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산책(唐詩散策)
[5회] 숲속에 홀로 앉아서
<竹里館, 죽리관>
왕유는 한적한 자연을 즐겨 노래했는데 이러한 자연시는 진나라 도연명에서 비롯하여 왕유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고 한다. 왕유는 만년에 남전의 망천(輞川)별장에 은거하면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별장 주변에는 ‘맹성요(孟城坳), 녹채(鹿柴), 죽리관(竹里관館) 등’ 20개의 명승이 있는데 이곳을 거닐면서 시를 지었다. 그의 망천집(輞川集)에는 이때 지은 5언 절구 20수가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이다.
竹里館 대나무 숲속 정자에서 王 維
죽리관 왕 유
獨坐幽篁裏 홀로 그윽한 대나무 숲속에 안아
독좌유황리
彈琴復長嘯 거문고 타다가 또 길게 휘파람 분다
탄금부장소
深林人不知 깊은 대나무 숲 아는 사람 없는데
심림인부지
明月來相照 밝은 달이 찾아와 비추어 준다
명월래상조
[주석] 竹里館(죽리관): 작자의 별장이 있는 망천(輞川)의 명승 20경 가운데 하나로 죽림 속에 이 건물이 있음, 幽篁(유황) : 그윽하고 고요한 대나무 숲 (幽 : 그윽할 유, 篁 : 대숲 황), 彈琴(탄금): 거문고를 타다(彈: 악기를 연주하다 탄, 琴 : 거문고 금), 長嘯(장소) : 길게 소리내어 읊조리다, 휘파람 불다(嘯:휘파람 소), 照(조) : 비추다
[해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말들을 모아 한편의 시를 완성했다. 그러나 넉 줄 20자의 시가 되었을 때 깊은 뜻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경계가 나타나고 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 없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에 뜨이는 것은 그윽한 대나무 숲(幽篁, 深林), 밝은 달(明月) 뿐이다. 이곳에서 내가 하는 일은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獨坐), 밀쳐놓은 거문고를 다시 잡아당겨 한번 타보다가(彈琴), 그것도 싫증나면 길게 휘파람(長嘯)부는 일이다. 이때 정적(靜寂)을 깨듯이 밝은 달이 슬그머니 찾아와 나를 비추어 준다.
맑고 깨끗한 경치 속에서 한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운 유유자적(悠悠自適)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끌어들이는 선적(禪的) 매력이 있는데 한마디로 ‘청유절속’(淸幽絶俗 : 맑고 그윽하여 속세를 벗어났다)의 맛이 있지 않은가 ?
* 왕유(701-761)는 태원 사람이며 자는 마힐(摩詰), 721년 진사에 합격, 안록산의 난 때 부역으로 인해 문책을 받았으나 그후 관직이 상서우승(尙書右丞)에 올랐다. 그림에 뛰어나 남화의 시조가 되었고, 서예·음악에도 뛰어났다. 열렬한 불교 신자가 되었고, 은퇴하여 망천(輞川)에 별장을 짓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