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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국에서 전생을 논하다-88화

편집부  |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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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착하고 올바르면 온갖 인연 거둬들이고
 명예가 사부주(四部洲)에 드날리누나.
참으로 깨달아 저 피안에 오를 제
쏴쏴 바람불고 구름 자욱한 하늘 끝에 구름 이는데
여러 부처들 서로가 서로에게 응대하며
천만년 영원토록 선경에 살아가누나.
인간의 호접몽도 깨부숴버리고
안락 속에 깨끗이 티끌 씻어내 시름도 없다네.


또다시 길을 나아가는데 세월은 실같이 흘러 어느덧 또 무더운 여름철이 되었습니다.


삼장 :“얘들아. 저기 보이는 데가 어디냐?”


오공 :“스승님은 원래 글자도 모르시는군요. 저 성곽 위의 살굿빛 깃발에 똑똑히 쓰인 세 글자를 물으시는 겁니까?”


삼장 :“이 녀석아, 무슨 허튼소리냐! 내 어려서부터 수많은 경전을 죄다 통달한 터, 그런 말을 한단 말이냐? 깃발이 저리 바람에 펄럭이니 그걸 어찌 똑똑히 읽을 수 있겠느냐?”


오공 :“그렇다면 이 오공에게는 왜 똑똑히 보이는 겁니까?”


오정 :“스승님, 저 형의 말을 곧이듣지 마십시오. 이리 먼 거리에선 성곽도 똑똑히 보이지 않는데 어찌 글자가 다 보일 수 있겠습니까?”


오공 :“저건 주자국이란 세 글자 아닙니까?”


삼장 :“그렇다면 제왕의 나라일 테니 들어가 관문첩에 보인이라도 받아서 가자꾸나.”

과연 제왕이 사는 도시답게 지세가 뛰어난 산줄기는 아득히 뻗어 있고 우람하기 짝이 없는 궁성의 전각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있으며, 삼관의 요새들은 물샐틈없이 삼엄한 수비를 펼치고 있어 만세토록 태평세월을 누릴 만하구나.


 삼장 일행이 성안의 큰길로 나서자 여간 번화하지 않았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은 키가 크고 복장이 단정하며 말씨도 똑똑해 대국인 당나라에 못지않았습니다. 장사하던 상인들은 험상궂은 그들의 모습에 장사도 밀쳐두고 몰려들어 구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삼장 :“괜한 사단 일으키지 말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걷도록 해라!”


팔계는 삼장의 분부대로 입을 품속에 감추느라 애를 썼고 오정은 고개조차 들지 못했습니다. 오공만은 태연히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리며 삼장의 뒤를 바싹 따랐습니다. 한참을 걸어 모퉁이를 도니 대문 위에 회동관이라 쓰여 있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삼장 :“얘들아. 이곳은 천하의 사절들이 모이는 곳이니 우리 이 안에 들어가 우선 다리 좀 쉬었다 관문첩에 보인을 받아 이곳을 떠나도록 하자.”


회동관에는 정대사와 부대사 한 사람씩 있었는데 대청에서 인부들을 모아놓고 각지 사절들을 영접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삼장이 나서 이곳을 온 이유를 설명하자 손님들이 편히 쉴 수 있게 객실을 청소하고 물품을 내주게 했습니다.


오공 :“아니 참으로 돼먹지 못한 녀석들이로구나! 왜 이 오공을 대청에 모시지 않는 거람?”


삼장 :“얘야, 이곳은 당나라의 속국도 아니고 대청은 상관들과 손님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어떻게 우릴 여기서 머물게 하겠느냐?”


오공 :“그렇다면 전 기어코 여기서 접대를 받아야겠어요!”


한참을 이러고 있는데 집사관이 쌀 한 쟁반, 밀가루 한 쟁반, 채소 두 묶음, 두부 네 모, 국수 두 타래, 마른 순 한 쟁반, 참나무 버섯 한 쟁반을 보내왔습니다.


삼장 :“대단히 고맙습니다. 한데 국왕께선 조정에 계신지요?”


집사관 :“오랫동안 조회에 못 나오시다가 오늘은 마침 황도길일이라 지금 문무 대신들과 방문을 낼 일을 의논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만일 방문첩에 보인을 받으실 생각이라면 지금 곧 가보도록 하십시오. 안 그러면 내일부턴 또 국왕님을 못 뵐 수도 있으니 말이오.”


삼장 :“오공아. 너희들은 예서 공양 밥을 짓도록 해라. 내 얼핏 가 관문첩에 보인을 받아 올 테니 밥을 먹고 곧 떠나자꾸나.”


금란가사를 갈아입은 삼장은 제자들에게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다시 한번 당부한 뒤 왕궁으로 갔습니다.


황문관 :“궁 문밖에 동녘 땅 당나라에서 어명을 받고 떠난 중 하나가 서천의 뇌음사로 경을 얻으러 가던 길에 보인을 받으러 왔다고 합니다.”


국왕 :“짐은 오래도록 병마에 시달리며 국사를 돌보지 못했노라. 그러잖아도 오늘 방문을 내어 명의를 구하려던 차에 먼 곳에서 고승이 찾아왔구나! 어서 들라 하여라.”


삼장은 국왕에게 사의를 표하고는 관문첩을 공손히 받들어 올렸습니다.


국왕 :“법사, 그대의 대당국은 지금 몇 대째 이어가고 있으며, 그간 어떤 현신들이 배출되었소? 그리고 당나라 폐하께선 어찌 병으로 세상을 떴다가 다시 환생해 법사를 이처럼 멀리 경을 구하러 떠나보내신 거요?”


삼장 :“천황, 지황, 인황 삼황이 세상을 다스려 오제가 윤리를 구분하고 요, 순, 우, 탕이 왕위에 올라 백성을 안정시켰으나 성주의 자손들은 스스로 군왕이라 칭함에 군왕이 열여덟 분이었고 후에 12 나라가 되어 비로소 천하가 평정해졌는데 나중에 또 일곱 나라가 싸우던 끝에 진나라가 6국을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노와 패를 낳았지만 서로 불화를 일삼다 얼마 후 강산은 한나라에 속해 약법을 지켜왔습니다. 한나라가 사마씨의 진나라에 이르러 천하는 다시 송, 제, 양, 진의 12 나라로 분할되고 수나라가 양제 때에 이르러서는 무도한 군주의 손에 만백성이 도탄에 빠졌습니다. 소승의 이씨 왕조는 국호를 당이라 하고 고조께서 붕어하시자 태종 폐하께서 사직을 계승했는데 천하는 평화롭고 덕성은 온 누리에 넘치고 있습니다. 다만 장안성 북쪽에 용신이 있어 천조를 위반해와 죽임을 당하게 되었던바, 그 용이 태종 폐하의 꿈에 나타나 살려줄 것을 빌기에 태종 폐하께서는 그 요구를 들어주시고 아침에 어진 신하 한 사람을 불러들여 함께 바둑을 두셨습니다. 그러나 그날 정오에 용신은 끝내 그 신하의 손에 죽고 말았습니다.”
국왕은 삼장의 말을 듣고 나서는 별안간 신음소리를 내며 물었습니다.


국왕 :“법사, 그 어진 신하는 어디 사람이오?”


삼장 :“다름 아닌 태종 폐하의 정승 위징이십니다. 그 정승은 천문과 지리를 알고 음양에 정통하며 나라를 세우고 다스림에서도 공로가 큰 분이십니다. 그런데 정승이 경하의 용왕을 처단했던 탓에 그 용왕은 저승에 내려가 당나라 황제가 자기를 살려 주마고 대답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상소했지요. 하여 저의 폐하께서는 병으로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이때 정승 위징이 풍도성 판관 최각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폐하께 주어 저승으로 갖고 가시게 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폐하께서는 붕어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소생하셨습니다만 그것은 위징이 최 판관에게 부탁해서 문서를 고치고 수명을 20년 늘려 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저의 폐하께선 소승을 보내 멀리 여러 나라를 거쳐 서천에 가 부처남을 뵙고 대승경 삼장을 얻어오게 했는데 그것은 수륙대회를 열고 지옥의 원귀들을 제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왕 :“그야말로 천조대국이요, 어진 임금에 착한 신하구나! 짐도 오래도록 병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짐을 위해 병마를 물리쳐 주는 신하는 아직 없구려.”


삼장이 얼핏 곁눈질해 보니 국왕의 얼굴은 누렇게 떠 있고 기력도 몹시 쇠해 있었습니다. 그 까닭을 물어보려는데 광록시의 접대관이 들어와 식사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국왕은 법사와 함께 식사하겠노라 이르고 삼장은 감사를 표하였습니다.

한편 오공은 회동관에서 오정을 시켜 다반을 끓이고 깨끗한 반찬을 만들게 했습니다. 그러자 오정은 난색을 보였습니다.


오정 :“형, 다반은 끓여내기 쉽지만, 반찬은 만들기 어렵겠는걸?”


오공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오정 :“기름, 소금, 간장, 식초 같은 게 하나도 없다구.”


오공 :“내게 푼돈 몇 푼이 있으니 팔계더러 거리에 나가 사 오게 하자.”


팔계 :“아냐 아냐, 난 못가겠어. 생김새가 못난 데다 잘못해서 사단이라도 나면 스승님께서 날 또 꾸짖으실 게 아니야?”


오공 :“남의 것을 구걸하거나 빼앗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돈 주고 물건을 사 오는 건데 무슨 사단을 일으킨다는 거야?”


팔계 :“형, 내가 이 문 앞에서 입을 쑥 내밀었더니 단번에 여남은 명이나 되는 구경꾼들이 혼쭐이 나 넘어지는 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오공 :“그래? 넌 그 거리에서 파는 물건들도 보지 못한 게로구나!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던데 그럼 내 함께 가서 너에게 맛난 것을 사주면 어떠하냐?”
어리숙한 팔계는 그 말을 듣곤 입안에 도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팔계 :“형, 그럼 오늘은 내 형한테 얻어먹지만 다음에 돈을 좀 모으게 되면 나도 형을 대접하겠어.”


오공 :“(피식 웃으며) 얘, 오정아. 넌 밥이나 어서 지어라. 우린 가서 양념을 사 올 테니.”


오정도 그 눈치를 알아채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오정 :“어서들 가보라고. 좀 푼푼히 사서 배불리 먹고들 오란 말이야.”


오공과 팔계는 손을 잡고 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몇몇 찻집과 음식점을 지나면서도 그들은 살 것도 사지않고 먹을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워낙 팔계를 놀려먹을 생각으로 데리고 나온 오공인지라 전혀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팔계 :“형, 여기 아무 데서나 사 먹고 말자고, 사람들이 점점 우릴 많이 따라오고 있잖아. 괜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가 붙잡혀 죽을지도 모를 일이란 말이야.”


오공 :“정 그렇다면 넌 이 담벼락 밑에 붙어 서서 내가 물건을 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라. 난 너에게 구운 빵을 사다 주마.”


오공이 고루 앞에 다가가 보니 사람들이 물샐틈없이 모여들어 국왕이 붙인 방문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방문에는 지역과 국적을 막론하고 의술에 정통한 자가 있어 금란전에 찾아와 국왕의 병을 치료해주면 사례하겠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오공 :‘옛사람들은 움직여야 돈이 생긴다고 했었지. 이런 줄 알았더라면 역관에 멋없이 앉아 있을 게 아닌 걸 그랬군. 이제 양념 따위 것들은 살 필요가 없어졌으니 경을 가지러 가는 일은 하루쯤 참고 내가 의원 노릇을 좀 해봐야겠다!’


오공은 운신법을 써 방문을 슬쩍 잡아떼곤 한 자락의 돌개바람을 일으킨 뒤 재빨리 팔계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도 팔계는 입을 담벼락 쪽에 돌려댄 채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았고 오공은 그를 놀라게 하는 대신 떼어온 방문을 살그머니 팔계의 품속에 끼워놓곤 먼저 회동관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바람이 일고 방문이 사라져버린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놀라 겁에 질린 채, 온 데를 찾아보았습니다. 문득 팔계의 품속에 종잇조각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 그들은 팔계 앞으로 몰려갔습니다.


교위 :“당신이 방문을 뗐으면 황궁에 들어가 상감님의 병환을 치료할 생각은 않고 어디로 뺑소니치려는 거요?”


팔계 :“누가 방문을 떼고 누가 병 치료를 할 줄 안다는 거요?”


교위 :“당신 품속에 있는 것이 방문이 아니고 뭐요?”


팔계 :“아니 이게 뭐야? 저 못된 원숭이 놈이 날 죽이려 하는구나.”


교위 :“이런 일을 했다는 건 분명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을 테니 우리랑 같이 궁으로 갑시다.”


팔계 :“아니오, 아니요. 우린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길을 떠난 사람들로 스승님은 보인을 받으려 대궐로 들어가셨고 회동관에서 잠시 쉬고 있던 차에 양념거리를 사러 나왔다가 사형이 날 곯려주려 이리해 놓고 먼저 회동관으로 돌아가 버렸단 밀이오.”


교위 :“그렇담 같이 회동관에 가서 확인해보면 알게 되겠군.”


회동관에서 만난 오공이 자신은 손을 대자마자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술이 있다는 말을 하자 교위들은 놀라 궁으로 돌아가 급히 국왕에게 아뢰었습니다.


국왕 :“법사한테는 제자가 몇 분이 계시오?”


삼장 :“소승에겐 어리석은 제자가 셋이 있습니다.”


국왕 :“그럼 어느 제자분의 의술이 높으시오?”


삼장 :“폐하. 제자들은 모두 거칠고 용렬한 자들이라, 말을 몰며 소승을 보호해 산길이나 걸을 줄 아는 자들로서 기껏해야 사나운 짐승과 요괴들이나 물리칠 수 있을 뿐, 의술을 아는 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국왕 :“허허, 법사께서 그리 겸손해하실 것은 없소이다. 여봐라! 짐은 몸이 허약하고 기력이 부족해 어가를 탈 수가 없으니 문무관원들이 궁문 밖에 나가 손장로를 예로써 모셔오도록 하시오.”


국왕의 명을 받은 대신들은 오공을 찾아 배례하고 국왕의 병환을 치료해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오공은 팔계와 오정에게 자신에게 보내오는 약이 있거든 모조리 받아 두라고 부탁한 뒤. 그들의 뒤를 따라 궁으로 향했습니다.


과연 오공은 국왕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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