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하늘에 대항하여 제천대성이 되다-8회
수렴동을 나선 태백금성과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천궁으로 들어갔습니다. 오공의 눈에 안겨든 천계의 경계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오른 상계 궁전으로 들어가니
만 갈래 금빛 속 붉은 무지개 구르고
천 줄기 상서로운 기운 보랏빛 안개 뿜네.
손오공이 연분 있어 하늘나라에 올랐으니
인간세상의 티끌 떨어뜨려 더럽히지 말지라.
손오공을 데리고 영소보전에 이른 태백금성은 곧바로 옥황상제 앞으로 나아가 허리를 굽혀 절을 했습니다.
태백금성 : “신은 폐하의 분부대로 요선을 데리고 왔습니다.”
옥제 : “그 요선은 어디 있느냐?”
주렴 안에서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울리자 오공은 비로소 옥황상제에게 허리를 굽혀보였습니다,
손오공 : “음, 내가 바로 손오공이올시다.”
손오공의 무례한 태도에도 옥황상제는 자비로운 미소로 오공을 대하며, 필마온이란 벼슬을 주어 목덕성관에게 어마감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했습니다. 하늘나라에 와서 필마온이 된 오공은 일천 마리나 되는 천마를 잘 키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껏 말들을 보살폈습니다. 자는 놈을 깨워 먹이를 주고, 나도는 놈은 붙들어다 구유 옆에 매어 놓았지요. 이러기를 보름 남짓 되자 말들은 눈에 뛸 정도로 토실토실 살이 올랐고, 어느 새 오공을 보면 귀를 쫑긋이 세우고 앞발질을 해 가며 정답게 굴었습니다. 어느 날 어마감의 여러 관원들은 짬을 타서 필마온의 부임을 환영할 겸 주연을 벌였습니다. 관원들과 어울려 유쾌하게 술을 마시던 오공은 갑자기 생각난 듯 수하 관원에게 물었습니다.
손오공 : “내 한 가지 묻겠네만 이 ‘필마온’이란 건 도대체 어떤 관직인가?”
관원 : “그야 관명 그대로지요.”
손오공 : “직급으로 치면 몇 품이나 되는 건가?”
관원 : “품계가 없는 관직입니다.”
손오공 : “그렇다면 대단히 높은 벼슬인 모양이구나.”
관원 : “웬걸요! 말직 벼슬입니다.”
손오공 : “아니, 말직이라니?”
관원 : “제일 낮은 벼슬이란 말이죠. 말하자면 관직이 낮다 못해 옥황상제님의 말이나 시중드는 것입니다. 나리께서 여기로 오신 뒤 여러모로 퍽 애를 쓰고 계십니다만 말을 잘 먹여서 살찌워 놓으면 고작해야 듣는 말은 ‘잘했다’는 칭찬이나 한마디 들을 뿐이죠. 그러나 어디 말들이 조금이라도 여위거나 상처를 입어 보십시오. 그때는 책벌을 받고 변상까지 해야 합니다.”
손오공 : “뭐라고, 이 오공을 업신여겨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화과산에서 대왕으로 받들리고 있는 이 오공을 감쪽같이 속여다가 말먹이 노릇을 시킨단 말인가! 이런 괘씸한 놈들 같으니라고! 난 이따위 일은 안 할테다! 다 그만두고 당장 하계로 돌아갈 것이다.”
오공은 그렇게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 술상을 뒤집어엎고는 근두운을 타고 순식간에 화과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손오공 : “애들아 내가 돌아왔다!”
한창 무예를 닦고 있던 네 맹장과 원숭이들은 물론이고 각 동의 마왕들도 갑작스런 오공의 우렁찬 목소리에 우르르 몰려나와 절을 하고는 수렴동 안으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오공을 보좌에 모시고 주연을 베풀어 대왕이 돌아온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맹장원숭이 : “대왕님, 축하합니다. 10여 년 동안이나 천국에 가 계신 것만큼 이번엔 더욱 큰 영광을 지니고 돌아오셨겠지요?”
손오공 : “무슨 말이냐? 내 여기를 떠난 지 겨우 보름이 지났건만 10여 년이라니?”
맹장원숭이 : “대왕님 천국에서의 하루는 지상에서 거의 1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대왕님께서는 천국에서 무슨 벼슬을 하셨던가요?”
손오공 : “말도 마라!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그 옥황상젠가 하는 작자가 이 오공을 외모만으로 판단하여 말이나 먹여 기르는 필마온이란 벼슬을 주더구나. 나는 그 벼슬이 높은 줄 알고 열심히 일했는데 오늘 동료한테 들어보니 제일 비천한 소임이라는 거야. 그래서 홧김에 술상을 뒤엎고 이곳으로 돌아온 거지.”
맹장원숭이 : “잘 돌아오셨습니다. 천국에서 그런 천대를 받느니 이 복지에서 대왕으로 계시는 편이 존경도받고 더욱 즐겁지 않겠습니까?”
맹장원숭이 : “애들아! 뭣들 하느냐! 어서 술을 가지고 와서 대왕님을 즐겁게 해 드려라!”
원숭이들 : “야 신난다 야 재밋지않아!”
연회가 한창 무르익어가는 참에 외뿔귀왕 둘이 손오공을 찾아왔습니다.
손오공 : “나를 찾아온 용건이 뭐요?”
외뿔귀왕1 : “대왕님께서 천록을 받으시고 금의환향하셨다 기에 저희들은 축하의 뜻으로 자황포 한 벌을 가지고 왔습니다.
외뿔귀왕2 : “예예 맞습니다.”
외뿔귀왕1 : 그리고 저희를 물리치지 않고 부려 주신다면 충성을 다 바칠까 합니다.”
외뿔귀왕2 : “충성충성!”
오공이 자황포를 받아 입어 보니 제법 제왕과 같은 풍채가 살아났습니다. 오공은 매우 기뻐하며 두 외뿔귀왕에게 전부총독선봉이란 직책을 봉해 주었습니다. 만족한 귀왕들은 천국에서의 오공의 직책이 필마온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말했습니다.
외뿔귀왕1 : “그처럼 훌륭한 신통력을 가지신 대왕님이 어떻게 남의 말이나 먹이는 천한 일을 하실 수가 있겠습니까?”
외뿔귀왕2 :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외뿔귀왕1 : “적어도 제천대성(齊天大聖)쯤은 하셔야죠.”
외뿔귀왕2 : “제천대성 제천대성!”
이 말을 들은 오공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네 맹장들에게 분부를 내렸습니다.
손오공 : 그래 “빨리 큰 깃발을 하나 만들고 그 위에다 ‘제천대성’ 이란 글자를 크게 써서 문밖에 내다 걸도록 해라. 그리고 오늘부터는 나를 제천대성이라 불러라! 알겠느냐?
원숭이들 : “네 예예!”
천계의 옥황상제는 손오공이 필마온 벼슬이 낫다고 탓하면서 천문 밖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 탁탑 이천왕과 나타삼태자를 삼단해회대신(三檀海會大神)으로 임명해 천병을 이끌고 하계로 내려가게 했습니다. 남문(남천문)을 나서 순식간에 화과산으로 내려온 그들은 양지쪽 평평한 곳에 진을 치고 선봉인 거령신을 시켜 싸움을 걸게 했습니다.
거령신 : “요괴들아! 빨리 안으로 들어가 필마온에게 알려라! 나는 옥황상제님의 명령을 받고 그자를 잡으러 온 하늘의 장군이시다. 필마온더러 일찌감치 나와 항복하라고 해라. 부질없이 너희까지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말이다.”
수렴동 어귀에서 무예를 익히고 있던 수많은 요마와 짐승들은 쩌렁쩌렁 울리는 거령신의 큰 소리에 황급히 굴속으로 들어가 아뢰었습니다.
요마 :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손오공 : “웬 소동이냐?”
요마 : “동문 밖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장수가 대왕님의 직함을 마구 불러대며 옥황상제의 성지를 받고 대왕님을 잡으러 왔다고 합니다. 항복하지 않으면 저희들까지 모조리 없애버리겠답니다.”
손오공 : “빨리 가서 내 갑옷을 가져오너라!”
부하들이 가져오는 대로 자금관을 쓰고 황금 갑옷에 보운 장화를 신고 여의봉을 들고 부하를 거느리고 나온 오공은 문밖에 진영을 펼쳤습니다. 당당하고 장려한 오공의 모습에 흠칫 놀란 거령신은 눈을 부릅뜨고 사나운 소리로 외쳤습니다.
거령신 : “너 이 요사한 원숭이야! 난 탁탑 이천왕의 부하 선봉인 거령천장이시다. 지금 옥황상제의 성지를 받들고 네 놈을 붙잡으러 왔다. 그러니 오기를 부려 네 졸개들까지 죽음 당하게 하지 말고 어서 항복하여라. 만약 우리를 거역했다간 네 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테다!”
손오공 : 뭐라구 “네 놈을 당장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만 잠시 목숨을 붙여 두겠으니 냉큼 돌아가 옥황상제에게 알려라! ‘무궁무진한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 이 인재를 못 알아보고 어째서 그 따위 말을 먹이는 일이나 시켰느냐’고 말이다. 네 놈은 저 깃발에 쓰여진 글자를 보아라! 만일 저것대로 벼슬을 시켜준다면 세상이 태평할 것이나, 이를 거슬린다면 당장 영소보전으로 쳐들어가 용상을 뒤집어 놓을 테다.”
오공의 말에 ‘제천대성’이라고 쓰여진 깃발을 본 거령신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하늘에서 가져온 도끼인 선화부로 오공을 향해 내리쳤습니다. 그러나 별로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선화부를 가로막은 오공의 금고봉에 의해 도끼는 두 동강이 났습니다. 하늘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거령신이었지만 오공의 상대는 되지 못했습니다. 거령신이 물러나고 나타태자가 세 개의 머리에 여섯 개의 팔로 변해 그 여섯 개의 손에 요술보검, 요술단칼, 요술사슬, 요술망치, 쇠공, 불바퀴 따위의 무기를 나누어 들고 오공을 향해 덮쳐와 30여 합을 싸운 끝에 오공의 분신술에 말려들어 왼쪽 팔을 다치고 말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이천왕은 팔을 다친 태자가 더는 싸울 형편이 못되므로 천병을 거두고 곧장 영소보전으로 돌아와 옥황상제에게 복명했습니다.
이천왕 : “저희들은 어명을 받들고 요선 손오공을 잡으러 하계로 내려가 있는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만, 그자의 신통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도저히 이겨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자는 동문 어귀에 ‘제천대성’이란 깃발을 꽂아 놓고는 자기에게 그 벼슬을 내려주지 않으면 이 영소보전을 들이치겠다고 합니다. 바라옵건대 병력을 늘려 토벌토록 하시옵소서.”
옥황상제: “허허, 요사한 원숭이가 어찌 이리 망령스럽단 말인가! 여러 장수들을 이끌고 가서 즉각 처단하라!”
이때 군신들 속에서 태백금성이 불쑥 일어나 옥황상제에게 아뢰었습니다.
태백금성 : “폐하 그 요사한 원숭이는 어리석고 실속 없는 자입니다. 군사를 더 보내도 쉽사리 이겨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차라리 폐하께서 한 번 더 은혜를 베푸시어 그자의 요구대로 ‘제천대성’이란 벼슬을 내리시되 빈 이름만 걸어 주어 벼슬은 있어도 관록이 없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그자를 천국에 붙들어 두고 악한 마음을 거둬들여 망령된 짓을 못하게 한다면, 천지가 안정되고 우주가 조용해질 것입니다.”
옥황상제 : “음, 듣고 보니 과연 경의 의견에 일리가 있도다. 그대로 시행토록 하라.”
이렇게 하여 오공은 태백금성을 따라 다시 영소보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옥황상제는 반도원의 오른쪽에 제천대성부를 세우게 하고 그 안에 안정사와 영신가 두 부서를 두고 오공을 위해 모든 시중을 들어주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어주 두 병과 금꽃 열 송이를 내려주면서 마음을 붙이고 행동을 단속하라고 일렀습니다.
신선의 이름 장생록에 오르니
윤회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영원히 살게 되었네.
오공은 과연 이곳에서 옥황상제의 뜻대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다음 회를 기대하세요.
-2023년 5월 4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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