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16회] 달빛 속에 어리는 고향
<靜夜思,정야사>
성당(盛唐 : 713∼761)시대는 唐詩당시의 전성기였는데, 하지장· 이백·두보·왕창령 등 무수한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 구절들이 천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이 성당시절 絶句절구(4행시)의 최고봉은 이백과 왕창령이라 하는데, 이백이 더욱 自然자연스러워 왕창령보다 한수 위라고 한다. 특히 이태백의 절구는 흔히‘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여 이루어진 것이다’하여 소위 완전무결하다는 의미로 天衣無縫천의무봉이라 평한다. 다음의 靜夜思정야사가 바로 이러한 대표적 본보기라고 한다.
靜夜思 고요한 밤의 상념 李 白
정야사 이 백
牀前明月光 침상 앞에 비쳐드는 달빛이 밝기도 하여
상전명월광
疑是地上霜 땅위에 서리가 내렸나 의심하였네.
의시지상상
擧頭望明月 머리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거두망명월
低頭思故鄕 머리 숙여 문득 고향을 생각하네.
저두사고향
[주석]牀 상(평상/침상), 疑是 의시(…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다), 霜 상(서리), 擧 거(들다), 低 저(낮다/숙이다)
[해설]인생, 문학, 술 등에서 걸릴 것 없이 표일(飄逸)한 삶을 살았던 이백도 문득 사무친 망향(望鄕)의 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자리에 누워 우연히 눈에 띈 달빛을 소재로 하여 고향이 그리워 지은 시이다. 이 짧은 시는 참신한 상상력의 흔적도, 그렇다고 정교하고 화려한 표현도 없이 다만 평범하게 서술하는 형식으로 나그네의 고향생각을 담담히 그렸다. 그러나 도리어 그 의미가 심장하여 읽을수록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구(起句) ‘침상 앞에 비쳐드는 달빛이 밝기도 하여’(牀前明月光)에서 나그네가 깊은 밤에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었는지 잠 못 들어 하는 때에 정원은 적막한데 창문을 통해 달빛이 침상에 비쳐든다.
승구(承句) ‘땅위에 서리가 내렸나 의심하였네’(疑是地上霜)에서 몽롱한 가운데 밖을 내다보니 땅위에는 온통 새하얀 서리가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마음을 안정시키고 보니 그것은 서리가 내린 것이 아니라 밝은 달빛이었다. 가을 달은 밝아 서리와 같다(月白霜淸)는 표현은 고전시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청추야경(淸秋夜景)이라 하겠다.
전구(轉句) ‘머리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擧頭望明月)에서 달빛에 이끌려 나그네가 머리를 들어 올려다보니, 아름답고 환한 둥근달이 창 앞에 걸려있다.
결구(結句) ‘머리 숙여 문득 고향을 생각하네’(低頭思故鄕)에서 밝은 달을 응시하고 있자니 나그네의 여수(旅愁)가 일어나고, 고향에 미치게 되자 사념에 잠기다가 머리가 점점 숙여지면서 고향생각이 간절하다.
달빛이 서리인가 의심이 간다(疑)에서 머리를 들었고(擧頭), 머리를 들고(擧頭)에서 고개를 숙인다(低頭)까지 나그네의 마음속의 움직임을 잘 나타냈고, 나아가 한 폭의 생동감 있는 ‘월야사향도'(月夜思鄕圖)를 그려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