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오공의 올바름에 모든 중들이 굴복하고
음양의 도리를 깨쳐주다-65화
오공은 태상노군에게 보물들을 돌려준 상황을 삼장에게 들려주었고 삼장은 고마운 일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계속 서쪽으로 나아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풍찬노숙의 고달픈 여행은 계속되고, 얼마를 갔을까, 또다시 높은 산 하나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삼장 : “오공아! 서천으로 가는 길이 어찌 이토록 어렵기만 하더냐? 장안성을 떠난 이래, 길에서 봄을 맞고 가을을 보내며 적어도 4, 5년이 지난 거 같건만 어찌 아직도 도착하지 못하는 거냐?”
오공 : “(웃으며)스승님 멀었습니다. 집으로 말하면 아직 바깥 대문도 나서지 못한 셈이니까요.”
팔계 : “형. 그런 허풍은 그만 떨라궁. 세상에 그리 넓은 정원이 어디 있당가?”
오공 : “얘. 우린 아직 방안에서 맴돌고 있는 셈이야.”
오정 : “형, 그런 말로 우릴 놀래킬 필요는 없잖아? 설령 그리 큰 방이 있다 해도 그런 방에 얹을 서까래가 어디 있겠어?”
오공 : “내 보기엔 저 푸른 하늘은 지붕 위의 기와이고 해와 달은 창문이며 4산과 5악은 기둥과 서까래여서, 하늘땅이 마치 하나의 큰 방으로 보인단 말이다.”
팔계 : “그럼 일은 다 된 셈이야. 우린 얼마동안 더 돌아다니다가 그냥 돌아가고 말자구.”
오공 : “허튼소리 그만하고 어서 날 따라오기나 해라.”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 들쭉날쭉 솟아 있고 소소리 높은 나무들 구름 속에 묻혀있네. 푸른 연기 감도는 골 안엔 원숭이들 소리치고 녹음 짙은 솔밭 속엔 두루미 떼 울어대는데 산도깨비 냇가에서 휘파람 불어 나무꾼을 놀려대고 구미호 벼랑 턱에 앉아 사냥꾼을 놀래킨다.
산길을 헤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일행 속에 삼장은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가슴이 떨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삼장 : “오공아!
뜻을 세워 영산에 가기로 하고 천자님 성 밖으로 바래주신 뒤로
길에서 세 제자와 서로 만났고 도중에 말을 얻어 길을 다그쳤네.
산 넘고 물 건너 경문을 구하고 고개 넘어 부처님 만나리라
죽력 같이 이 한 몸 지켜왔거니 어느 날에 돌아가 천자님 뵈오랴!”
오공 : “하하하 스승님. 염려하실 거 없습니다. 안심하시고 걸음이나 재촉하십시오. 공을 들이면 자연히 성공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사제들은 산 경치를 구경하면서 발길이 닿는 대로 계속 나아가는데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삼장이 무심결에 멀리 내다보니 움푹한 골짜기에 누대와 전각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삼장 : “오공아, 날도 이미 저물었는데 저 앞쪽에 누각이 보이는구나. 오늘은 저기로 찾아가 하룻밤 묵고 내일 다시 떠나는 게 어떠냐?”
오공 :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제가 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오지요.”
오공이 몸을 솟구쳐 공중에 뛰어올라 바라보니, 팔자형의 벽돌담은 붉은빛을 머금었고 양쪽대문에는 금못들이 박혔는데 겹겹의 누대는 산허리를 가리우고 층을 이룬 전각들은 산속에 묻혔구나. 만불각은 여래전에 마주섰고 조양루는 대웅문과 짝을 이뤘는데 칠층탑은 허리에 안개구름 잡아 둘렀고 삼존 불신들은 빛을 뿌려 눈부시구나!
오공 : “스승님. 사원이 맞습니다. 가서 하룻밤 신세지도록 하시지요.”
삼장은 말을 다그쳐 몰아 곧바로 산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오공 : “헌데 스승님 여기가 무슨 사원인지 아십니까?”
삼장 : “야, 이 녀석아. 말이 방금 걸음을 멈추고 내 아직 안장에서 내려서지도 않았는데 그걸 어찌 알겠느냐?”
오공 : “스승님은 어려서 출가하신 몸으로 글을 배우셨기에 경서도 읽으실 수 있었던 게 아닙니까? 근데 어찌 문 위 현판에 저리 크게 써 있는 글자를 알아보지 못하신단 말씀입니까?”
삼장 : “(화내며)원숭이 녀석이 무지해도 분수가 있지! 난 방금 서쪽을 향해 달려온 탓에 햇빛에 눈이 부시기도 한데다 현판에 먼지가 잔뜩 끼어서 어디 알아볼 수나 있겠느냐?”
오공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들썩이는가 싶더니 제 키를 스무 자도 더 되게 늘여서는 손으로 현판의 먼지를 털어버렸습니다.
오공 : “자 스승님 이제 보십시오.”
삼장이 고개 들어 바라보니 거기에는 ‘칙건보림사’라는 다섯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오공 : “스승님. 누가 안에 들어가 숙소를 빌릴까요?”
삼장 : “내가 들어가 보마. 너희들은 생김새가 추하고 말투가 거칠고 성미까지 괴팍해놔서 자치 이곳 중들의 비위를 거슬러 놓기가 쉬우니.”
삼장은 석장을 내려놓고 망토를 벗은 다음 옷깃을 여미고 합장을 한 후 산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쪽 붉은 난간의 양편에 한 쌍의 금강이 무서우리만큼 위엄을 떨치며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삼장 : “음, 우리 동녘 땅에서도 누가 만일 흙으로 이처럼 웅대한 보살을 만들어 놓고 향불을 피우고 공양을 한다면 내 이처럼 제자들을 거느리고 어려운 서천 길을 걷지 않아도 되련만...”
삼장의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풍채 또한 범속치 않은 것을 본 한 도인이 안에서부터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도인 : “어디서 오신 스님이신지요?”
삼장 : “소승은 동녘 땅 당나라 천자님의 어명을 받들고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떠난 사람으로 날이 저물어 오늘 하루 신세지려 찾아왔습니다.”
도인 : “스님. 전 이 절간에서 청소나 하고 종이나 치고 잡일이나 하는 도인으로 안에 계시는 주지스님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삼장 : “수고를 끼쳐 미안합니다.”
도인 : “주지스님 밖에 손님이 와계십니다.”
주지는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서 미로모를 쓰고 가사를 걸친 다음 문을 열고 삼장을 영접하려 했습니다. 도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대머리에 25조 달마의를 입고 발에는 진흙이 잔뜩 묻은 달공혜를 신은 채 뒷문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는 중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주지 : “이놈아! 너 매를 맞고 싶어 몸살이 난 것이더냐? 난 성안에서 신분이 높은 분이 분향을 하러 찾아오는 경우에만 영접하기로 되었지 않느냐? 어찌 저따위 중을 나에게 영접하게 하는 것이냐? 꼴을 보니 정처 없이 떠도는 행각승임에 틀림없다. 처마 밑에나 웅크리고 앉아 밤을 지내게 하면 될 것을 어찌 나에게 알린단 말이더냐?”
삼장 : ‘아아 서럽구나. 사람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격이로구나. 내 출가를 한 이래 선심을 더럽혀 본 적 없고, 계율을 어긴 적도 없거늘 어느 세상에서 천지의 이치를 배반했었기에 금생에 이리도 불량한 사람을 만난 걸까? 숙소를 빌려주지 않겠으면 그만이지 이리도 불손한 말로 우리를 처마 밑으로 쫓아 버리는 건가? 내가 들었기에 망정이지 오공이 들었다면 당신은 오공의 몽둥이에 뼈도 못 추렸을 것이야. 아니다. 사람은 예가 으뜸이라 하지 않았더냐? 내 직접 다시 청해보리라.’
삼장 : “주지스님, 소승 문안드립니다.”
주지 : “(귀찮아하며) 당신은 어디서 왔소?”
삼장의 사연을 들은 주지는 그제야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습니다.
주지 : “당신이 당삼장이란 사람이오?”
삼장 : “네.”
주지 : “그래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간다는 사람이 왜 길도 모르고 다니는 거요?”
삼장 : “소승은 이곳이 처음이라 사실 길에 익숙지 않습니다.”
주지 : “예서 서쪽으로 4, 5리가량 가게 되면 삼십리 점이란 주막집이 있을게요. 그곳은 음식도 팔아서 하룻밤 묵기도 편할게요. 여기는 불편해서 당신들처럼 먼 곳에서 온 스님을 재울 수가 없소이다.”
삼장 : “스님, 옛사람들도 암자나 사원은 모두 우리 출가한 사람들의 객사요, 산문을 만나면 쌀 서너 되의 인연은 있으리라 했는데 저를 어찌 내쫓으려고만 하시니 무슨 까닭이신가요?”
주지 : “(버럭 화내며) 너같이 떠돌아다니는 행각중 녀석들은 언제나 입에 발린 소리만 뇌까리고 있구나!”
삼장 : “입에 발린 소리라니요?”
주지 : “옛사람들은 이리도 말했지. 범이 마을에 뛰어들면 집집이 문을 닫아걸게 마련이다. 설사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전엔 평판이 나빴다고 말이야.”
삼장 : “일전에 평판이 나빴다는 건 무슨 말씀?”
주지 : “몇 해 전 행각승 대여섯 명이 웅크리고 있기에 불쌍한 생각이 들어 공양밥을 차려주고 옷도 한 벌씩 빌려주고 며칠간 묵게 해준 적이 있었지. 그랬더니 영 떠날 생각은 않고 7, 8년을 주저앉더니만 갖은 행패를 다 부렸단 말이지.”
삼장 : “무슨 행패를 부리던가요?”
주지 : “한가할 땐 담장에서 기왓장을 벗겨내고 심심할 땐 벽에 박힌 못들을 휘어버리고, 겨울이면 창문 살 뜯어내 불 때고 여름이면 문짝을 끌어내 길을 막았네. 아향을 훔쳐다 순무와 바꾸어먹고 유리병 기울여 기름을 쏟고 사발과 솥을 들어내다 도박노름 벌이더구먼.”
삼장 : ‘아, 슬픈 일이로구나! 불가의 제자들이 어찌 그리 돼먹지 못한 것이었을까!’
삼장은 울음이 북받쳐 올랐지만 주지의 웃음을 살까봐 몰래 소매 끝으로 눈물을 씻고는 노여움을 꾹 참고 밖으로 나와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스승의 눈물을 본 제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2024년 6월 8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