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오공은 하늘에 올라가 금단을 구해 황제를 부활시키다-69화
지난 시간 우물에 빠져 국왕의 시신을 찾아온 팔계는, 오공의 꾐에 속아 곤혹을 겪은 일이 분하여 오공에게 분풀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공 : “스승님, 국왕을 모셔왔습니다.”
삼장 : “(처량한 마음에 눈물 흘리며) 아이구, 어느 세상의 업보로 이번 세상에 요괴를 만나 몸을 망치고 처자들 모두 속아 있으니, 그 누군들 폐하를 위해 분향을 하고 공양을 드렸겠습니까?”
팔계 : “스승님, 아무 상관도 없는 이를 위해 어찌 눈물을 흘리시는 겝니까?”
삼장 : “이녀석아, 모름지기 출가한 이들은 자비심이 근본이니라, 넌 어찌 이리도 마음이 모질단 말이냐?”
삼장의 가벼운 꾸중에 팔계는 짐짓 자기 생각을 꾸며댔습니다.
팔계 : “제가 모진 게 아닙니다요. 사형이 저보고 이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 이리 업고 올 까닭이 없잖겠어요?”
삼장 : “오, 그래? 얘 오공아! 네가 정녕 살려낼 수 있다는 게지? 사람을 하나 살리는 것이 7층 불탑을 세우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으니 우리로 말하더라도 영산의 부처님을 배례하는 것보다 나을 게다.”
오공 : “스승님, 대개 사람이란 죽은 뒤 21일이나 35일, 아니면 49일 사이 이승에서 지은 죄를 다 씻어야만 환생할 수 있는 건데, 이 국왕은 이미 죽은 지 3년이나 되었으니 어찌 살려낼 수 있겠습니까?”
팔계 : “스승님, 아닙니다요. 주문을 조금만 외워보십쇼, 그럼 사형은 이 사람을 살려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팔계가 이렇게 말하자 삼장은 진짜로 긴고주를 외우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삼장의 주문에 오공은 또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오공 : “스승님, 제발 그만 하십시오. 머리가 너무 아프지 않습니까? 제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부탁해 혼을 찾아다 살려 낼 텝니다.”
팔계 : “스승님 아닙니다요. 아까 분명히 이승에서도 살려낼 수 있다 하였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삼장은 팔계의 말을 곧이듣고 또다시 긴고주를 외우니 오공은 삼장에게 사정을 해 주문을 멈춰 달라 했습니다.
오공 : “스승님, 제가 근두운을 타고 남천문으로 올라가 곧장 33천의 이한천 도솔궁으로 찾아가 태상노군을 만나 ‘구전환혼단’ 한 알을 달래서 이 황제를 살려내겠습니다.”
삼장 : “그래? 아주 기쁜 일이로구나. 그럼 어서 다녀오도록 하거라.”
오공 : “이미 한밤중이라 다녀오면 날이 훤히 밝게 될 겁니다. 하오나 이 사람을 여기 이리 눕혀두면 너무 쓸쓸하지 않겠습니까? 상주라도 세워 곡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팔계 : “그건 그러니까 나더러 울어주란 말이지?”
오공 : “그래 맞다. 눈물을 흘려가며 구슬피 울어줘야 하고, 내 어딜 가더라도 다 듣고 있으니 만일 그치는 날엔 내 돌아와 종아리를 때려줄 테니 그리 알거라.”
팔계가 어디선가 종잇조각 하나를 찢어내 가늘게 말아서 콧구멍을 두어 번 찌르니, 연거푸 재채기를 해대고 눈물이 찔끔 흘러내리기 시작하였고, 무어라 넋두리를 더하니 마치 육친이라도 잃은 이 같았습니다. 삼장의 마음도 더욱 구슬퍼져 함께 눈물을 떨어뜨렸습니다.
오정 : “형 어서 다녀오시오. 내 이리 향도 더 준비해놨으니 걱정 말고.”
오공 : “그렇지. 다들 성의를 기울여야 내 가서 일을 성사시키도록 애를 쓸 게 아니냐. 다녀오마!”
오공이 근두운을 잡아타고 도솔궁에 들어서니 태상노군은 단방에 앉아 선동들과 함께 파초선을 들고 연단로의 불을 부치고 있었습니다. 태상노군은 오공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금단을 지키는 선동 들에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노군 : “얘들아, 조심들 해야겠구나! 금단 도적이 또 찾아왔구나.”
오공 : “절 경계하실 건 없습니다. 이젠 그런 짓을 더는 하지 않으니.”
노군 : “아니 어째 가던 길 가지 않고 이곳은 무슨 일로 또 왔느냐?”
오공은 오계국 국왕의 일을 상세히 알리고 자신은 구전환혼단 1천 알을 구하러 왔노라 전했습니다.
노군 : “아니 이놈이, 무슨 헛소리냐? 그것이 흙덩이를 쥐어 만들 듯 식은 죽 먹기로 만드는 것으로 아느냐? 1천 알은 고사하고 단 한 알도 없다 없어.”
오공 : “그럼 백 알이라도? 아니 여남은 알만이라도요, 제발.”
노군 : “(버럭)없다는데 왜 이리 성화더냐? 냉큼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오공 :“그럼 하는 수 없군요. 다른 곳에 가서 구해봐야지.”
오공이 홱 돌아서 밖으로 나가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노군 : ‘저 원숭이 놈은 여간 교활한 놈이 아니렷다. 또 숨어들어 훔쳐갈지 모를 일…’
“여봐라. 네놈은 손버릇이 고약하니 내 차라리 환혼단을 한 알 내 주겠다. 이것으로 황제를 살려낸다면 그건 다 너의 공로가 될 것이다.”
오공 : “아이고, 고맙습니다.”
오공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도솔궁을 나와 보림사에 당도하니, 안에서는 아직도 팔계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오공 : “스승님, 저 이 오공이가 단약을 구해왔습니다. 팔계야, 곡 하느라 애 많이 썼구나.”
삼장 : “그래 오공아, 수고 많았구나. 어서 그 단약을 국왕에게 먹이도록 해라.”
오공은 국왕의 입을 벌려 금단과 물을 넣었으나 기력이 쇠한 국왕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삼장은 오공에게 입김을 불어넣으라고 하니 마침내 국왕은 ‘후우’ 하는 숨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여 삼장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국왕 : “스님, 어젯밤까지만 해도 전 저승귀신으로 찾아가 뵈었는데, 오늘 이리 이승의 사람이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삼장 : “폐하, 전 아무 한 일이 없습니다. 인사는 저의 제자에게 하시지요.”
오공 : “아닙니다. 한 집안에 두 주인이 있을 순 없습니다. 인사는 마땅히 스승님이 받으셔야지요.”
삼장 일행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국왕은 몸을 씻고 무명 직철로 갈아입고는 아침공양을 한 뒤, 성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궁에 도착한 오공은 일행과 함께 궁문으로 가서 각문대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오공 : “우리는 동녘 땅 당나라 천자님의 명으로 서천에 경을 가지러 가는 사람들이오. 마침 이 땅을 지나게 되어 관문서를 바꾸려 하니 상감님께 전갈을 해주시오.”
황문관의 전갈을 받은 마왕은 즉시 그들을 안으로 들게 했습니다.
국왕 : ‘아, 가슴 아픈 일이로구나. 나의 철옹성 같은 강산과 반석 같은 사직이 저놈의 손에 빼앗길 줄 어이 알았던가!’
오공 : “폐하, 너무 상심하셔서는 안 됩니다. 저놈이 자칫 눈치 채면 큰일이니까요. 지금 저의 금고봉이 귓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걸 보니 오늘로 일이 잘 될 듯합니다.”
오공의 말에 옷자락으로 눈물을 훔친 국왕은 그들의 뒤를 따라 금란전에 들어서니 양쪽으로 문무백관들이 위엄을 갖추고 주욱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오공은 삼장을 이끌고 백옥층계 아래로 내려가 꼿꼿이 서있자, 대신들은 모두 아연실색했습니다.
대신들 : “아니, 저리 무엄할 수가? 어째 예도 갖추지 않는단 말인가?”
“정말 무례하기가 짝이 없는 걸?”
마왕 : “그래, 그대들은 어디에서 온 중들인가?”
오공 : “우린 남섬부주의 동녘 땅인 당나라황제의 어명을 받들고 서역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이곳을 지나게 되었기에 관문첩을 바꾸러 찾아왔습니다.”
마왕 :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게지? 내 너의 속국도 아니고 공물을 바치는 처지도 아닌데 어찌 짐을 보고 배례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냐?”
오공 : “아니 우리야 말로 답답하구먼, 우리 동녘 땅은 예부터 천조를 세워 상국이라 불렸고 이곳은 한낱 서역의 작은 속국에 지나지 않으니 우리를 마중 나오진 못할망정 배례를 하라고 하다니?”
마왕 : “여봐라, 이런 돼먹지 못한 놈들을 끌어내려라!”
순간 오공은 달려드는 관원들에게 손가락을 내뻗치며 ‘꼼짝 마라’고 정신법을 썼습니다. 마왕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용상에서 몸을 일으킨 뒤 자기가 직접 오공을 붙잡으려 했고 오공은 속으로 무척 기뻤습니다.
오공 : ‘옳지! 내 바라던 대로 네놈이 직접 나서주는구나. 네놈 머리를 이 금고봉으로 내려쳐 주기만 하면 되겠구나.’
오공이 금고봉으로 마왕을 내리치려는 순간, 태자가 옆으로부터 나와 마왕의 용포자락을 잡으며 꿇어 엎드렸습니다.
태자 : “부왕께 아룁니다. 지금 동녘 땅은 이세민이 그 넓은 중화 땅을 통일해 스스로 용상에 올랐고 그것도 부족해 군사를 바다 저쪽까지 원정시키고 있습니다. 외람되오나 그 어제를 죽인다면 그 소문에 우릴 치러 군사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옵니다.”
오공이 기회를 노리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한 태자는 삼장 일행이 행여 해를 입을까 일부러 마왕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하려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마왕은 어찌해서든 삼장의 흠을 잡으려 질문을 퍼붓다가 문득 함께 온 도인에게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마왕 : “제자로 받아들인 세 명 외에 저 도인은 좀 수상하구나. 저 짐꾼의 이름은 무엇이며 중의 도첩은 있느냐?”
국왕 :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스님, 전 뭐라 대답해야 합니까?”
오공 : “걱정 마십쇼. 제가 다 알아서 대답 할 테니...”
(자못 큰소리로) 이 도인은 벙어리인데다 귀까지 멀었습니다. 제가 이 도인의 이력을 대신 말씀드리지요.“
오공은 국왕의 이력을 읊은 다음 뒤에 붙이기를,
“다행하게 공과 있어 죽은 임금 환생하여 짐꾼도인 되고 지고
서천길을 가려할 제 상감된 자 도인이요 도인된 자 임금이라”
금란전 위에 앉은 마왕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하여 몸을 일으켜 도망치고 싶었지만, 손에 아무런 무기도 없었습니다. 순간 오공의 정신법에 걸려 꼼짝 않고 서 있는 장군의 보검을 빼앗아 구름을 날려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팔계와 오정에게 뒷일을 당부한 오공은 휘익 소리와 함께 구중천 높은 곳에 올라와 마왕의 종적을 찾고 있었습니다.
오공 : “이놈아. 어딜 도망치려는 게냐? 이 오공이 뒤쫓고 있다.”
마왕 :“손행자 이 놈아! 너 왜 그리 밉상이냐? 내가 다른 이의 자리를 탐하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라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게냐?”
오공 : “(웃으며)내가 오공 인줄 알면 알아서 숨어버릴 게지 왜 나의 스승님을 못살게 굴면서 공술까지 하게 만드느냐? 그리고 황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잔말 말고 이 철봉 맛이나 보거라.”
그렇게 몇 합을 싸웠을까? 힘에 부친 마왕은 다시 성으로 돌아가 문무백관들 틈에 몸을 숨기더니 삼장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오공이 뒤 쫓아와 금고봉을 내리치려는 순간 마왕은 시치미를 떼고 말했습니다.
마왕 : “오공아, 치지마라. 나다. 나야!”
이번에는 오공이 삼장을 내리치려는 순간
삼장 : “오공아, 치지마라. 나다. 나!”
오공 : ‘어라, 내 요괴를 잡는다면 공과를 이루는 것이지만 잘못해 스승님을 다치게 하면 큰일이 아닌가.’ “얘들아, 어느 쪽이 스승님인지 가리켜다오. 내 요괴를 잡을 테니.”
팔계 : “형, 형은 나더러 바보라고 하지만 나보다 더 바보인 것 같단 말야. 뭐가 그리 어렵워. 형이 머리 아픈 것만 조금 참고 스승님더러 긴고주를 외게 하면 될 게 아냐? 나와 오정이 각각 한 사람씩 붙잡고 있을 테니깐.”
오공 : “그래, 그게 옳은 말이로구나. 하는 수 없지. 스승님 그걸 좀 외워 보십시오.”
삼장은 시키는 대로 긴고주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짜 삼장은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으므로 입속으로 되는 대로 중얼거렸습니다.
팔계 : “앗! 이놈이 요괴다.”
오공, 팔계, 오정은 모두 공중으로 뛰어 올라 요괴를 잡으려 했습니다. 바로 그때, 동북쪽에서부터 한 떨기 꽃구름이 다가왔습니다.
문수보살 : “손오공은 잠시 손을 멈추라!”
오공 : “보살님,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보살 : “내 그대들을 위해 저 요괴를 잡으러 왔네.”
보살이 소매 속에서 조요경을 꺼내 요괴를 향해 비추니, 다름 아닌 보살이 타고 다니는 청사자로 변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오공 : “아니, 요괴가 되어 왕위를 가로채는 이따위 짐승 놈을 여래님의 심부름에 보낸단 말입니까?”
보살 : “저 국왕은 처음엔 선행을 즐기고 중들한테도 대접을 잘했기에 여래님께서는 그를 서방정토로 데려다 나한금신으로 되게 하려 하셨지. 하여, 내 행각승으로 둔갑을 해 찾아가 밥을 빌면서 일부러 몇 마디 비난을 해주었더니, 나를 밧줄로 묶어 어수하에다 꼬박 사흘 동안이나 담가 놓았단다. 여래님께서 이 사자를 보내 국왕을 우물 속에 떨어뜨려서는 3년간이나 물속에 담가 두고 나의 수재원한을 갚아주셨단다. 일음일탁은 전생에서 정해지거니, 오늘 그대들이 이곳에 이르러 공적을 이루게 된 것도 바로 그 이치인 게지.”
이렇게 말을 마친 보살은 사자의 몸에 연꽃을 덮고 올라타 오대산으로 향해 날아갔습니다.
오공을 비롯한 세 형제는 구름을 낮추어 황궁으로 돌아와선, 문수보살께서 나타나 요괴를 잡아간 사실을 알려주고 국왕으로 하여금 왕위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국왕 : “난 이미 죽은 지 3년이나 된 몸으로 오늘 스님의 도움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어찌 지존으로 자칭할 수 있겠습니까? 저 스님을 국왕으로 모셔 주시고 전 처자들과 성 밖에 나가 보통 백성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오공 : “이 오공이 못할 것은 없습니다만, 당신은 당신대로 황제 노릇을 하시고 나는 나대로 중이 되어 수행이나 하면서 공과를 이루는 게 제격일 겁니다.”
국왕은 큰 연회를 베풀고 화가들을 불러 네 사제의 화상을 그리게 해 금란전에다 높이 모셨습니다. 삼장 일행은 오계국이 안정되자, 작별을 고했고 실로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국왕은 어가를 내다 손수 수레를 밀고 성 밖에까지 전송했습니다.
삼장을 비롯한 네 일행은 서방의 영산을 향해 큰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또 어느덧 가을이 저물어 초겨울 무렵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가는 길에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 만나요.
-2024년 7월 18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