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16,015,700,000,000원을 배상하라
김정일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금은 얼마나 될까?
김정일의 유치한 장난질도 얼마남지 않았다
유치한 세상이다.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오랜 경륜과 연구성과를 조롱하여 반격하고, 대중은 이에 ‘속이 시원하다’ 박수를 치며, 인기에 영합한 그들은 더욱 독설과 비아냥으로 가득 찬 말과 글을 신나게 쏟아낸다. 이른바 시사평론가라고 불리는 진중권씨 같은 사람이 그런 대표적 인물일 것이다.
유치해서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그와 팬들은 그것을 ‘승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래, 너희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라’ 하고 내버려두고 싶어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내버려둘 수도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그를 예로 들었지만 이런 유치함은 지금 우리사회에 차고 넘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야말로 사기꾼들의 백화제방(百花齊放)이요, 바보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북한도 우리 내부의 이런 유치함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이번에 참으로 유치한 짓을 해왔다. 북송 장기수들을 시켜서 그동안 남한에서 받았던 피해에 대한 배상을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막무가내로 ‘1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받아먹더니 참 배포도 커졌다.
하긴 북한의 유치함도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말도 안 되는 억지와 투정을 부리면서 회담 테이블을 걷어차는 것은 지난 30여 년간 쭉 보아왔던 일이고, 그들 내부의 수령우상화는 그야말로 유치찬란함의 극치를 달린다. 예컨대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귀틀집’과 그 뒤에 있는 ‘정일봉(正日峯)’과의 고도차가 김정일의 생일과 일치하는 216m라니, 그것이 맞든 안 맞든 유치한 창작냄새에 속이 메스꺼울 정도이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초상화를 닦는 헝겊은 아무 것이나 사용할 수 없어 ‘초상화 닦기 전용’의 고운 천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그 헝겊도 아무데나 내던져놔서는 안되고 ‘정성(精誠)함’이라는 상자에 가지런히 준비해두어야 한다. 또한 도처에 있는 김일성 동상은 팔다리를 분리할 수 있게 되어있어, 전시(戰時) 1호 행동강령은 수령님의 동상과 초상화를 지하로 대피시키는 것이라니, 이런 유치한 우상화 놀음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북한산 비봉(碑峯)에 올라갈 때마다, 그곳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풍치를 감상할 생각은 않고 도대체 무엇으로 긁었는지 자기 이름 석 자를 새기고 간 사람들의 유치함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북한은 전국 명산(名山)의 멀쩡한 절벽에다 수령님의 위대함을 수 만자씩 새겨 두고 있으니 이런 ‘낙서행위’를 국가차원에서 버젓이 행하는 나라도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나중에 그 낙서들을 다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이 내 고민 가운데 하나다.
상대가 유치하게 나와도 우리는 유치해지지 말아야 할 텐데, 상대가 워낙 유치하고 저질스럽고 비겁하게 나오니 우리도 때론 유치하고 저질스럽고 비겁하게 대응해야 할 때가 있다. 이번에 북송장기수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보면서 남북한 인민들과 세계 인류가 김정일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면 얼마를 요구해야 할까 하는, 유치한 계산을 해보았다．아니,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만 계산해보자．
먼저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3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지도자의 방치와 정부의 무능함이 만들어낸 인류최대의 학살극이다. 3백만 명이며 대략 1백만 가구, 가구당 5,000달러씩만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50억 달러이다.
다음으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 이들 대부분은 정말로 무슨 범죄행위를 저질러서 간 사람들이 아니다. 대개는 부지불식간에 체제를 비판하는 혼잣말을 했거나 외부 라디오를 들었다는 식의 죄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들을 죄인이라고 해도, 북한 내부 형법 어디에도 없는 연좌제를 적용해 그 가족들까지 모두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
이들은 숫자는 대략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배상금은 수감 연한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겠지만 최저치로 추정해 평균 10년으로 잡고, 수용소의 극심한 인권유린을 감안하면 죄송하지만 하루에 30달러 씩으로 치면 1인당 10만9천5백 달러씩의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가운데 유일하게 출소가 가능한 요덕수용소 혁명화 구역의 출소자들을 합하면 북한내 정치범수용소 피해자들의 숫자는 더욱 많겠지만, 10만 명이라고 하여도 김정일은 이들에게 총 109억5천만 달러를 배상해줘야 한다.
어디 이 뿐인가. 바로 어제(9일) 북한에 납치되었다 사선을 넘어 남한으로 돌아온 분들이 김정일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했는데, 북한에 납치되었던 일본인들, 그리고 계속 밝혀지고 있는 태국, 레바논, 중국, 말레이시아 납치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이들에게도 수 십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이들을 대략 600명 정도로 잡고(전쟁 후 한국인 납치 피해자만 500명에 이른다),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배상을 해준다고 하면, 6,570만 달러이다.
배상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이보다 많고도 많지만 여기까지만 합산해보아도 160억1천5백70만 달러(16조157억원)이다. 자, 김정일씨. 스위스은행 비밀계좌를 풀어놓기 바란다. 거기에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배상금을 지급해주고 나면 지금까지 당신이 즐겨 먹던 프랑스산 꼬냑 '헤네시XO'를 한국산 위스키 '딤플'로 바꾸는 수고 정도는 하셔야 할 것이다.
당신의 유치한 장난이 결국 우리에게 이런 계산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 장난질을 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동안 맘껏 재롱을 부려보길 바란다. 유치한 정권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은 방식으로 최후를 맡게 될 것이다. 모든 유치한 정권이 마찬가지다.
곽대중 (DailyNK 논설위원)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20 1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