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17회] 헛헛한 날은 山寺를 찾아가자
<題破山寺后禪院 제파산사후선원>
요즈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조류는 평범한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또 출세지향의 과도한 실리추구는 지나친 경쟁을 불러와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한다. 이러한 때 짧은 시간이라도 현실을 잠시 떠나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마음을 비워 보고 싶어 山寺체험(템플스테이)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성당(盛唐 : 713∼761)의 시인 상건(常建)도 잠시 우울한 속세를 멀리하고 이른 아침 산사를 찾아 나섰다. 우리도 마음이 헛헛한 때는 조용한 산사를 한번 찾아가 보자.
題破山寺后禪院 파산사 뒤 선원에서 짓다 常 建
제파산사후선원 상 건
淸晨入古寺 맑은 새벽 옛 절로 들어가는데
청신입고사
初日照高林 갓 떠오른 햇살이 높은 숲을 비춘다.
초일조고림
竹徑通幽處 대나무 오솔길은 그윽한 곳으로 통하고
죽경통유처
禪房花木深 선방은 꽃과 나무들 속에 깊이 묻혔다.
선방화목심
山光悅鳥性 산 빛은 새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 울게 하고
산광열조성
潭影空人心 연못 그림자는 사람의 마음을 비워준다
담영공인심
萬籟此俱寂 온갖 소리가 다 이렇게 고요한데
만뢰차구적
惟餘鐘磬音 오직 종소리, 경쇠 소리만 은은히 들려온다.
유여종경음
[주석] 淸晨청신(신선하고 맑은 이른 새벽), 晨 신(새벽), 古寺 고사(파산사), 初日 초일(아침 해), 徑 경(길/지름길), 幽處 유처(깊고 그윽한 곳), 悅 열(기쁘다), 潭 담(못), 籟 뢰(소리/퉁소), 萬籟 만뢰(온갖 소리), 俱 구(함께/모두), 餘 여(남다), 磬 경(경쇠/옥이나 돌로 만든 악기)
[해설] 이 시는 이른 새벽 사찰 선방(禪房)의 그윽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읊었는데 선미(禪味)가 있고, 산수에 의탁하여 은일(隱逸)한 심정을 나타냈다. 파산(破山)은 지금의 강소성 상숙(常熟)이고, 여기의 사(寺)는 흥복사(興福寺)이며 남제(南濟) 때 지은 사찰로 당나라 때는 이미 고찰이 되었다.
맑고 깨끗한 새벽에 파산사를 찾았는데, 아침 해가 막 떠올라 산 위의 나무 숲을 비춘다. 대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그윽하고 깊숙한 후원으로 들어가니, 문득 선방(禪房)이 꽃나무와 수림 속에 묻혀있다.
미묘(美妙)한 산의 빛깔과 풍광(風光)은 새들을 기쁘게 노래하게 하고 또 맑은 못가에 서니 몸과 마음을 찌들게 한 홍진(紅塵) 세상의 잡념이 순식간에 씻어지는 듯하다. 선방이 위치한 경치와 이때 느낀 심정은 아마 불교 공문(空門)에서 말하는 선열(禪悅)의 오묘함을 맛보았을 법하다.
세속의 일체 번뇌를 벗어 던지는 순간 대자연과 인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다 사라지는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종소리와 경쇠(磬)소리가 들려온다. 이 은은하고 낭랑하게 메아리쳐 들려오는 불음(佛音)이 사람들로 하여금 순정(純凈)한 기쁨의 경계로 들어가게 하고, 그곳에 대한 동경(憧憬)마저 불러일으킨다.
“竹徑通幽處 禪房花木深”은 절창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또 “山光悅鳥性 潭影空人心”은 깨달음을 나타내는 기발한 문구라 하겠다.
상건(常建, 708?∼765)은 盛唐(성당)의 시인으로 장안(長安)사람이다. 현종 때(727) 약관의 나이로 진사에 합격하였으나 벼슬길이 순탄하지 못했다. 산수 간에 노닐면서 산수전원을 소재로 하여 많은 시를 지었고, 시풍은 왕유·맹호연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