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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부에서 이름을 지워버리다-6회

편집부  |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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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영예롭게 혼세마왕을 소탕한 손오공은 빼앗아온 큰칼로 날마다 무예를 익히며, 원숭이들에게도 대나무창과 나무칼을 만들어 전쟁놀이를 하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오공은 원숭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손오공: “우린 지금 장난으로 무예를 닦고 있지만 사람이나 짐승의 왕들은 우리가 들고 일어나 해치려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군사를 일으켜 우리를 공격해 오게 되면 그 죽창이나 나무칼 따위로 어떻게 그들을 대적할 수 있겠느냐. 아무래도 날이 선 진짜 창과 칼이 있어야겠다.”


원숭이1: “대왕님의 생각은 훌륭하십니다. 그러나 어디서 무기를 구해올 수 있겠습니까?”


이때 두 마리의 꽁무니가 빨간 원숭이와 두 마리의 등이 넓은 원숭이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오공에게 아뢰었지요.


원숭이들: “대왕님! 좋은 무기를 구할 손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동쪽 바다를 건너 한 2백 리쯤 가면 오래국이란 나라가 있는데, 성 안에는 왕이 있고 무수한 백성과 군사가 있으니 금은동철을 다루는 대장장이도 많을 것입니다. 대왕님께서 그것을 구해 와 저희를 무장시키면 그야말로 이 산은 철옹성같이 오래도록 태평하게 지켜나가게 될 것입니다.


손오공: “얘들아! 너희는 여기서 놀며 기다리고 있어라. 내 잠깐 다녀 올 테니.”


손오공은 급히 근두운을 타고 2백리 바닷길을 삽시에 날아갔지요. 과연 그곳에는 도랑못에 둘러싸인 큰 성이 있고, 성안은 거리가 반듯하고 인가가 즐비하며 오가는 사람들이 한눈에 환히 보였습니다.


손오공: ‘음, 이만한 곳이면 틀림없이 만들어 놓은 무기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귀찮게 그 사람들과 흥정을 벌일게 뭐람. 신통술을 부려 간단하게 훔쳐오는 게 낫겠어.’


손오공은 손가락을 구부려 결을 맺고 주문을 외며, 동남쪽 바람 방향을 향해 입으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성 안을 향해 힘껏 내뿜었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한 줄기 회오리바람이 일며 모래가 날리고 돌이 굴러다녔지요. 난데없이 불어오는 태풍에 오래국의 임금은 깜짝 놀라 내전으로 몸을 피하고 거리의 장사치들은 허겁지겁 문을 잠갔으며 행인들은 급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오공은 궁성에 사람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근두운에서 내려 곧장 왕궁의 무기고를 찾아 문을 열어 보니 갖가지 무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오공은 다시 분신술을 써서 수백 마리의 작은 원숭이를 만들어 낸 후 창고 안의 크고 작은 무기를 모조리 들고 나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근두운을 잡아타고 술법으로 광풍을 불러들여 분신 원숭이를 거느리고 본거지로 돌아왔습니다.

 

이튿날 손오공이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그 수를 세어보니 무려 4만7천여 마리나 되었습니다. 원숭이들은 이날부터 무기를 가지고 무예를 닦기 시작했지요. 이 일로 온 산의 짐승과 72동의 마왕은 겁을 집어 먹고 스스로 손오공을 찾아와 문안을 드리며 웃어른으로 추대했습니다. 그들은 또 해마다 공물을 바치고 철따라 점호를 받기로 했지요. 밖으로는 나라를 방위하는 군사가 있게 되고 안으로는 식량을 조달하는 관리들이 있게 되어 화과산은 이름 그대로 금성철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공은 여전히 자신의 무기가 흡족하지 않아 어느 날 부하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손오공: “너희들은 모두 손에 맞는 무기를 가지고 쓸 줄도 알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모자랄 것이 없겠는데, 난 아무래도 이 칼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싱겁게 크기만 했지 별 쓸모가 없단 말야.”


그러자 이번에도 네 마리의 늙은 원숭이가 앞으로 나와 오공에게 아뢰었습니다.


원숭이들: “한 가지 좋은 수가 있습니다. 우리네 이 철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은 곧바로 동해의 용궁과 통해 있습니다. 대왕님께서 이 물길을 따라 동해 용왕을 찾아가신다면 반드시 마음에 드는 무기를 얻게 되실 겁니다.”


오공은 기쁨에 차서 즉시 다리로 달려가 물을 막는 주문을 외우고는 훌쩍 물속으로 뛰어들어 곧장 동해바다 밑으로 내려갔지요. 한참 가자니까 바다를 순시하던 당직 아치가 나타나 앞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아치: “여보시오, 어디서 오는 신선님이신지 신분을 밝혀 주세요.”


손오공;“난 화과산에 살고 있는 손오공이란 신선이다. 너희들의 용왕님하고는 이웃에 살고 있는데 어찌 나를 몰라보는 거냐?”


아치: “대왕님, 밖에 화과산에 사는 신선 손오공이란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대왕님과 이웃이라면서 대왕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동해 용왕 오광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왕자와 왕손을 비롯해 새우 병정이며 게 장군들을 거느리고 궁전 밖으로 나와 손오공을 영접했습니다.


용왕: “신선께서 어떻게 이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용왕: “자 앉으시지요. 그런데 신선께서는 언제 득도를 하셨고, 어떤 선술을 배우셨는지요?”


손오공: “나는 태어나자마자 출가해 수행한 끝에 이미 불생불멸의 몸이 되었소. 요즈음 내가 아이들을 이끌고 군사 훈련을 하려니까 손에 맞는 무기가 없구려. 내 오래전부터 당신네 이 궁궐이 훌륭하다는 말을 들어온 터라 필시 신령한 병기들을 많이 가지고 계시리라 여겨 이렇게 찾아온 것이오. 그러니 내게 알맞은 무기를 하나 선사하구려.”


용왕: “쏘가리 도사. 어서 가서 여기 신선님이 쓰실 큰 칼을 가져오시오!”


쏘가리도사: “병기 중 가장 크고 잘 드는 칼을 가져왔습니다.”


손오공: “미안하오만, 난 칼을 쓸 줄 모르니 다른 걸로 바꿔 주면 고맙겠소.”


용왕: “다시 가서 끝이 아홉 개로 갈라진 가장 큰 구고차를 가져오시오.”


손오공: “가벼워! 너무 가벼워 나에겐 맞지 않소! 다른 걸 보여주시오.”


용왕: “허허 참! 신선께서는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건 무게가 적어도 3천6백 근은 나갈 겁니다.”


손오공: “그런들 어찌하겠소! 나에게 맞는 걸로 주시오.”


용왕은 겁이 나서 급히 모살치 제독과 잉어 총병을 불러 자루에 화려한 무늬가 새겨지고 창날이 갈라진 방천극을 가져오게 했어요. 그 창의 무개는 무려 칠천이백 근이나 되었지요. 손오공은 그걸 보자 앞으로 달려가 손에 넘겨받아 이리저리 몇 번 자세를 잡아보고 두 차례 기술을 펼쳐보더니 중간에 꽂아놓아 버렸습니다.


손오공: “이것도 가벼워. 가벼워서 틀렸단 말이오.”


용왕: “신선님! 우리 궁궐에서는 이게 제일 무거운 창입니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병기가 없습니다.”


손오공: “옛말에 ‘바다 용왕에게 보물이 없을까 걱정하랴!’라는 말이 있소. 수고스럽지만 한 번 더 찾아봐 주시오. 값은 얼마든지 쳐 주겠소,”


용왕: “값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더는 이렇다 할 병기가 없습니다.”


왕비: “대왕님! 저 신선님은 보통 사람이 아닌것 같은데 차라리 저 바다 밑에 묻혀 있는 신진철을 보여 드리면 어떨까요? 무슨 까닭인지 천하를 받치고 있던 그 철봉이 며칠 전부터 훤하게 빛을 뿜고 있어요. 혹시 신선님과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게 아닌지요?”


용왕: “그건 옛날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적에 물 바닥을 고정하는데 쓰던 쇠몽둥인데 그걸 어떻게 무기로 쓸 수 있겠소?”


손오공: “그걸 보여주시오.”


용왕: “이 궁전엔 그걸 옮길 수 있을 만큼 힘이 센 사람이 없습니다. 수고스럽지만 신선께서 직접 가보셔야겠습니다.”


손오공: “그럼 좋소. 나를 안내하시오.”
 

용왕: “저기 번쩍번쩍 빛을 뿜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공이 옷깃을 걷어 올리고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만져보니, 굵기는 대략 한 말이요. 길이는 두 장이 넘는 쇠기둥이었습니다. 오공은 두 팔을 벌려 그것을 힘껏 끌어안았지요.


손오공: “너무 굵고 길어서 틀렸는걸! 좀 가늘고 작았으면 좋겠어.”


오공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기하게도 무쇠 기둥은 몇 자쯤 작아지고 얼마간 가늘어졌습니다. 오공은 손으로 그 무게를 다시 가늠해 보았습니다.


손오공: “조금만 더 가늘었으면 좋겠는걸.”


그러자 쇠기둥은 또 조금 가늘어 졌어요. 오공은 크게 기뻐하며 그것을 집어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쇠몽둥이의 양쪽 끝에는 금테가 메워져 있고 중간은 오칠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금테 부근에는 이런 글이 한 줄 새겨져 있었지요.


여의금고봉 무게 일만삼천오백 근


손오공: “이것이야말로 내 맘에 꼭 드는 보배가 아닌가? 이건 틀림없이 내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걸 거야. 조금만 더 작아지면 맞춤이겠는데”


그러면서 용궁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철봉은 어느새 굵기가 찻잔 지름만하고 길이가 스무 자쯤 되게 줄어있었습니다. 자, 보세요. 오공은 신통력을 부려 이런저런 무예 기술을 펼치며 수정궁 안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그의 기합소리에 용왕은 가슴이 벌렁벌렁 했으며, 왕자는 혼비백산하여 자취를 감추었고, 장군과 병정들은 허둥거리며 숨어버렸습니다. 오공은 여의봉을 손에 들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서, 만족한 얼굴로 용왕을 바라보았습니다.


손오공: “좋은 이웃의 호의에 매우 감사하오.”


용왕: “마음에 드신다니 저 역시 기쁩니다.”


손오공: “이 철봉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만 청이 한 가지 더 있소.”


용왕: “신선께서 무슨 청이신지요?”


손오공: “이 철봉이 생기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철봉이 손에 들어 온 이상 여기에 걸맞은 갑옷이 한 벌 있어야겠소. 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니 갑옷과 투구도 구해 주구려.”


용왕: “이곳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손오공: “속담에 ‘한 손님은 두 주인을 성가시게 굴지 않는다.’고 했소. 없다면 있게 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소.”


용왕: “그렇지만 없는 걸 어떡하겠습니까? 수고스럽겠지만 혹시 다른 바다로 가 보시면 그곳엔 있지 않을까요?”


손오공: “좋아. 없단 말이지. 그럼 어디 내가 이 철봉이나 시험해 볼까?”


용왕: “아, 아아 아닙니다. 잠깐만 참아 주십시오. 혹시 제 아우들한테 알아봐서 있으면 한 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용왕은 급히 악어를 불러 긴급한 일이 생기면 울리도록 되어 있는 쇠북과 금종을 울리게 했습니다. 북소리,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과연 놀란 남해용왕 오흠, 북해용왕 오순, 서해용왕 오윤이 숨을 몰아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늙은 용왕 앞에 나타났습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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