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영기가 통해 화과산에서 원숭이가 태어나다-2화

오늘은 ‘영기가 통해 화과산에서 원숭이가 태어나다’의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 바위에서 태어난 돌원숭이는 깊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옴으로서 원숭이들의 왕이 되었고, 이제 그는 불로장생을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났습니다. 돌원숭이는 과연 불로장생할 수 있을까요?
남섬부주에 닿자 미후왕은 삿대로 물 깊이를 재어 얕은 곳으로 뗏목을 대고 뭍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고기를 잡고, 기러기를 쏘고, 소금을 일구고 있었어요. 미후왕이 그들에게 다가가 추한 몰골을 내보이며 으르렁거리자 놀란 사람들은 하던 일을 팽개치고 뿔뿔이 달아났지요. 미후왕은 그 중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얼이 빠져 있는 사람을 잡아 옷을 벗겨 입고는 건들거리며 마을 시내로 걸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사람의 예법과 말을 배우며, 낮이면 먹이를 찾고 밤이면 노천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오로지 부처나 신선, 신성한 도를 아는 사람을 만나 불로장생의 비법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미후왕의 눈에 비친 세상 사람의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명리와 출세욕 언제면 버리려나.
새벽부터 밤까지 분주히 돌아가네.
당나귀, 노새 타면 준마를 생각하고
재상 벼슬 성이 안차 왕후 되길 희망하네.
염라왕 잡으러 오거나 말거나
눈앞의 이득에만 아등바등
아들 손자 이어가며 부귀만 탐내고
옳은 길 가려는 자 아무도 없구나.
미후왕이 신성의 도를 찾아 남섬부주의 구석구석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동안 어느덧 8~9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양대해에 이른 그는 바다 건너에 신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처럼 뗏목을 만들어 타고 바람 따라 서해를 건너가니 그곳은 서우하주였습니다. 그곳에서도 오로지 신선을 찾아 헤매던 미후왕은 녹음이 우거진 수려한 높은 산을 발견하고는 맹수들의 공격도 겁내지 않고 단숨에 산꼭대기로 치달아 올라갔지요. 산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과연 훌륭하기 그지없는 산이었습니다. 그때 숲속 깊은 곳에서 한가락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둑 구경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네.
나무 찍는 소리 쿵쿵
구름 낀 골짜기 들어가
나무 팔아 술 마시며
껄껄 웃으며 살아간다.
푸른 산길 하늘 높아
달 보며 솔뿌리 베개 삼아
한번 잠이 들면 날이 새누나.
만나는 사람 신선과 도인이니
조용히 마주앉아
황정경을 듣는다네.
미후왕 : ‘드디어 신선을 찾았구나.’
“신선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요.”
나무꾼 : “원, 끼닛거리도 없어 나무나 팔아먹고 사는 사람을 신선이라니요? 당치도 않소.”
미후왕 : “신선이 아니라면 어떻게 신선이나 해야 할 말을 하는 거요?”
나무꾼 : “내가 언제 신선의 말을 했다는 거요?”
미후왕 : “조금 전에 ‘만나는 사람 신선과 도인이니, 그들과 조용히 마주앉아 황정경을 듣는다네.’라고 했는데, 황정경은 신선들이 외우는 도교의 경전 아니오? 그런데도 당신이 신선이 아니란 말이오?”
나무꾼: “ 허허허허아~ 참 내, 이 노래는 ‘마당 가득 핀 꽃’이라는 뜻의 <민정방>으로 내 이웃에 살고 있는 신선이 가르쳐 준 거요. 살림에 쪼들린 내가 날마다 우거지상을 짓고 있으니 보기 싫었던 모양이요. 이 노래를 부르면 곤란에서 벗어난다고 가르쳐 준건데, 설마 누가 듣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소.”
미후왕 : “당신은 신선과 이웃에 산다면서, 왜 그를 따라 불로장생의 비방을 배우지 않는 거요?”
나무꾼 : “나 같은 팔자에 그런 여가는 없소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난 데다 아홉 살도 못 돼 아버지를 여의고, 지금은 피붙이 하나 없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형편이오. 게다가 이젠 어머니도 많이 늙으셔서 내가 없으면 밥도 찾아 먹지 못하오. 내가 어떻게 도를 닦으러 훌훌 떠날 수 있겠소.”
미후왕 : “아! 참 대단한 효자구료. 훗날 반드시 복 받을 거요. 그런데 그 신선님이 사시는 델 알려줄 수 없겠소? 제가 꼭 좀 그분을 뵙고 싶어서요.”
나무꾼 : “아~ 그야 뭐 어렵지 않소. 여기서 그리 멀지 않소이다. 이 산속에 ‘기울어가는 달빛 속에 세 개의 반짝이는 별.’이라는 동굴이 있지요. 그곳에 수보리조사라는 신선이 있어요. 저 작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칠 팔 리 정도 가다보면 그 분 집이 눈에 띌 거요.”
미후왕은 나무꾼이 일러준 대로 숲을 나와 좁은 산길을 따라가니, 과연 신비로운 동굴 하나가 보였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동굴 문어귀의 비석에는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이라는 글자가 굵직굵직하게 새겨져 있었지요. 미후왕은 손으로 볼을 긁적이며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미후왕 : “이곳 사람들은 정말 순박하군, 나무꾼 말대로 정말 동굴이 있잖아!”
선동 : “누가 여기 와서 시끄럽게 구는 거요?”
미후왕 : “난 신선님을 찾아 도를 배우러 온 사람이오. 어디라고 감히 시끄러움을 끼치겠소.”
선동 : “당신이 도를 닦으러 왔단 말이오?”
미후왕 : “그렇소.”
선동 : “방금 사부님께서 강의하다 말고 저더러 ‘밖에 수행하러 온 사람이 있으니 가서 맞아 오라.’고 하셨소. 그게 바로 당신인가 보군요.”
미후왕 : “맞아요. 맞아. 바로 나예요.”
선동 : “그럼 절 따라 오세요.”
미후왕은 옷깃을 여미고 선동을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갔어요. 동굴은 또 다른 넓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지요. 층층이 세워진 화려한 누각을 지나 선동이 이끄는 대로 옥으로 만든 법상 위에 단정히 앉아 계신 보리조사 앞까지 갔습니다. 법상 아래에는 30여명의 제자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었지요. 미후왕이 본 보리조사의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석가모니의 티 없는 자태이런가.
서방의 보리조사 단정한 모습
나지도 죽지도 않는 거룩한 존재
그 한 몸 길이길이 자비로우네.
미후왕 : “사부님! 사부님의 제자가 되려고 찾아왔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보리조사 : “너는 어디서 왔느냐? 먼저 고향과 이름을 대고 나서 인사를 하도록 하라.”
미후왕 : “저는 동승신주 오래국에 있는 화과산 수렴동에서 왔습니다.”
보리조사 : “어허~ 당장 나가거라! 저놈은 본래 거짓말이나 지어내는 족속이니 무슨 도를 어떻게 수련하겠다는 거냐?”
미후왕 : “제가 어디라고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허튼 거짓말이 아닙니다.”
보리조사 :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곳은 두 개의 바다와 남섬부주라는 큰 대륙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곳인데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단 말이냐?”
미후왕 : “저는 도를 찾아 바다를 떠돌고, 육지를 방황하며 십여 년 만에 간신히 이곳까지 왔습니다.”
보리조사 : “네가 그렇게 고생해가며 찾아왔단 말이지? 그래. 네 성은 무엇이냐?”
미후왕 : “성이라니요? 저는 성깔이 없습니다. 남들이 욕해도 화내지 않고, 때려도 맞받아치지 않으며, 지금껏 성을 내 본 적이 없습니다.”
보리조사 : “허허허 내가 묻는 건, 성질이 아니다. 너의 부모가 무슨 성씨였느냔 말이다.”
미후왕 : “제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화과산에 이상한 바위 하나가 있었는데 어느 해인가 갑자기 그 돌이 쩍 갈라지면서 제가 태어났습니다.”
보리조사 : “그렇다면 너는 하늘과 땅이 낳아주신 거로구나. 어디 한번 일어나 걸어보아라.”
미후왕이 벌떡 일어나 뒤뚱거리며 두어 바퀴 걸어보이자 조사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어요.
보리조사 : “너의 몰골이 추하긴 하다만 어쨌든 잣과 과일을 먹고 사는 원숭이를 닮았구나. 내 너의 모습에 따라 성씨를 붙여주마. 음… 네 성을 ‘손(猻)’으로 하면 좋겠다. 이 글자에서 짐승을 뜻하는 변을 빼버리면 ‘자계(子系)’ 즉 어리고 작다는 뜻이니 이것은 어린애의 본령과 딱 들어맞는다. 어떠냐? 네 성을 ‘손’으로 하는 게.”
미후왕 : “좋아요! 정말 좋습니다! 오늘에야 비로소 제 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부님. 이름까지 지어주시면 저를 부르기도 편하실 텐데요.”
보리조사 : “네 말도 그럴 듯하구나. 내 문중에는 열두 개의 글자로 문파를 나눠서 이름을 짓는데 너는 광(廣), 대(大), 지(智), 혜(慧), 진(眞), 여(如), 성(性), 해(海), 영(潁), 오(悟), 원(圓), 각(覺) 이렇게 열두 글자 중 열 번째 오자가 되니까 너의 법명을 ‘손·오·공(孫悟空)’ 손오공으로 하면 어떻겠느냐?”
미후왕 : “좋습니다. 정말 좋아요. 사부님! 사부님께서 지어주신 대로 저는 오늘부터 ‘손오공’이 되겠습니다.”
대자연 속에 태어나 원래 성도 없었는데
완공한 본성 깨치고 나면 반드시 ‘공’을 깨닫게 되리라.
-수정 2023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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