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16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베이징과 다롄에서 두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 코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주요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략적 의도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25~28일과 지난 7~8일 각각 베이징과 다롄에서 회동한 것을 언급하며, 특히 김정은이 다롄을 방문한 이후 한국과 미국에 대한 자세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이 북한에 적극적으로 밀착하는 데 대해, 뉴욕 타임스(NYT)는 전날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문제’를 미중 무역 갈등에서 유리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한국에 강경한 대응을 취하도록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과 밀착 행보 중인 북한은 지난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 회담’을 갑작스레 취소한 데 이어, 같은 날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재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각 회담을 취소 또는 재 고려하는 데 대한 이유로 한미 연합 훈련인 ‘맥스선더’와 미국의 일방적인 핵 포기 강요를 내세웠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핵포기를 계속 강요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을 재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담화에서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핵 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강한 안전 보장을 공언하며 직접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미국이 먼저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며 북한과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여러 차례 거론한 ‘선 핵 폐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과는 선을 그으며 김정은 정권의 집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공언해 체제 보장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도 이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식 해법과 관련해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비아 모델에선 핵 폐기 대가로 제재 완화 및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긴 했으나 카다피 정권에 대한 체제 보장이 없었던 반면, ‘트럼프 모델’에선 김정은 정권을 보호하며 대규모 경제적 지원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이 결렬될 경우 ‘다음 단계(the next step)’로 넘어갈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북한이 핵 합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북한의 반발에 대해서도 미국은 회담 일정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NEWSIS)
곽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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