓸 일이 있으면 홀을 사용했고 군주 앞에서 명령을 받을 때도 홀에 글을 썼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천자를 알현할 때는 홀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 군주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며 시선을 홀 판에 두는 것도 천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습니다.
예기에도 기록이 있지만 홀판은 이미 상주(商周)시기부터 쓰였습니다.
각 조 대마다 홀의 사용에 관한 규정은 달랐지만, 명나라 이전까지는 1품에서 5품까지의 고관들은 모두 상아로 만든 상홀을 사용했으며 이를 상간(象簡)이라고도 했습니다.
명나라 때부터는 4품 이상의 고관들은 상홀(象笏)을 들었고 5품 이하는 목홀(木笏)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청나라에 들어와서는 만주족의 풍습과 예절이 달라 홀 판이 폐지되어 더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고대에는 군주를 만날 때면 늘 홀 판을 들어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을 기록했고 쓰지 않을 때는 요대에 꽂아뒀습니다.
이 동작을 가리켜 진홀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진은 꽂는다는 뜻입니다.
홀판은 중국 고대에 지위의 상징으로도 쓰였습니다.
북사(北史) 이목전(李穆傳)에 '그 문중에서 상홀을 잡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한 가문에서 100명이 넘는 고위 관리가 배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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