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오공이 보배를 얻어 요괴를 굴복시키다(2)-64화
지난 시간 금각을 피해 몸을 피한 오공은 이대로 도망치고 만 걸까요?
한편 오공을 뒤쫓던 금각이 동굴 어귀에 다다르니 도처에 부하들의 시체가 가득하고 졸개들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금각 : “아아, 기막히고 가슴 아프도다! 이리도 비통할 수 있을까?”
금각은 마음을 달래며 홀로 동굴 속에 멍하니 앉아 있다 칠성검을 돌상 앞에 세워 놓고 부채를 목덜미에 꽂은 채 돌상 위에 엎드려 혼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한편 한시바삐 삼장을 구하고픈 오공은 정병을 허리춤에 단단히 찔러 넣고 조심조심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금각이 돌상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는 모습에 오공은 살그머니 다가가, 파초선을 와락 뽑아들기 무섭게 몸을 돌려 동굴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부채자루가 금각의 머리칼을 걸어 당기는 바람에 금각은 잠에서 깨어나고 부채를 도둑맞은 것을 알아챈 그는 칠성검을 들고 급히 뒤쫓아 갔습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금각은, 물러설 수 없는 마음속 오기가 활활 타올라 악에 치받쳐 오공에게 소리쳤습니다.
금각 : “야, 이 망나니 대장 놈아. 네가 이제 죽을 날이 멀지 않았구나, 난 네 놈을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구. 어서 내 보물들을 내놓지 못하겠느냐?”
오공 : “야 이 눈치코치 없는 바보 멍텅구리 같으니라구, 이 손대성 어르신께 덤빌 테면 덤벼 보라구, 너 달걀로 바위를 깨본 적 있더냐, 응?”
보검과 철봉이 맞부딪치면서 두 사람은 더욱 전력투구를 다해 있는 힘껏 싸웠습니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싸워도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고 당승을 위한 보필이요 영산으로 참불을 가기 위한 것이었기에 더욱 날카로워지는 오공의 공격이 덜컥 겁난 금각은 압룡산으로 도망쳐 숨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공은 그제야 연화동으로 돌아와 삼장과 팔계와 오정의 결박을 풀어주었습니다.
팔계 : “요괴 놈은 어디로 간 게야?”
오공 : “은각은 이 호리병에 담겨 다 녹아 버렸을 테구 금각은 나하고 한바탕 싸웠었는데 견디기가 어려워지자 압룡산으로 도망가 버렸지. 굴속에 있던 작은 요괴들은 모조리 처치해버리고 이제야 이렇게 구하게 된 것이다.”
삼장 : “오공아, 정말 수고가 많았구나.”
오공 : “물론 수고야 좀 했습지요. 대들보에 매달려 죽을 고생을 좀 하셨겠지만 저 오공은 한시도 발붙일 틈 없이 역졸보다 더 바삐 뛰어 다녔어야 했거든요. 어쨌거나 요괴의 보물을 훔쳐낸 덕에 그놈을 물리칠 수가 있었네요.”
팔계 : “형, 그 호리병을 좀 보여주지 않겠어? 이젠 그 은각은 다 녹아 버렸을 테니 말야?”
오공 : “안돼! 내가 갇혔다 나올 때처럼 술수를 쓸지도 모르니 조심해야해. 절대로 열어선 안 돼.”
모처럼 사제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동굴 속 재료들을 찾아내 배불리 먹고는 편안하게 하룻밤을 쉬었습니다. 한편, 압룡산으로 도망간 금각은 그곳 요녀들에게 손행자가 저지른 일에 대해 낱낱이 들려주곤 외가의 힘을 빌어서 원수를 갚자며 다짐을 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하녀 : “대왕님, 산 너머에 계시는 외삼촌께서 병사들을 거느리고 오셨습니다.”
금각이 상복으로 갈아입고 외삼촌을 마중 나가니 그는 호아칠 대왕으로 졸개들로부터 비보를 듣고 도와주러 가는 길에 확인차 들렀는데 상복을 입은 조카를 보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아칠은 노기등등해져 부하들을 거느리고 바람을 타며 동북쪽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오공 일행은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길을 떠나려 하는 중에 난데없는 바람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니, 한 무리의 요괴들이 서남쪽으로부터 몰려오고 있는 것을 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오공 : “얘들아, 요괴들이 또 원병을 끌고 오나보다.”
삼장 : “오공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오공 : “스승님, 걱정 마십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저 그놈의 보배나 제게 있는 대로 다 주십시오. 팔계는 갈퀴를 들고 날 따라오도록 하고 오정이 너는 스승님 곁에 남아 잘 보살펴드리도록 해라.”
문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요괴들이 진세를 벌이고 선두에는 아칠대왕이 서있었습니다.
아칠 : “이 무지막지한 원숭이 놈, 네 놈이 감히 우리 가족들을 해치고 부하들도 수없이 죽이고 또 이 동굴까지도 차지하고 있단 말이냐? 네 목을 어서 내놓아라. 내 누이의 원수부터 갚아야겠다.”
오공 : “뭐라고 하는 것인지. 너도 잔말 말고 이 몽둥이맛을 좀 보거라.”
두 사람이 맞붙어 싸우기를 몇 차례, 슬슬 기운이 다한 요괴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뒤를 오공이 쫓으려 하자 금각이 막아 나섰습니다. 그러는 동안 다시 아칠이 돌아와 합세하니 이번엔 팔계가 막아 나서고 좀처럼 승부는 나지 않았습니다. 금각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니 모든 요괴들이 한꺼번에 팔계에게 달려들어 둘러쌌습니다. 안에 있던 삼장은 들려오는 고함소리가 심상치 않자 오정을 불렀습니다.
삼장 : “얘, 오정아. 너 잠시 밖에 나가 사형들의 승부가 어찌 되고 있나 보고 오너라.”
오정은 분부대로 보장을 들고 뛰쳐나가서는 요괴들을 무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아칠은 또다시 도망을 치려하고, 그걸 놓칠 리 없는 팔계는 갈퀴로 아칠의 뒤로 다가가 내려치니, 쓰러진 아칠은 한 마리 여우일 뿐이었습니다. 외삼촌이 잘못된 것을 본 금각은 팔계에게 달려들어 보검으로 내리찍었고 팔계는 갈퀴로 막았습니다. 다시 오정이 다가와 보장으로 내리치니 금각은 그만 구름을 날려 남쪽으로 도망쳐 버리고 이를 놓칠 리 없는 오공은 근두운을 날려 공중으로 올라 정병을 꺼내 든 채 소리쳐 불렀습니다.
오공 : “금각대왕”
금각은 자기 부하가 부르는 걸로 잘못 알고 고개 돌려 대답을 하였고 순간 정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오공은 정병입구에 첩지를 붙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칠성검을 집어 들었습니다.
팔계 : “형, 보검을 빼앗아 들었는데 요괴 놈은 안 뵈는 거야?”
오공 :“이젠 다 끝났다구, 내 이미 정병 속에 잡아넣었으니까.”
모든 요괴들을 깨끗이 없애버린 세 제자들은 동굴 속으로 돌아와 삼장에게 아뢰었습니다.
오공 : “요괴들이 말끔히 없어지고 산속이 깨끗해졌습니다. 이젠 스승님께서 말에 올라타시고 길을 떠나시도록 하십시오,”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서쪽을 향해 길을 떠나는 이들 앞에 웬 장님이 달려 나와 삼장의 말고삐를 거머쥐었습니다.
장님 : “스님, 어디로 가시는 거요? 내 보물이나 돌려주시구려.”
팔계 : “이크. 늙은 요괴가 보물을 찾으러 왔나보네.”
오공이 그 장님을 자세히 살펴보니 뜻밖에도 태상노군이 아니겠어요?
오공 : “노군께선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노군은 급히 옥국보좌를 띄워 구천에 높이 올라섰습니다.
노군 : “손행자, 어서 내 보물을 돌려 달라.”
오공도 공중으로 올라갔습니다.
오공 : “보물이라니요?”
노군 : “그 호리병은 내가 단약을 담아두는 것이고 정병은 물을 넣어두는 것이며 그 보검은 요술을 부릴 때 쓰는 것이다. 또한 부채는 내가 불을 붙이는 데 쓰는 거고 황금승은 망포를 입을 때 허리를 동여매는 띠란 말이다. 요괴 둘 중, 하나는 내 금로를 맡아보던 선동이고 다른 하나는 은로를 맡아보던 선동이로구나. 단지 그놈들이 내 보물을 훔쳐 하계로 내려왔기에 미처 찾지 못하던 차에 뜻밖에도 네가 그놈들을 잡아 공을 세웠구나.”
오공 : “노군님도 참! 어찌 부리는 선동들이 못된짓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신겝니까? 그러니 이건 제집 식구를 잘 단속하지 못한 죄가 아니고 뭡니까?”
노군 : “이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 나를 나무랄 것은 없구나. 이건 남해보살이 세 번씩이나 나를 찾아와 두 선동을 빌려 이곳에서 요괴노릇을 하게 한 것이다. 그대들 사제가 진심으로 경을 가지러 가려는 것인가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었다.”
오공 : ‘흥. 남해보살도 정말 말이 아니로군. 애당초 날 구해주며 당승을 보호해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라 할 적에, 난 서천길이 험해 못 가겠다고 했었지. 그러자 보살은 길에서 위급한 일을 당하게 되면 자기가 직접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 도리어 요괴를 시켜 우릴 괴롭히다니! 이래서야 세상에 또 누가 그를 따르려 하겠는가? 오늘 노군이 몸소 찾아와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난 절대 이것을 내놓지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가져가십쇼.”
노군이 보물을 받아들고 호리병과 정병의 마개를 열고 두 줄기의 선기를 쏟뜨려 손으로 가리키자 그 선기는 삽시에 두 동자가 되어 노군을 좌우에 모시고 섰습니다. 뒤이어 천만갈래의 노을이 비끼는가 싶더니 그들은 어느새, 아득히 먼 도솔궁을 향해 곧장 사라져 갔습니다.
오공은 구름을 낮추어 태상노군이 보살에게 선동을 빌려 주었다가 방금 보물까지 한데 찾아간 사실을 삼장에게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삼장은 고마운 일이라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나는 이들 앞에 또 어떤 일이 생길까요?
다음 시간에 만나요.
-2024년 6월 2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