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삼장법사 황풍령에서 납치되다-35회
삼장법사 일행이 길을 떠나 반나절도 안 돼 마주친 험준한 산 앞에서, 삼장법사는 말고삐를 단단히 틀어잡고 오공은 걸음을 늦추고 팔계는 짐을 진 채 느릿느릿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 자락의 회오리바람이 일어났습니다.
삼장 : “오공아, 왠 바람이 왜 이렇게…, 수상하구나.”
오공 : “스승님도 참, 바람까지 겁내실 건 없잖습니까? 바람은 워낙 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하늘의 기운인걸요.”
삼장 : “네 말도 맞다만, 이 바람은 하늘의 기운과는 달리 아주 고약하구나. 너 이 바람 좀 잘 보거라.
높고 넓은 하늘에서 돌개바람 일어나니 천만 그루 푸른 숲이
몸을 떨어 노호하고 정원 안의 꽃잎새들 흔적 없이 사라지네.
그물 걷는 고깃배는 닻을 내려 허둥대고 먼 길 가던 나그네는
길을 잃고 헤매누나. 과수원의 원숭이들 혼비백산 흩어지고
꽃밭 속의 노루 사슴 갈팡질팡 도망가네. 먼지 일고 자갈 날려
하늘땅이 흐려질 때 강물 끊어 파도 일고 바닷물이 태질하네.”
팔계 : “형, 바람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우리 잠깐 피했다 가는게 좋겠썽. 원수를 피하듯 색을 멀리하고 화살을 피하듯 바람을 피하란 말이 있잖엉.”
오공 : “야, 넌 정말 덩치값도 못하는구나. 잠자코 있어. 내가 바람을 잡아서 냄새를 맡아 볼 테니.”
팔계 : “형은 또 엉터리 소리를 하셩. 바람이 형이 잡는다고 가만히 날 잡아먹슈 하고 기다리고 있겠셩.”
오공 : “군소리 말고 구경이나 해. 난 바람 잡는 술법을 알고 있어! 음. 과연 보통 바람이 아니군! 이건 호랑이 바람이 아니면 반드시 요괴의 바람이야.”
오공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산비탈 아래로부터 얼룩범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고 땅을 걷어차면서 뛰쳐나왔습니다. 삼장법사는 기겁하여 말 위에서 굴러떨어져 길섶으로 숨어들었고 팔계는 오공이 미쳐 어쩔 사이도 없이 호랑이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팔계 : “이놈아! 게 섰거라!”
호랑이는 막대기처럼 꼿꼿이 일어서서 왼쪽 앞발을 들어 자기의 가슴을 쭉 내리훑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몸에 붙은 가죽이 홀랑 벗겨지며 본색이 드러났습니다. 그 생김새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요괴 : “잠깐만! 난 사람이 아니라 황풍대왕 수하에 있는 호선봉이시다. 지금 대왕님의 엄명으로 사람 몇 놈을 잡아다 술안주로 쓰려던 참인데 넌 어디서 굴러 먹다온 중놈이기에 함부로 무기를 가지고……?”
팔계 : “네 따위가 나를 알 턱이 있으셩? 우린 위대한 당나라 어제이신 삼장법사의 제자로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귀하신 몸이셩. 스승님만 놀라게 하지 않는다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겠셩.”
요괴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팔계를 향해 덮쳐들었습니다. 팔계는 몸을 피하면서 갈퀴로 요괴의 정수리를 내리치자 무기가 없는 요괴는 몸을 돌려 도망쳤습니다. 팔계가 뒤쫓아 가자 요괴는 산비탈 아래의 울퉁불퉁한 바위짬에서 두 자루의 칼을 집어낸 뒤 되돌아서 맞받아 나섰습니다. 이래서 둘은 산비탈 아래서 엎치락뒤치락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오공 : “스승님 겁내실 것 없습니다. 잠깐만 앉아서 기다리시면 제가 팔계를 도와 요괴를 처치하고 오겠습니다.”
삼장법사는 겨우 몸을 가누고 앉아 부들부들 떨면서 입으로는 연해 ‘다심경’을 외웠습니다.
오공 : “팔계야, 그놈을 놓치지 마라!”
팔계가 더욱 사납게 대들자 요괴는 또다시 도망치면서 ‘금선탈각(매미가 허울을 벗다)’ 의 술법을 써서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어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오공과 팔계가 곧 뒤쫓아 왔으므로 또다시 가슴을 찢어 가죽을 벗어 범바위에다 입혀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자락 바람이 되어 큰길로 빠져나가다가 마침 ‘다심경’을 읽고 있는 삼장법사가 눈에 띄었으므로 그를 한 손으로 들어 안고 동굴 어귀로 날아갔습니다.
호선봉 : “얘들아! 어서 대왕님께 여쭈어라! 이 호선봉이 중놈 하나를 잡아 문 앞에 와 있노라고 말이다.”
대왕 :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 해라!”
호선봉 : “대왕님! 이놈은 서역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당나라 중놈 삼장법사인데 제가 이놈을 반찬거리로 드리는 바입니다.”
대왕 : “내 듣기론 삼장법사는 당나라 성승으로 수하에 신통력이 굉장한 손오공이란 제자가 있다던데…”
호선봉 : “이놈에게는 두 명의 제자가 있는데 놈들이 합심해 계속 저를 쫓아오기에 ‘금선탈각’의 술법을 써서 그놈들을 속여 넘겼습니다.”
대왕 : “잡아먹는 것만은 잠깐 참기로 하자. 두 제자가 찾아와 분탕 치게 되면 시끄러워지니까 네댓새쯤 지나도 그놈들이 오지 않으면 그때 천천히 잡아먹도록 하자.”
호선봉 : “대왕님께선 정말 생각하시는 바가 깊으십니다. 애들아! 어서 이놈을 바람 재우는 기둥에 비끄러매 두어라.”
삼장 : “제자들아! 너희들은 어디서 무슨 요괴를 잡고 있기에 내가 이 요마의 소굴에 잡혀 있는 것도 모른단 말이냐? 언제 다시 만나게 될는지 이 괴로움을 어떻게 참아낸단 말이냐? 어서 빨리 나를 찾지 못하면 나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오공 : “저놈이 저기에 엎드려 있네.”
오공 : “어, 이건 뭐야? 아뿔싸! 그놈의 속임수에 넘어갔구나. 이건 ‘금선탈각’이란 수법인데, 그놈이 가죽을 벗겨서 돌 위에다 씌워 놓고는 자기는 뺑소니쳐 버린 거지. 어서 스승님께 가봐야겠어.”
오공 : “스승님 스승님! 어디 계신단 말입니까? 아아! 이 일을 어떡한단 말인가? 스승님은 벌써 그놈에게 잡혀가 버렸구나!”
팔계 : “부처님! 부처님! 우리 스승님은 어디에 계신단 말입니까? 형! 우린 이제 어떻게 해?”
오공 : “팔계야, 사내 녀석이 질질 짤 것까진 없지 않느냐! 울어봤자 사기나 떨어지지 별 수 있느냐? 어쨌든 그놈은 이 산중 어디엔가 있을 것이니 빨리 찾아가 보자.”
그들은 곧 산속 깊이 들어가 고개를 넘고 골짜기를 건너 오래도록 찾은 끝에 깎아지른 벼랑 아래에 있는 동굴을 발견했습니다. 첫눈에도 여간 험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오공 : “팔계 넌 말을 끌고 잠깐 숨어 있도록 해라. 내가 먼저 그놈을 불러내 겨뤄 볼 것이니 요괴를 잡아내야 스승님도 구원할 수 있을 테니까.”
팔계 : “형, 알았으니 빨리 가봐.”
오공 : “요괴 이놈! 빨리 우리 스승님을 내놓아라. 시간을 지체하면 이 동굴을 짓뭉개 버릴 테다.”
졸개 :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 꼭 뇌봉같이 생긴 털투성이 중놈이 나타나 손에는 끔찍이도 굵은 철봉을 들고서 자기 스승을 내놓으라고 야단입니다.”
대왕 : “넌 그래. 순찰하면서 산짐승이나 잡아 오랬더니 어쩌자고 당승을 잡아와 이 야단을 떨게 하느냐? 스승을 잡아 왔으니 제자가 찾아와 행패를 부릴밖에.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호선봉 : “대왕님! 염려 마십시오. 제가 졸개를 쉰 명만 데리고 나가 손오공인지 뭔지 하는 그 놈 확 잡아다 드리겠습니다.”
대왕 : “그래, 6, 7백 명의 졸개 중 네 맘대로 골라가거라. 네가 손오공을 잡아오면 나는 너와 결의형제를 맺을 테다. 그러나 만약 네가 그놈에게 잘못된다 하더라도 내 원망은 말거라.”
호선봉 : “그 점은 열려 마십시오. 이 두 자루의 구리칼로 그놈을 단번에 절단내고 오겠습니다.”
호선봉 : “넌 어디서 온 원숭이 놈이기에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게냐?”
오봉 : “군소린 할 것 없고, 빨리 우리 스승님을 곱게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호선봉 : “네놈의 스승인가 한 녀석은 확실히 내가 잡았다. 여기서 까불다간 너까지 잡아다 먹을 테니 여기서 순순히 물러가는 게 좋을 거다.”
오공 :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는 놈이군. 이 여의봉 맛이나 봐라.”
요괴도 구리칼을 들고 맞받아 나섰으니 그 모양새는 이러했습니다.
요괴를 거위 알이라 한다면 오공은 바윗돌과 같거니
구리칼로 미후왕과 맞섬은 거위알로 바위를 치는 격이지
까막까치가 어찌 봉황과 겨루며 비둘기가 어찌 사매를 당하랴?
요괴는 먼지바람 일으키고 오공은 안개구름 토하더니
호선봉은 다섯 합도 못 싸워 맥이 빠져 도망치네.
그들이 쫓기거니 쫓거니 하며 바람 잔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마침 팔계가 그곳에서 말을 놓아먹이고 있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갈퀴를 쳐들어 호선봉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호선봉은 그대로 머리에 아홉 개의 구멍이 뚫려 선지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오공 : “팔계 너 내 동생답게 제법 일을 잘 처리했구나. 아니면 또 놓칠 뻔했는데, 이건 모두 너의 공이야. 조금만 더 여기서 말과 짐을 지키고 있으면, 난 이놈을 끌고 가서 늙은 요괴와 단판을 지어야겠다.”
팔계 : “알았어. 형, 어서 가봐. 그 늙은 요괴가 나오면 또 이 길로 몰고 오란 말야. 내가 이 길목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가 그놈을 단매에 요절내 버릴 테니까. 나만 믿으셩.”
오공은 한손에 여의봉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호선봉의 시체를 끌고 요괴의 소굴로 찾아갔습니다.
법사가 요괴를 만나 재난을 당하니
정성이 서로 어울려 날뛰는 요괴를 굴복시킴이네.
그러나 오공이 요괴를 때려잡고 당승을 구해 낼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시간을 기대하세요.
-2023년 11월 13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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