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손오공 세 섬을 찾아다니며 처방을 구하다-47회
[SOH] 지난 시간 봉래산에 내려선 오공은 길을 찾아다니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수성, 복성, 녹성의 세 성신을 보았습니다.
오공 : “여러분, 안녕들 하시오?”
수성 : “대성께선 부처님께 귀의해 당나라 중을 보호해 천축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길이라 들었는데 어인 일로 이곳엘 다 오셨소.”
오공; “실은 이 오공이 천축으로 가던 길에 오장관에 들렸다가 그만 발목을 잡히고 말았소.”
복성 : “오장관이라면 진원대선의 선궁이 아니오? 혹여 인삼과라도 훔쳐 자신 게 아니오?”
오공 : “훔쳐 먹었다 한들 그게 몇 푼어치나 된다고 그렇게들 놀라십니까?”
녹성 : “원, 귀공은 원숭이 족속이라 잘 모르는가 보군요. 그 과일은 ‘만수초환단’ 이라고 하는데 냄새만 맡아도 3백 60년을 살 수가 있고 한 개 먹기만 하면 4만 7천 년은 끄떡없이 문제없이 살 수가 있는 보물이오. 우리의 도술은 대선에게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에 대선은 그것을 쉽게 손에 넣어 하느님과 수명을 같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불로장생의 정기를 길러 축척하고 물과 불을 조화시켜 물의 기를 얻어 불의 기를 채워야 하니 얼마나 힘든지 모르오. 그런데도 귀공은 그것을 몇 푼어치도 안 된다고 하는 게요? 그건 천하에 하나밖에 없는 영근이란 말요!”
오공 : “영근! 하하하하! 난 벌써 그 영근을 아예 뿌리째 잘라버렸는 걸!”
성신들 : “아니, 세상에! 어떻게 그걸!”
오공은 성신들에게 그동안 오장관에서 일어났던 일을 세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오공 : “아무튼 난 지금 당나라 스님을 구해 내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란 말입니다. 그러니 죽은 나무를 되살릴 수 있는 무슨 처방이 있거든 내게 좀 알려주시오.”
수성 : “역시 원숭이 족속이라 전혀 상대를 몰라보는군. 그 진원자는 지선의 조상이고 우리는 신선의 선조란 말이예요. 귀공이 비록 천선이라 하지만 역시 태을산수에 불과하고 진류에는 들어서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겠소? 만일 귀공이 야수나 날짐승, 벌레 따위를 죽였다면 우리한테 있는 서미단약으로 얼마든지 살려낼 수 있지만 그 인삼나무만은 선목의 뿌리라 도저히 살려낼 수가 없소. 미안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처방이 없구료.”
오공 : “ 휴우~ 일이 어렵게 되가는구나.”
복성 : “손대성. 우리에게 그런 처방이 없다고 해서 설마 다른 곳에도 없겠소?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걱정만 하시는 거요?”
오공; “까짓것, 사대부주와 36천을 다 돌아다닌대도 이 오공에겐 대수로운 일이 아니오. 다만 나의 스승님은 법도가 엄격하고 도량이 좁아놔서 내게 사흘 동안의 말미밖에 주지 않았단 말이요. 만일 그 안에 돌아가지 못하면 또 긴고주를 외워 나를 혼내줄 것이오.”
성신들 : “그것 참 묘한 방법이구려! 그렇게라도 단속하지 않으면 귀공이 또 천궁을 소란케 할 게 아니오?”
수성 : “대성은 걱정하지 말고 길을 떠나시오. 진원대선은 우리와도 안면이 있는 처지니 오랜만에 문안도 할 겸 우리가 찾아가 이곳 사정을 이야기 해주고 귀공의 스승이 긴고주를 외우지 않도록 부탁하겠소. 사흘도 좋고 닷새도 좋으니 귀공이 처방을 얻어올 때까지 우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오공 : “그건, 정말 고마운 말씀이구려! 부디 세 분께서 수고 좀 해주시오. 그럼 난 이만 가봐야겠소.”
오공은 곧 세 성신에게 작별을 고하고, 세 성신은 상서로운 빛을 타고 오장관으로 날아갔습니다. 오장관에 있던 도인들은 두루미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세 성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선동 : “대선님! 바다의 세 성신께서 오십니다.”
대선은 그 소리를 듣고 곧 일어나 섬돌 아래까지 마중을 나갔고, 삼장은 황급히 의관을 갖추고 세 성신께 절을 올렸습니다.
성신 : “대선님! 저희들이 오랫동안 존안을 찾아뵙지 못하고 문안조차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 손대성이 저희를 찾아와 대선님의 선산을 소란케 했다기에 저희들도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대선 : “손오공이 봉래로 갔더란 말이냐?”
수성 : “예. 인삼나무를 살려낼 처방을 구하러 왔었습니다만 저희에게 그런 처방이 없는 것을 알고는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사흘을 넘기면 당나라 성승이 긴고주를 외우게 된다면서 걱정을 하더군요.”
삼장 : “그렇다면 절대로 외우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
봉래의 선경을 떠난 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순식간에 방장선산에 이르렀습니다.
드높아라 방장산은 태원궁의 선산이요
신선들이 모인다는 별유천지 여기구나.
자금대의 밝은 빛발 삼청길에 비쳐지고
꽃나무의 짙은 향기 안개인 양 자욱한데
깊은 대궐 구석구석 봉선화가 피어 있고
영지 밭엔 누구인가 옥거름을 내었구나.
올복숭아 주렁지고 오얏열매 붉게 익어
새로 오는 신선님도 일만 년은 살아가지.
근두운에서 내려선 오공은 경치를 바라볼 염도 없이 걸음을 다그치는데 문득 향기로운 바람이 불고 검은목두르미의 울음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바로 신선계의 제일 권속 동화대제군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오공 : “제군님 인사드립니다.”
제군 : “손대성, 미처 마중을 나가지 못해 미안하게 됐소.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 차라도 듭시다.”
오공이 제군을 따라 패궐선궁과 요지경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궁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자 병풍 뒤에서 동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오공 : “야, 너 천궁반도를 세 번이나 훔쳐 먹은 좀도둑 동방삭 아니냐? 제군님한테도 네가 훔쳐 먹을 반도가 있다더냐?”
동방삭 : “스승님 나오셨습니까? 너 이 능구렁이 도적놈아! 여기는 무얼 하러 온 거냐? 우리 스승님한테는 네가 훔쳐 먹을 선단 같은 건 없어.”
제군 : “만청아, 쓸데없는 소린 그만두고 어서 차나 내오너라.”
오공 : “실은 제군님께 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며칠 전 제가 당승을 보호해 서천을 가던 중 오장관에서 그곳 선동이 어찌나 못되게 구는지 홧김에 그만 인삼나무를 쳐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당승은 지금 볼모로 잡혀 있고 저는 나무를 살려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렇게 처방을 찾아 나선 겁니다. 청컨대 제군님께 죽은 나무를 살려낼 수 있는 처방이 있으면 좀 알려주십시오.”
제군 : “귀공은 지금도 어딜 가나 사단만 일으키고 다니누만. 내게는 ‘구전태을환단’이란 것이 있어서 천지간의 모든 생령은 다 살려낼 수 있지만 그 인삼나무만은 살리지 못하오. 그 만수산이란 곳은 선천의 복지이고 오장관은 하주의 동천인데다 인삼과는 천지개벽 때에 생겨난 영근이거늘, 그걸 어떻게 고쳐 낼 수 있겠소.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오공 : “그런 처방이 없다면 저는 그만 실례하고 물러나겠습니다.”
제군 : “원, 조금 있다가 옥즙 한 잔이라도 마시고 가시지요?”
오공 : “나무를 살려낼 일이 급해서 더 머물고 있을 여가가 없습니다.”
오공은 또 다시 근두운을 타고 이번엔 영주의 바다 섬에 이르렀습니다. 이곳 역시 신선의 복지였습니다. 오공이 영주 땅에 내려서자 붉은빛 벼랑 위에 구슬나무가 서 있고 그 나무 아래에 얼굴은 어린아이 같고 머리는 학처럼 하얗게 센 신선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술잔을 기울이며 흥겹게 담소하고 있었습니다.
오공 : “저도 좀 끼어주구려.”
신선들은 그를 발견하고 즐겁게 맞이했습니다.
인삼나무 영근을 잘라 버리고
대성은 묘방을 구하려 선계를 찾았네.
붉은 노을이 보림에서 흘러나와 감싸고
영주의 아홉 신선이 손님을 맞이하누나.
오공 : “모두들 아주 자유로우시군요.”
신선 : “대성도 그때 마음을 가다듬고 천궁을 떠들썩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우리보다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을게요. 어쨌거나 지금은 부처님을 배알하러 서천으로 가신다니 참으로 장한 일이오. 헌데 여긴 어떻게 오신 거요?”
오공은 아홉 신선에게 그동안의 경위를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신선 : “대성은 심보가 삐뚤어져서 사단을 일으키지 않고는 못 견디나 보군요. 하지만 우리한테는 그런 처방이 없습니다.”
오공 : “그런 처방이 없다면 난 또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소.”
아홉 신선은 오공을 만류해 옥빛 선즙과 푸른 연뿌리를 내어다 권했습니다. 오공은 선채로 그것을 먹고는 총총히 영주를 떠나 동양대해로 갔습니다.
오공은 과연 인삼나무를 살릴 처방을 구할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하세요.
-2024년 1월 3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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