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쯔쉬(林子旭 시사평론가)
[SOH] 지난 9일 중공 광둥성 서기 왕양(汪洋)이 광둥성 제11차 대표대회에서 금기를 깨고 “우리는 인민의 행복이 당과 정부가 베푼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왕양은 이후에도 연달아 놀라운 발언을 이어갔다. 13일에는 여러 매체 앞에서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꾀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는다. 우리 수중의 권력은 인민이 부여한 것으로 다만 인민의 이익을 위해 쓸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14일 네티즌과 나눈 대화에서 왕양은 “방금 어떤 네티즌이 쪽지로 건의를 했는데 이런 댓글은 진실하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이 웨이보에 남긴 말을 직접 가서 보는 것이다. 그것은 진실한 것이며 사실 나는 매일 웨이보에 남긴 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자세히 음미해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왕양은 자신이 보는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이 진실하지 않다고 했는데 이는 우마오(五毛 인터넷 댓글 알바)들의 교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왕양이 지금은 웨이보를 보라고 말하지만 내일은 아마 ‘인터넷봉쇄를 뚫어보라’고 제안할지도 모른다. 왕양은 이처럼 간단한 말 한마디로 현재 중공의 인터넷 통제 상황 및 진실한 정세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올해 들어 왕양은 자주 놀라운 행보를 보여왔다. 양회(兩會)기간에는 외신기자들에게 “기득권 세력의 개혁에 대한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권당과 정부가 선봉에 서야 한다”라고 명확히 표시한 바 있다. 최근 왕양은 또 광둥에서 ‘고위공무원들의 재산신고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고 선포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왕양의 행보가 순전히 개인행보인지 아니면 중공 개혁파의 동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당연히 후자로 본다. 왜냐하면 왕양이 “인민의 행복은 당이 베푼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아무런 타산도 없이 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민일보는 14일자 5면에 정치개혁에 관해 전면특집기사를 실었다. 비록 이 신문의 1면에는 중공의 기존 ‘정치개혁의 성과’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또 5면 마지막 부분에는 ‘절대 서양의 정치모델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인민일보가 전면에 걸쳐 정치개혁을 크게 다룬 것은 중공 역사상 아주 드문 일이다. 왕양과 인민일보의 표현은 필자로 하여금 양회에서 원자바오가 한 발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당시 원자바오는 정치체제 개혁의 성공이 없이는 이미 얻은 성과도 다시 잃을 수 있으며 문화대혁명과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각종 현상이 표명하다시피 비록 많은 사람들이 경시하는 체제 내의 정치개혁이건 아니면 정말 핵심적인 것에서부터 개혁을 하건 중공 지도부는 정말로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공 지도부는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몰락에 이르게 될 뿐이며 어쨌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동시에 왕양의 각종 표현이 설명하다시피 현재 중공 당내에서는 후-원 일파가 절대 우세를 차지하고 있으며 후-원은 또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기초를 다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부터 보자면 필자는 개혁파가 점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며 지금은 여론조성단계로 보아야 한다. 동시에 광둥성이 중공 정치개혁의 시험장이 될 것이다. 왕양은 아마도 암암리에 후-원의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최근에 한 기사에서 후-원이 저우융캉에 대해 “뜨거운 물로 청개구리를 삶아 죽이는” 전략을 취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필자는 후-원이 청개구리를 삶는 동시에 정치개혁을 준비하는 업무를 암암리에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회진보를 가로막는 청개구리를 제거하고 나면 정치개혁 역시 정식으로 시작될 것이다.
현재 중공 지도부의 문제는 개혁을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중공이 어떤 개혁을 하건 이번에는 반드시 여러 가지 민감한 문제들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혁을 하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오늘 중공 정치체제는 서로 단단히 물려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중공 전체 체제에 진동을 가져올 것이다. 모두 보았다시피 왕양의 한마디 말에 얼마나 강력한 파급효과가 있는가? 중공 개혁파도 이 모든 것을 이미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앞으로 중공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조용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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