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6회] 해질 무렵 관작루에 오르다
<登鸛雀樓, 등관작루>

관작루(鸛雀樓)는 중국 산서성 영제현에 있는 3층 누각으로 황새(鸛)와 참새(雀)가 날아와 깃들어 살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앞으로는 중조산(中條山)이 보이고, 눈 아래로는 황하를 굽어보는 명승지이다.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화산(華山)과 동관(潼關)이 있다. 무수한 시인들이 이곳에 와서 시를 지었으나 왕지환의 이 시가 나오자 모두 빛을 잃었다. 너무나 유명하여 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마다 외우고 아는 작품이 되었다.
登鸛雀樓 관작루에 올라 王之渙
등관작루 왕지환
白日依山盡 해는 서산에 기대어 지려하고
백일의산진
黃河入海流 황하는 바다를 향해 흘러 간다
황하입해류
欲窮千里目 천리 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해서
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 다시 한 층을 더 올라 간다
갱상일층루
[주석] 鸛(관) : 황새, 雀(작) : 참새, 白日(백일) : 빛나는 태양, 依(의) : 의지하다, 欲(욕) : 하고자하다, 窮(궁) : 다하다·궁구하다·끝나다, 目(목) : 눈·보다, 更(갱) : 다시
[해설] 해질 무렵 관작루에 올랐다. 붉은 태양이 중조산 높은 산봉우리에 걸려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는데, 눈 아래 황하는 넘실넘실 도도하게 동쪽바다를 향해 흘러간다. 눈앞에는 만리 산하의 장엄함이 펼쳐져있다. 더구나 때가 황혼이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이곳 2층에서는 더 이상 먼 곳을 볼 수 없어 한층 더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천리 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해서(欲窮千里目), 다시 한 층을 더 올라 간다(更上一層樓)라고 했다.
우리에게 더 높이 올라가야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이치를 문득 일깨어 준다. 이 시가 능히 지금까지 전송되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마지막 두 구절 때문이다. 놀랍게도 우리의 눈을 퍼뜩 열어주는 혜어(慧語)라 하겠다.
이 시는 전반부(기·승)와 후반부(전·결)가 모두 댓구로 되어있는 ‘전대격’(全對格)의 시이며, 불과 20자 속에 광대한 대자연의 풍경과 인생의 철리 등이 모두 들어있어 천고의 절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를 쓴 왕지환(688∼742)은 성당(盛唐)의 시인으로 자는 계릉(季淩), 산서 태원 사람이다. 한때 벼슬아치 노릇을 했던 적도 있으나 생애의 대부분을 전원에서 보냈다. 잠삼·왕창령 등과 더불어 변새(邊塞)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중국 고대 사대명루(四大名樓)는 산서의 관작루(鸛雀樓), 강서의 등왕각(藤王閣), 호북의 황학루(黃鶴樓), 호남의 악양루(岳陽樓)이다. 이 사대누각은 왕지환의 ‘등관작루’(登鸛雀樓), 왕발의 ‘등왕각서’(藤王閣書), 최호의 ‘황학루’(黃鶴樓),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라는 시와 문장이 나오자 이로 인하여 그들의 성가가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