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전편에 이어) 지휘자였던 마사 폴은 자신의 딸이자 성가대의 피아니스트인 마릴린 폴 때문에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저녁식사 후 잠깐 낮잠을 자겠다던 마릴린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릴린은 연습 시작 10분 전인 7시 20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고, 마사와 그녀의 딸은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다.
성가대원인 허버트 키프는 교단 본부에 보내야 할 중요한 편지가 있었지만 공장에서 선반가공을 생업으로 삼던 그는 최근 늘어난 업무에 편지를 제때 보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오늘 밖에 시간이 안되겠어” 교회로 향하던 하버트는 차를 우체국으로 돌렸고 편지를 보내느라 지각을 하게 되었다.
기묘한 우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난로에 불을 붙였던 월터 목사는 오랫만에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후 가족을 데리고 교회로 다시 돌아오려 했다.
그런데, 식사 중에 딸의 옷에 음식이 튀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갈아입을 옷이 없었던 탓에 아내가 딸의 옷을 빨고 다림질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시간을 확인해가며 차를 몬 월터는 가까스로 제시간에 교회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아니,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불타는 잔해를 바라보던 월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계가 5분 늦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성가대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던 15살의 라도나 반더그리프트는 학교에서 숙제로 낸 기하학을 열심히 풀고 있었다.
성가대 연습 전에 숙제를 모두 끝내자고 결심한 그녀는 문제에 너무 몰입해 버렸고 이미 7시 20분이 지났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같은 성가대원인 로예나 에스테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교회에 갈 수가 없으니 차를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네브래스카주는 14세부터 성인의 감독 하에 운전 가능)
이 말을 들은 라도나는 그제서야 자신이 지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라도나와 로예나, 그녀의 여동생인 새디는 제 시간에 교회에 도착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성가대에서 알토를 맡고 있는 18살의 루실 존스는 에드가 버겐이 출연하는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This is your Life'에 푹 빠져 있었다.
“오늘 딱 하루 정도는 연습에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또 다른 성가대원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루스 슈스터는 “선교사 모임을 준비 중이니 도와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연습 전 친정에 들렀고, 어머니를 돕는 것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고 말았다.
교회 바로 건너편에 살고 있던 성가대원 조이스 블랙 라리모어는 그날따라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따뜻한 침실을 떠나 추운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조이스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5분만 있다가 출발하자”를 되뇌였고 그 결과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성가대원들과 목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우연찮게 각종 사건사고가 터졌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스로에게 되물어봐도 대체 어째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그날따라 했던 것인지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누군가의 의지가 우리를 교회에 보내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날 따라 머리 모양이 잘 잡히지 않아 한참을 헤어드라이기와 씨름을 했던 사람, 갑자기 온몸에 한기를 느껴 몸을 데우느라 시간을 지체한 사람, 심지어 아무 이유도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연습에 늦은 사람까지 있었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 십수 명의 사람이 목숨을 구했다는 이 놀라운 사건은 당시 신문기사와 각종 잡지를 휩쓸었다.
이 사건을 조사했던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하다.
전례없는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신도들은 힘을 합쳐 같은 위치에 다시 교회를 재건했고 이 날의 ‘기적’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시 성경에 손을 대고 선서할 정도로 기독교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국이었기에 이 사건은 당연하게도 오랫동안 회자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미국에서 ‘기적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구전되고 있다. (끝)
기묘한 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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