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9회] 친한 벗에게는 소식 한 자 없고
<登岳陽樓, 등악양루>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는 상강(湘江)과 원강 등 4개 하천의 물이 모여드는 중국 제2의 호수이다. 둘레는 약 800여리로 호수 위의 연파는 아득하여 말 그대로 일망무제(一望無際)와 같은데 수많은 방문객들이 배를 띄어 놓고 유람을 즐긴다. 동정호를 언급하면 역시 악양루(岳陽樓)를 빼놓을 수 없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동정호를 감상하기위해 악양루에 오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登岳陽樓 악양루에 올라서 杜甫
등악양루 두 보
昔聞洞庭水 예로부터 동정호의 장대함을 들었는데
석문동정수
今上岳陽樓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
금상악양루
吳楚東南坼 오나라와 초나라는 호수의 동남으로 나뉘었고
오초동남탁
乾坤日夜浮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호수에 떠 있는 것 같다
건곤일야부
親朋無一字 친한 벗에게는 한 자의 소식도 없고
친붕무일자
老病有孤舟 늙고 병든 몸에는 오직 한 척의 배가 있을 뿐이다
노병유고주
戎馬關山北 아직도 관산 북쪽에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융마관산북
憑軒涕泗流 누각 난간에 기대니 눈물이 줄줄 흐른다
빙헌체사류
[주석] 吳楚(오초) : 동정호 남쪽에 초나라가 있고, 동쪽에 오나라가 있었음, 坼(탁) : 터지다, 乾坤(건곤) : 천지 또는 삼라만상, 浮(부) : 뜨다, 戎馬(융마) : 병거(兵車)를 끄는 병마로 전쟁을 의미, 關山(관산) : 경계를 이루는 산/변방의 국경, 憑(빙) : 기대다, 軒(헌) : 처마/난간, 涕(체) : 눈물/울다, 泗(사) : 콧물
[해설]이 시를 지을 즈음 두보는 배 한 척에 가족을 싣고 766년 사천성을 떠나 떠돌이 생활 2년 만에 악주성에 도착했다. 당(唐) 대종 대력(大曆) 3년(768년) 12월이었다. 배를 정박하고 꼭 한번 올라 보고 싶었던 그 유명한 동정호의 악양루에 올랐다.
이때 세상은 안록산의 난(755년 발발)이 겨우 진정 되는가 했는데 변방에서는 다시 토번(吐蕃)이 침입해와 나라는 온통 전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두보가 누각에 올라 동정호의 장대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나라의 혼란이 불현듯 떠올라 붓을 휘둘러 5언 율시의 명편인 ‘등악양루’(登岳陽樓)를 남겼다.
상반부(1∼4구)는 동정호의 모습을 그렸는데, 그 기세가 커서 사람을 압박한다. 특히 ‘오초동남탁, 건곤일야부’(吳楚東南坼, 乾坤日夜浮) 단 10자에서 동정호의 호한(浩瀚) 무변한 형상을 마음껏 다 그려냈다. 이 시를 읽는 사람을 압도하는 천고의 절창으로 회자된다.
하반부(5∼8구)는 자신의 처지를 서술했는데, 친척이나 벗과도 소식이 다 끊어졌고, 늙고 병든 몸으로 배 한척에 의지한 노경(老境)이 더욱 애절하다. 결국 누각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줄줄 흘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