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19개 호주 주요 일간지들이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신문의 1면 기사 제목과 본문 내용이 검은 선으로 지우는 ‘1면 가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면에는 ‘보도금지’라는 붉은 도장이 찍혔고 그 아래에 ‘정부가 당신에게서 진실을 알리려 하지 않을 때 그들은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가?’라는 문구가 달렸다.
21일(현지 시각)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오스트레일리안>, <데일리텔레그래프>,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주요 언론사들이 연계한 이번 캠페인은 호주 당국의 내부고발자와 그에 대한 보도를 한 언론사 및 기자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현지 단체 ‘알 권리(The Right to Know) 연합’의 주도로 진행됐다.
지난 4월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한 기자는 ‘호주 정보기관이 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 전자정보기관을 만들려고 하자 호주 정부 내에서 이를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얼마 후 경찰은 이 기자의 집을 6시간 넘게 압수수색했다.
지난 6월 호주 연방 경찰은 호주 공영방송 ABC 시드니 본사와 뉴스코프 소속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 기자는 앞서 4월 호주신호부(ASD)가 불특정 다수 국민의 이메일과 은행거래 기록, 문자 메시지를 사찰하는 전자정보 전문 취급기관을 만들려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같은 시기 또 ABC의 다른 기자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호주 특수 부대의 전쟁범죄 의혹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정부 기밀문서 유출’이었다. 또 이 보도와 관련해 전직 육군 법무관도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들이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디오스트레일리안과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도 캔버라 사옥을 압수수색 당했다.
고령자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한 지역 요양원 목록과 호주 농지의 해외 매각 현황을 해당 자료가 포함된 정부 문서를 바탕으로 보도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마이클 밀러 호주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호주 국민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권리를 제한하려는 정부를 의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알 권리 측은 2011년 9.11테러 이후 지난 20년 동안 70여 개의 테러 및 안보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언론의 자유와 보도 능력을 약화시키고, 내부 고발자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현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권 관련 법률이나 헌법에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을 갖고 있지 않다.
‘알 권리’ 측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언론 탄압에 이용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국가안보법의 면책 적용을 골자로 하는 6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으며, 호주 언론들은 공공 부문 내부고발자 보호와 함께 명예훼손 법률의 개선 등을 촉구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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