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해 ’평등하고 상호존중에 기초한 무역 협상‘을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던 한국기업이 소유 관리하는 광고판이 사전 통보나 보상 약속 없이 하룻밤 새 당국에 의해 강제 철거돼, 정작 현실에선 외국 기업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중국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1일 광고판 관리업체 IMS와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 산하 공기업이 동원한 300~400여 명의 철거반이 29일 오후 10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대형 크레인과 용접기 등을 동원해 창안제(長安街) 동서쪽에 있던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광고판 겸 버스정류장 120여 개를 모두 철거했다.
이들 광고판은 창안제에서 톈안먼(天安門)까지 이어지는 베이징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인근에 LG 빌딩 등 한국 대기업들도 있어 대표적인 한국기업들의 홍보 장소였다.
철거된 광고판들은 한국 업체 IMS가 2025년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해당 베이징시 공기업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IMS는 계약 만료(2017년 말)를 2년 정도 남긴 2015년, 항일전승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맞춰 경관을 정비해달라는 베이징시의 요구에 따라 광고 시설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수십억을 투자하고, 계약 기간을 2025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계약 주체인 공기업은 지난해 갑자기 경관 정비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IMS는 이에 대해 베이징 당국과 보상 대책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했다.
베이징 시 당국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한국기업의 옥외광고 70여개를 강제 철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사전 통보나 보상 대책에 대한 통지는 없었다.
시 당국의 일방적인 강제 철거로 IMS 측은 광고 중단으로 인한 광고주 배상 등을 포함해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베이징시 당국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보상 대책 등에 대해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없었으며, 공기업 측은 사법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만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줄곧 떠들고 있는 ’기업에 대한 공평 대우‘에 전혀 부합되지 않으며,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말과 행동이 다른 중국 비굴한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오사카 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해외 기업에 대한 전면적 평등 대우‘, ’시장 추가 개방‘, ’수입 자발적 확대‘, ’기업 경영 환경 개선‘, ’대대적인 경제 무역 협상 추진‘ 등을 공언했고, 앞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지난 20일 19개 글로벌 기업 CEO들을 만나 ”시장 친화적이고 국제화한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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