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성현은 미인계로 삼장의 선심을 시험해보다-41회
[SOH] 지난 시간 재부의 부인은 네 사제에게 데릴사위가 되어 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재고의 여지없이 딱 잘라 거절하는 삼장법사에게 부인은 몹시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자들을 불렀습니다.
삼장 : “오공아! 네가 이 댁의 사위가 되어 머물러 있어라.”
오공 : “아니, 그게 무슨…. 스승님 전 어릴 때부터 그런 일을 배워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차라리 팔계더러 여기에 남아 있게 하십시오.”
팔계 : “형, 사람을 놀릴 건 없잖아. 그보단 우리가 의논해서 정하는 게 좋겠어.”
삼장 : “너희 둘 다 싫다면 그럼 사오정이 네가 남아 있거라.”
오정 : “아이쿠 스승님! 전 보살님의 가르침을 받고 스승님을 기다렸고, 스승님의 제자가 된 후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스승님을 따른지도 이제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고 이렇다 할 공적도 없습니다. 이런 제가 어찌 그따위 부귀영화에 마음이 움직이겠습니까? 저는 죽는 한이 있어도 서천으로 가겠습니다.”
아무도 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본 부인은 냉큼 몸을 돌려 병풍 뒤로 사라진 뒤 중문을 쾅하고 닫아버리고는 더 이상 얼굴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팔계 : “우리 스승님은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으실까. 대충 대답을 얼버무려 여운을 남겨 놓으면, 우린 오늘밤 잘 먹고 편히 쉴 수 있을 텐데. 저렇게 문을 꼭 닫고 나와 주질 않으니 이 허기진 배를 안고 이 추운 밤을 어떻게 지새우려고 그러신담?”
오정 : “둘째형. 내 생각엔 형이 이 집 사위가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오공 : “그래. 팔계야, 네가 정말 그럴 마음이 있거든 스승님께 부탁해 보렴. 보아하니 이 집은 굉장한 부자 같은데 예물이나 잔치상은 이집에서 맡을 테고 덕분에 우린 잘 얻어먹게 될 게 아니냐? 네가 이곳에서 환속하게 되면 양쪽이 다 좋은 일이지 뭐냐.”
팔계 : “그거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지만, 난 탈속했다가 다시 환속했다가 본처를 버리고 재취하는 거가 되잖우?
오정 : “아니 둘째 형에게는 아내가 있었어?”
오공은 오정의 말에 오사장국 고로장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들려주었습니다.
오공 : “이런 바보 녀석 같으니. 아직도 색을 못 버려 저 야단이니. 어서 이집 사위나 되어라. 그리고 이 오공에게 꿇어앉아 절이나 톡톡히 올리면 나도 한눈 감아주마.”
팔계 : “그따위 허튼소리 그만둬! 속담에도 ‘중이란 색에 주린 귀신’이라고 하잖아? 다들 속으로는 그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 도도한 체 좋은 일을 망쳐 놓을 뿐이지. 자, 보라구. 누가 밥 한술 가져다주고 등불 하나 켜다 주는 사람이 있어? 우린 그렇다 쳐도 저 말만은 내일 또 사람을 태우고 걸어야 할 테니까. 다들 쉬고 있어. 나는 가서 말을 좀 놓아먹이고 올 테야.”
오공 : “사오정, 넌 여기서 스승님을 모시고 있어라. 난 저놈을 따라가서 말을 어디다 놓아먹이는지 보고 올 테다.”
삼장 : “오공아. 가서 놀리거나 하지 말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라.”
오공 : “예. 스승님 걱정 마십시오.”
사랑방을 나선 오공은 한 마리의 빨간 왕잠자리로 변해 팔계의 뒤를 밟았습니다. 말을 끌고 풀밭으로 나간 팔계는 풀은 뜯기지도 않고 슬그머니 뒷문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에는 마침 부인이 세 딸과 함께 국화꽃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팔계를 보자 딸들은 곧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부인 : “젊은 스님! 어딜 가세요?”
팔계 : “장모님! 전 말을 놓아먹이려고 나왔습니다.”
부인 : “스님의 스승인가 한 사람은 고집불통이더군요. 우리 집 사위가 되면 거지 중으로 서천 길을 걷기보단 몇 곱절 편안하고 좋을 텐데요.”
팔계 : “저 사람들은 당나라 임금의 어명을 받들고 있기 때문에 왕명을 어길 수가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다릅니다. 그런데 장모님께서는 제 입이 이렇게 툭 튀어나오고 귀가 몹시 큰 것을 싫어하시지 않으신지요?”
부인 : “아이, 싫어하긴 왜 싫어하겠어요. 집주인이 없는 형편에서 아무나 사위로 맞아들이면 그만인 거죠. 하지만 딸들은 조금 꺼릴지도 모르겠네요.”
팔계 : “저는 말입니다. 생김새는 비록 추해 보여도 일에 대해서는 제가 이 집에 있는 한 따로 일꾼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두 손에 갈퀴만 쥐면 천마지기 밭이라도 소를 쓸 필요 없이 삽시에 해낼 수 있고, 층집도 얼마든지 지어 낼 수 있지요.”
부인 : “집안일을 그렇게 막힘없이 해 낼 수 있다면, 좋아요. 제가 딸들에게 말해보죠.”
오공이 부인이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스승님께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한창 들려주고 있는데, 중문이 삐꺽 열리면서 두 쌍의 초롱과 한 쌍의 주전자가 나타나고 그윽한 향내와 함께 부인이 세 딸을 이끌고 나와 삼장에게 절을 올리게 했습니다. 절을 올리는 세 딸의 모습을 삼장이 바라보니, 뉘라서 초나라의 여인만 절색이요. 월나라의 서시만 미인이라더냐? 이야말로 구천의 선녀가 땅에 내리고 달 속의 상아가 광한궁을 나선 듯싶었습니다. 삼장은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고, 오공은 보고도 못 본 체하고 오정은 아예 외면을 했습니다. 오직 팔계만이 정신없이 여인들을 바라보며 뱃속의 음탕한 마음이 일어번지고 색정이 뜀박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인 : “스님들! 그래 어느 분이 내 딸과 배필이 되어 주겠소.”
오정 : “우린 이분을 데릴사위로 내놓기로 결정을 보았습니다.”
팔계 : “안 돼, 안 돼! 그렇게는 할 수가 없어!”
오공 : “이런 바보 같은 녀석! 무슨 놈의 그리 앙탈이냐? 입으로 몇 번이나 장모님이라고 불러놓고도 뭐가 안 된다는 거냐? 오늘이야말로 하늘이 내리신 좋은 날이니 어서 스승님께 예를 올리고 안에 들어가 사위가 되어라. 그 덕에 우리도 한턱 잘 얻어먹게. 이보슈! 사돈댁 빨리 사위를 안으로 데려가슈.”
부인 : “동자야! 어서 저녁상을 차려내다 이 세 사돈님을 잘 대접하도록 해라. 난 사위님을 저쪽으로 안내할 테니까.”
저녁상이 차려지자 세 사람은 밥을 먹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팔계는 부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칸막이나 문턱들에 연신 이마를 부딪치고 발이 걸려 넘어지곤 하며 한참을 가서야 겨우 안방에 도착했습니다.
부인 : “사위! 방금 자네 사형이 하는 말이 오늘은 하늘이 내려주신 좋은 날이라고 하니까 오늘 자네를 맞이하려고 하는데 엉겁결이라 일관을 청해올 사이도 없고 식을 올릴 여가도 없구만. 그러니 저 윗자리에 대고 절이나 여덟 번 하게.” 은촉이 휘황한 방안에서 팔계는 상좌를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두 번… 팔계는 그렇게 여덟 번의 절을 마쳤습니다.
팔계 : “장모! 도대체 나에게 어느 따님을 주실테요?”
부인 : “그렇잖아도 지금 그 일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중이네. 세 딸 모두 자네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구만, 그래서 여기 큼직한 수건을 가져왔는데 이걸 자네가 머리에 덮어쓰고 눈을 가리도록 하게. 그래서 술래잡기식의 당천혼법으로 내 딸 하나를 골라보게. 난 딸들을 불러 자네 앞을 지나가게 할테니.”
어리석은 팔계는 눈치를 못 채고
여색에 눈이 멀어 몸을 망치네.
예로부터 주공의 예법이 있건만
신랑은 어찌해 개두를 썼는가.
팔계 : “장모! 이제 따님들을 불러다 주슈.”
부인 : “진진아! 애애야! 연련아! 다들 이리 오너라! 와서 당천혼법으로 낭군님을 정해 보아라!”
금속패물이 찰랑거리고 사향 냄새가 코끝에 물씬 풍겨오는 것으로 보아 팔계는 자기 앞에 딸들이 오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서 이리 더듬고 저리 더듬어도 여자들은 붙잡히지 않고 이 구석 저 구석 맴돌며 땅바닥에 넘어지고 기둥에 부딪치고 창문을 더듬으면서 입술을 터져 피가 흐르고 이마빼기엔 혹이 생겼습니다.
팔계 : “아이쿠, 장모! 당신 딸들이 어떻게나 교활한지 도무지 잡아낼 수가 없엉!.”
부인 : “그건 내 딸들이 교활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양해서 그런 거네. 이제 그만 수건은 벗고 여기 내 딸들이 직접 옥을 상감한 비단으로 한삼을 지어놓은 것이 있네. 자네가 이 한삼을 입어 맞는 게 있다면 그 딸을 자네에게 주기로 하겠네.”
팔계 : “그거 참 그럴듯한 방법이군요. 만약 세 벌 다 맞으면 세 따님을 다 네게 주시는 거죠?”
부인이 한삼 한 벌을 내밀자 팔계는 받아들기가 바쁘게 검정 직철을 활활 벗어버리고는 그것을 몸에 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끈도 미처 매지 못하고 그만 땅바닥에 벌떡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원래 그것은 몇 가닥의 밧줄로 만든 것으로서 입자마자 온몸을 꽉 조이며 붙어버렸습니다. 팔계가 아파 몸부림치는데 여인들은 삽시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날이 밝아 삼장과 오공, 사오정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오정 : “형! 큰일 날 뻔했어. 우린 도깨비한테 홀렸던 거야.”
오공 : “그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삼장 : “우리가 지금 어디에 누워 있나 좀 보렴.”
오공 : “아, 솔밭이군! 솔밭 속도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팔계 녀석은 지금쯤 어디서 경을 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저기 잣나무에 종잇장 하나가 걸려 팔랑거리고 있는데요.”
여산의 선녀는 범사에 괘념치 않아
남해의 보살이 모처럼 청해왔었네.
보현과 문수 두 보살도 손님의 몸으로
잠깐 솔숲 속에서 미녀로 변해 있었지.
성승은 덕이 높아 믿음이 굳어 있었고
팔계는 선심이 없어 못난 짓 했누나.
앞으로는 마음을 가다듬고 허물을 고치라.
계속 게으름만 피우면 앞길이 어려우리.
바르게 닦아 자아실현 하려면 반드시 근신할지며
애욕을 씻어내면 절로 진실에 들어가리라.
팔계 : “스승님! 전 아파 죽겠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좀 살려주세요.”
오정이 짐을 꾸리는 대로 오공은 말을 끌고 삼장을 안내해 숲속으로 팔계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이거야말로 참으로 웃지 못할 일이 거기에 벌어져 있었습니다.
-2024년 1월 2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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