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8회] 강 마을에 달은 지고
<江村卽事, 강촌즉사>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염천(炎天)이다. 휴가철이어서 산과 물을 찾아나서는 피서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때를 틈타 한적한 강마을 어딘가를 찾아 물놀이 하고, 고기도 잡으면서 느긋한 여유를 즐겨보고 싶다. 중당(中唐)의 시인 사공서가 이러한 강마을에 머물면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을 그림처럼 시로 남겼다.
江村卽事 강마을에서의 즉흥시 司空曙
강촌즉사 사공서
罷釣歸來不繫船 낚시질 마치고 돌아오면서 배도 매지 않았는데
파조귀래불계선
江村月落正堪眠 강마을에 달은 지고 바로 잠이 들었다
강촌월락정감면
縱然一夜風吹去 설사 하룻밤 바람 불어 배가 떠내려 간다해도
종연일야풍취거
唯在蘆花淺水邊 갈대꽃 핀 얕은 물가 어딘가에 그대로 있겠지
유재노화천수변
[주석] 卽(즉) : 곧··즉시, 卽事(즉사) : 사물을 대하고서 바로 짓는 즉흥시, 罷 (파) : 그만두다, 釣(조) : 낚시, 繫(계) : 매다·동여매다, 堪(감) : 견디다· 할 수 있다/할만하다, 堪眠(감면) : 잠자기에 좋다, 縱然(종연) : 설사…하더라도, 蘆(노) : 갈대, 蘆花(노화) : 갈대꽃, 淺(천) : 얕다
[해설] 이 시는 시골마을이나 강(江)의 정경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 다만 강위에서 낚시하던 낚시꾼이 낚시를 마치고, 배를 매지 않은 채 귀가한 일과 그로인해 일어나는 심리현상을 반영하여 강마을의 한 단면을 그렸는데 참으로 사실적이고 평온한 느낌을 준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밤낚시를 마친 어옹(漁翁)이 배를 강안에 정박 하였으나 밤은 이미 깊을 대로 깊었고, 달 또한 서산으로 넘어갔다. 몸은 이미 피곤하고 잠도 몰려온다. 그날따라 귀찮고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 배를 매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잠을 청하였으나 태평하게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배를 매지 않았던 그 일을 떠올리고는 “설사 하룻밤사이에 바람이 분다고 해도 매어놓지 않은 그 배가 떠내려간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아마 갈대 꽃 가득 피어있는 얕은 물가 어디쯤 있을 것이다” 하고 자문자답하면서 자위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속세의 번거로움을 피하여 한가롭고 조용한 강마을에 살고 있는 평화스런 모습과 강마을 밤의 정취가 생생하고 멋들어지게 그려져 있다.
사공서(740∼790)는 중당(中唐 : 762∼826)의 시인이고, 자는 문명(文明) 또는 문초(文初)이며, 광평(현재 하북성) 사람이다. 일찍이 진사에 급제하였고 결벽한 성품으로 권세가에게 아첨하지 않았다. 대력연간(766∼779)에 시로써 당대 명성을 얻은 10명에 속해 ‘대력십재자’(大曆十才子)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