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베이징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자주 메모지에 눈길을 돌리는 등 이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사회에서는 금융위기를 재빨리 극복한 중국이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원 총리는 갈수록 커지는 국내 모순 대응에 고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었을 때 열린 작년 전인대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경기자극책으로 ‘8%성장’을 사수한다는 방침을 내세워 목표를 달성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은 올해에도 전년을 웃도는 1조 500억 위안의 적자예산을 편성하고 성장 노선을 유지, 실업률 상승 억제 등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빈부격차 확대 등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인대 개최를 앞두고 중국 포털사이트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민생개선’은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변이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조사에서 중국의 부자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이와 동시에 유엔의 빈곤선 이하의 국민도 2억명 가깝게 있고 대부분 농민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은 발족한 이래, 해마다 ‘1호문건’을 통해 농촌문제를 최대 중요 과제로 내걸어 왔고 이번 전인대에서도 ‘3농(농업, 농촌, 농민)’ 대책을 중점 항목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농촌 개혁에는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고 공공투자와 외자에 의존하는 성장 노선과는 모순되는 면도 있다.
또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금융완화에 힘입은 부동산 개발로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상승을 거듭해 자산 버블의 위험에도 직면해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상승세로 변하면서 국민의 생활은 불안하고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분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인대는 올해에도 유력한 반부패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수년 이래의 현안인 ‘양광법안(관료들의 자산 공개법)’ 역시 보류되어 감시기능 강화도 탁상공론에 그칠 것 같다. 사법계 수뇌나 감시기관 간부가 적발되는 심각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산 공개에 대한 관료들의 저항이 뿌리 깊다고 한다.
원 총리의 기자회견은 항상 질문자와 질문 항목을 사전에 검열 받아야 한다. 그렇다 쳐도 특히 올해에는 민감한 질문이 일절 없었다. 민주화, 인권, 인터넷 규제 문제나 티베트, 위구르 문제도 없었고 군비 증강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한 기자가 없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이 많은 일본과 한국 기자들에게는 아예 질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원 총리의 기자회견은 예년 이상으로 관리, 통제된 인상이 강했다. 이는 중국을 둘러싼 정세가 미묘하고 복잡해져 국내외 여론의 동향에 신경질적이 되고 있는 표현이다. 이번 전인대를 전반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경제발전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에 응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산케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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