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10회] 깊은 산 구름 속 어딘가에 있겠지?
<尋隱者不遇, 심은자불우>
지금 이 순간에도 인적이 닿지 않는 심산유곡에서‘청정무위, 소요자재’(淸靜無爲, 逍遙自在)를 이상으로 하여 세상을 벗어나 도를 닦으며 숨어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복잡한 세상살이가 때로는 편히 숨쉬기조차 어렵게 하는데, 이 힘겨운 현실을 잠시 벗어나 이들 도인을 찾아가 산중 한담이라도 나누고 싶지 않은가? 중당(中唐)의 시인 가도(賈島)도 어느 날 문득 산속 은자(隱者)가 그리워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5언 절구 한 수를 남겼다.
尋隱者不遇 은자를 찾아가 만나지 못하고 賈 島
심은자불우 가 도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童子에게 물었더니
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 스승은 약초 캐러갔다고 한다.
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 다만 이 산중에 있으련만
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모르겠다고 한다.
운심부지처
[주석] 尋 심(찾다), 隱 은(숨다), 隱者 은자(학식이 높으면서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사는 사람), 遇 우(만나다), 賈 가(값), 採 채(캐다), 深 심(깊다)
[해설]간략한 필치와 쉬운 글자 단 스무 자로 한 폭의 그림처럼 정연하게 표현했는데, 전체 화폭에 흐르는 서정(抒情)은 깊고도 간절하다. 적어도 여섯 구절은 되어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가도는 대답하는 구절(答句)로 묻는 구절(問句)를 포괄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세 번 문답을 통해 점차 깊이 들어가는데 감정의 기복(起伏)이 잘 나타나 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물었다’(松下問童子)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에 마음이 가벼웠으나, ‘스승은 약을 캐러갔다’(言師採藥去)는 예기치 않은 말에 다소 실망에 빠진다. ‘다만 이 산중에 계신다’(只在此山中)라는 답변에서 실망 중에 한 가닥 희망이 싹텄으나 마지막의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모르겠다’(雲深不知處)에서 망연한 가운데 어찌할 방법이 없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소나무(松)에서 울창한 푸른 소나무(郁郁靑松), 구름(雲)에서 유유히 흐르는 흰 구름(悠悠白雲)이 연상되며, 또 푸른색(靑)과 흰색(白)을 나타내는 소나무(松)와 구름(雲)이 색감의 조화를 이루어 구름 깊은 산속에 사는 은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아마 이 은자는 약초를 캐서 세상 사람을 구제하는(濟世活人) 진정한 숨어사는 높은 선비(高士)일 것이다. 흰 구름(白雲)에서 그 고결함이 나타나고, 푸른 소나무(蒼松)에서 그 풍골(風骨)이 드러나고 있다. 높이 흠모하는 은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가도의 마음은 아마 몹시 허탈하였을 것이다.
가도(賈島, 779∼843)는 중당(中唐)의 시인이고 자는 낭선(浪仙), 일찍이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으나 환속하였고, 과거에 실패하고 평생 빈한한 삶을 보냈다. 가도는 고심하여 심혈을 기우려 시를 쓰기 때문에 흔히 고음(苦吟)시인이라 불리며 한유와의 사이에 얽힌 ‘퇴고’(推敲:문장을 고치는 것)의 고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