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23일 ‘불의 고리’로 불리는 일본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국 알래스카 주 등 환태평양 조산대 4곳에서 화산 분화와 지진 등이 발생해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 일본, 용암 분화로 1명 사망, 10여명 부상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오전 9시59분경 일본 군마(群馬)현 북서부의 구사스시라네산(草津白根山)의 주봉(主峰)인 모토시라네산(本白根山)(2천171ｍ)에서 분화가 발생해 인근에서 훈련 중이던 자위대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이들은 군마현 소마가하라(相馬原) 주둔지 소속으로 당시 모토시라네산 인근에서 스키 훈련을 하던 중 분화시 발생한 눈사태로 변을 당했다.
이와 함께 이날 분화로 뿜어져 나온 분석이 구사스시라네산 인근에 위치한 '구사쓰 국제스키장'으로 날아와 스키장 휴게소 지붕을 뚫거나 곤돌라 유리창을 깨면서 최소 5명이 다쳤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구사스시라네산 주봉에서 분화가 발생한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정상에서 반경 2㎞에 분석이 날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화산경계 레벨을 2에서 3으로 격상하고 입산 규제를 명령했다. 일본의 화산 경보는 심각도에 따라 ‘유의’ 단계인 레벨1부터 ‘피난’ 단계인 레벨5까지 5 단계로 분류된다.
모토시라네산은 도쿄 도심에서 직선거리로 150㎞ 떨어진 곳으로, 수도권 인기 관광지인 구사스 온천과도 가깝다.
■ 필리핀 마욘산, 대규모 폭발 임박
필리핀 중부 알바이 주에 있는 마욘화산도 화산재와 용암을 격렬하게 분출하면서 대규모 폭발이 예고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마욘화산 분화구에서는 화산재와 용암이 각각 3㎞, 700m까지 상공으로 분출됐다.
필리핀 재난 당국은 이 화산이 수 시간 또는 수일 안에 대규모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마욘산의 위험 단계를 3단계(위험한 폭발 가능성 증가)에서 4단계(위험한 폭발 가능성 임박)로 상향 조정하고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위험지역을 마욘화산 반경 8㎞에서 9㎞로 확대했다.
알바이주 전역에 선포된 비상사태로 인근 지역 주민 5만6000여명이 긴급 피난길에 나섰고 인근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들은 모두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마욘화산은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한국 외교부는 해당 지역에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2단계 황색경보를 발령했다.
인도네시아와 알래스카주 남부 해역에서는 각각 지진이 발생했다.
■ 알래스카 해역서 7.9 강진
같은 날 0시 31분경 미국 알래스카주(州) 남부 코디악 섬에서 남동쪽으로 280km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10㎞다.
미 CNN 방송 등 현지 언론은 이번 지진으로 알래스카 남동부와 알래스카 반도와 알류샨 열도,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등에 각각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고 하와이주에는 주의보가 발령됐다.
■ 인도네시아 6.0 지진
이날 오후 1시 34분경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인도양에서도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자바 주 수카부미 리젠시 플라부한라투 항(港) 서쪽 53㎞ 해저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43킬로미터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이번 지진으로 진앙과 인접한 서부 자바 주와 반텐 주에서 최소 130여 채의 주택과 공공시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에 따르면 자바 주 치안주르에서는 지진으로 학교 지붕이 무너져 중상자 6명을 포함해 학생 8명이 다쳤다.
이번 지진으로 자카르타 도심에서는 건물들이 심하게 흔들려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달 15일 밤에도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건물 수십 채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한 바 있다.
화산 분화와 지진이 발생한 이들 지역은 모두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활·휴화산의 75%가 집중돼 있는 이 ‘불의 고리’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파푸아뉴기니,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타이완 섬, 일본을 거쳐 베링 해와 알류샨 열도를 돌아 안데스 산맥과 티에라델푸에고까지 이르며, 남극의 일부도 포함된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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