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관음보살이 삼장법사를 만나다-22회
지난 시간 관음보살은 태종에게 가사와 석장을 팔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이들의 흥정은 어떻게 될까요?
태종이 가사를 펼치게 해서 안팎으로 살펴보니 과연 천하의 절품이었습니다.
태종 : “대법장로! 사실을 말하면 짐은 불교를 널리 보급할 생각으로 지금도 저 화생사에 많은 스님을 모아 놓고 불경을 설하게 하고 있소. 짐은 그 중 법명이 현장인 스님이 덕행이 높아 짐은 그 두 가지 보물을 사서 그에게 주고 싶은데, 값이 얼마면 되겠소?”
보살 : “덕행이 높은 분이라면 기꺼이 드리지요. 돈은 필요 없습니다.”
태종 : “처음에는 가사가 5천 냥, 석장이 2천 냥이라고 하더니 지금 짐이 그것을 사려니까 왜 값이 필요치 않다는 거요? 그렇다면 짐이 군왕의 권세로 물건을 빼앗는 격이 되니 처음 가격대로 값을 지불하리다.”
보살 : “소승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누구든지 삼보를 공경하고 선행을 즐기며 불문에 귀의하는 자에게는 이 가사와 석장을 거저 주겠다고요. 지금 폐하께서 덕을 밝히시고 선행에 힘쓰시며 우리 불문을 숭상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그 고승은 덕행이 높고 불법을 널리 전도한다 하니 헌납하는 게 당연하지요. 절대 값은 필요 없으니 빈승은 이 길로 물러가겠습니다.”
당 태종은 그 태도가 간곡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소찬의 주연을 베풀려고 했으나 보살은 굳이 사양하고는 그 자리를 훌쩍 떠나 장안의 토지묘로 돌아갔습니다. 한낮이 되어 태종이 현장을 불러 가사를 입게 하고 석장을 들게 하니 그 모습은 여래의 제자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풍채 좋아 늠름하고 인물 잘나 우아한데
금란가사 안성맞춤 상서로운 빛을 내니
궁전 안이 찬란하고 하늘땅이 밝아지네.
구슬 맑아 번쩍번쩍 수를 놓아 아롱다롱
금 사슬이 하늘하늘 백옥종이 잘랑잘랑
대불세계 넓은 천지 높고 낮음 다르건만
현장법사 인연 있어 이런 보배 얻게 되니
극락세계 아라인가 서방나라 각수인가
구환석장 절렁절렁 비로모도 현란해라
부처님의 제자로서 조금치도 손색없네.
정식 법사가 열리는 초이렛날 관음보살은 혜안에게 말했습니다.
보살 : “오늘은 수륙대회의 정식 법회 날이니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 첫째로는 법회를 어떻게 열고 있나 알아보고, 둘째로는 현장법사가 내 보물을 지닐 만한 덕이 있는지 확인하고, 셋째로는 그의 경법이 어느 법문에 속한 것인지 들어보자.”
보살과 혜안이 화생사로 들어서니 법당 안은 사바세계를 초월한 천조대국이요. 사위성의 기원정사나 상찰 초제도 따르지 못할 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보살이 곧바로 다보대 앞으로 다가가 보니 현장의 얼굴은 슬기로운 금선자 그대로였습니다.
인연 따라 법제의 강당에서 속세와 다른 알음알이 만나네.
눈앞의 천만사를 다 설해도 삼세의 하 많은 공과를 어찌 다 말하랴.
법운은 펼쳐진 산맥도 감싸 안고 깨달음의 그물은 우주를 온통 보살피네.
중생이 자비심으로 돌아감을 살필 때 하늘에선 붉은 꽃비 송이 흩날리네.
현장은 단 위에서 열심히 ‘수생도망경’을 읽고 ‘안방천보전’을 강술한 뒤에 다시 ‘권수공권’을 이야기했습니다.
보살 : “이보시오. 법사! 그대는 ‘소승 교법’만 말하고 있는데 그래 ‘대승 교법’은 알고 있는가?”
현장 : “장로님! 소승이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지금 저희는 소승 교법만을 강술할 수 있을 뿐 대승 교법이 무엇인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보살 : “그대가 강술하는 소승 교법만으로는 망자를 구제해 승천시킬 수 없네. 겨우 속세를 벗어나는 정도에 그치고 말지. 내게는 대승불법 삼장이 있는데 그것은 망자를 구제해 승천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자를 구제할 수 있으며, 무량의 수명을 얻게 하여 생사를 초월한 적멸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가 있지.”
그들이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마침 순찰하던 직일관이 그 광경을 보고는 황급히 달려가 태종에게 아뢰자 보살과 혜안은 관원들에게 둘러싸여 태종 앞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태종을 보고도 예를 갖추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보살 : “폐하께선 제게 무엇을 묻고자 하십니까?”
태종 : “그대는 일전에 가사를 주었던 승려가 아니가?”
보살 : “예 그렇습니다.”
태종 : “설법을 들으러 왔으면 공양이나 자시고 가면 될 걸, 어째서 우리 법사께 허튼소릴 늘어놓고 법당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짐의 불사를 그르친단 말이오?”
보살 : “저 법사가 강론하는 것은 소승교법으로서, 망자를 구제하여 승천시킬 수 없나이다. 소승에게는 대승 불법 삼장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망자를 고난에서 구제할 수 있고 무량의 수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태종 : “그대의 대승불법은 어디에 있는가?”
보살 : “서천의 천축국의 우리 여래 부처님한테 있는데 갖가지 맺힌 원한을 풀 수 있고 뜻밖의 재화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태종 : “그럼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가?”
보살 :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종 : “현장법사로 하여금 저분들을 모셔다 불법을 강술케 하도록 하라.”
혜안을 데리고 단상에 올라선 보살은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구천에 높이 올랐다가 자비로운 본모습을 드러내니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은 손에 정병과 버들가지를 들고 있었고, 옆의 목차 혜안은 몽둥이를 들고 위용을 떨치며 서 있었습니다. 태종이 기쁨에 겨워 하늘을 우러러 절을 올리자 문무백관들은 땅에 엎드려 분향을 했습니다.
문무백관들 :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태종은 기쁨 나머지 즉석에서 화가 오도자를 불러 묘필을 휘둘러 관음보살의 참모습을 그리게 했습니다. 보살을 태운 상서로운 구름이 점차 멀어지더니 시나브로 찬란하던 금빛마저 사라져 버릴 무렵 공중에서 쪽지 하나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려왔습니다. 그 쪽지에는 몇 줄의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대당의 주상께 삼가 아룁니다. 서방에는 묘문이 있으며 거리는 10만8천 리가 되지만 대승불법만은 꼭 얻으시길 간절히 권합니다. 그 경문이 귀국에 전해지면 망자도 구제되어 귀신의 무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기꺼이 가려는 자 있다면 정과를 구하여 부처가 될 것이옵니다.
태종 : “이 법사를 잠시 중지하라. 짐은 사람을 보내 대장경을 가져온 후에 다시 성심으로 이 대회를 계속하리라. 누가 짐의 뜻을 받들어 서천으로 가서 부처님을 뵙고 불경을 구해오려는가?”
현장 : “소승이 비록 재주는 없지만 폐하를 위해 견마의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소승이 가서 경문을 얻어다 폐하의 사직이 더욱 튼튼히 다져지게 하겠습니다.”
태종 : “그대가 만일 아득히 먼 길을 겁내지 않고 짐을 위해 충성을 다해 주겠다면 짐은 그대와 형제의 의를 맺을까 하노라.”
현장이 머리를 조아려 사의를 표하자 태종은 불전으로 나아가 현장과 함께 네 번의 절을 하고나서 현장을 어제성승이라고 불렀습니다.
현장 : “폐하 제가 무슨 덕이 있고 능력이 있어 감히 이런 하늘같은 은혜를 받자오리까? 이번에 가면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서천으로 갈 것입니다. 만약 서천에 닿지 못해 진경을 구하지 못한다면, 죽어도 이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지옥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옵니다.
흡족해진 태종은 좋은날을 택해 현장을 출발시키기로 하고 일단 궁전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장은 홍복사로 돌아와 제자들에게 일렀습니다.
현장 : “제자들아 내가 이번 길에 2,3년이 걸릴지 6,7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저 산문 앞의 소나무가지가 동쪽을 향해 있는 한 나는 반드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제자들은 현장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두었습니다.
길일을 받아 현장이 떠나는 날. 태종은 행장과 말을 준비하게 한 다음 수하 관원들을 시켜 술을 따르게 하여 그 술을 들고 현장에게 말했습니다.
태종 : “일전에 보살은 서천에 불경 삼장이 있다고 했었지. 그러니 그것을 빌려 어제의 호를 삼장이라고 함은 어떨까?”
현장이 사례하자 태종은 어주를 내렸습니다. 현장은 ‘승문의 금물’이라며 송구스레 사양하다 ‘짐의 석별의 뜻’이라는 태종의 말에 더는 마다할 수 없어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태종은 몸소 허리를 굽혀 흙을 한 점 집더니 그것을 현장의 술잔에 넣었습니다.
태종 : “어제야! 이렇게 떠나면 언제 서천에서 돌아올 셈이냐?”
삼장 : “3년 안으로 꼭 돌아오겠습니다.”
태종 : “시일은 오래고 길은 아득히 멀구나. 그러니 어제는 이 술을 마시고 고향의 한 줌 흙을 그리워할지언정 타향의 만 냥 돈에 마음이 흐려지지 않도록 하라.”
삼장은 비로소 태종이 잔에다 흙을 집어넣은 뜻을 깨닫고는 잔을 비우자 곧 작별을 고하고 먼 길을 떠났습니다.
-2023년 8월 14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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