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시 산책(唐詩 散策)
[1회] 장미향기는 정원에 가득한데 <山亭夏日, 산정하일>
6월의 꽃이라면 장미가 으뜸이다. 거리마다 담장마다 화원마다 붉은 장미로 덮여 있다. 당시 중에서 장미를 노래한 아름다운 시가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이 시는 만당(晩唐)의 시인 고병(高騈)이 지은 것이다.
山亭夏日 산중 정자에서의 여름 날 高 騈
산정하일 고 병
綠樹陰濃夏日長 초록색 나무의 짙은 그늘, 여름 해는 길기도 한데
녹수음농하일장
樓臺倒影入池塘 누각의 거꾸로 된 그림자가 연못 속에 잠겼다.
누대도영입지당
水精簾動微風起 수정 구슬 발이 흔들리며 미풍이 불어 오는데
수정렴동미풍기
滿架薔薇一院香 시렁에 만개한 장미, 뜰안 가득 향기 뿌리네
만가장미일원향
[주석] 濃 짙을 농 , 倒影(도영) : 거꾸된 그림자, 池塘(지당) : 연못 (池 못 지, 塘 못 당), 簾 발 렴, 水精(수정) : 水晶(수정)과 동일, 微 작을 미, 架 시렁 가
[해설] 이 시는 일곱자 넉줄로 구성된 7언 절구(絶句)이다. 장미가 가득한 초여름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한 아름다운 시이다.
푸른 나무(綠樹), 짙은 그늘(陰濃), 누대와 거꾸로 된 그림자(倒影), 연못(池塘)과 뜰에 가득핀 장미, 수정발 등은 한 폭의 선명하고 평화로운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이 정자(山亭)위에 서서 이 시를 묘사해 가는데 시속에는 정작 정자와 시인이 등장하지 않으나 이 시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그 정자와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시인이 그 속에 들어 있는 듯 하다. 화려하게 만개한 장미꽃과 여름날의 한가한 경치를 그림처럼 아름답게 그려냈다.
이 시를 지은 고병(821-887)은 자가 천리(千里)이고, 유주(幽州)사람이며, 당나라 의종 때 형남절도사 등을 역임했다. 황소의 반란을 진압하였는데 이때 신라인 최치원 선생이 종사관으로 참전하여 '토황소격문'을 지어 천하에 문명을 날렸다.
그 당시 당나라 말기의 혼란기로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고병도 자신을 망각한 채 천하대권이라는 욕심에 눈이 멀어 양주에서 병사를 일으켜 할거했으나, 그의 부장에게 사살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