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영기가 통해 화과산에서 원숭이가 태어나다-1화
서유기를 시작하며……
중국 명나라의 작가 오승은(吳承恩)이 민간전설을 바탕으로 쓴 중국 장회소설(章回小說)의 대표작인 <서유기>는 초현실주의 소설의 걸작으로 공(空)의 세계와 공상과학 세계의 만남을 탁월한 구성과 묘사력을 통해 보여주는 불교소설입니다.
작품 내용은 주인공 손오공과 현장삼장의 탄생. 당태종의 지옥 편력 및 서천(인도, 천국)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여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손오공이 72가지 둔갑술을 부리며 구름을 타고 단번에 10만 8천리를 비행하는 대활약에 힘입어 삼장법사 일행이 차례로 악의 상징인 수많은 요괴를 물리치고 경전을 가져온다는 기상천외한 줄거리입니다.
영기가 통해 화과산에서 원숭이가 태어나다. 오늘 그 대장전의 제1화를 시작하겠습니다.
혼돈 속에 하늘 땅이 뒤섞여
망망한 우주에 인간조차 없더니
반고가 천지를 개벽한 뒤로는
맑은 것과 흐린 것이 갈라지고
중생을 담아 어짊을 따르게 할 제
만물은 알맞게 창조되었네.
그 옛날. 세계는 동승신주. 서우하주. 남섬부주. 북구로주 등 네 개의 큰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동승신주의 넓은 바다를 끼고 오래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바다 한 가운데 열 대륙의 시조요, 삼신산(三神山)의 뿌리가 되는 화과산이 우뚝 솟아 있었지요. 그 산은 맑은 기운과 흐린 기운이 갈라질 때부터 솟아나기 시작해 완성된 신비로운 산이었습니다. 그 정상에는 높이가 3장 6척 5치, 둘레가 2장 4척이나 되는 바위 하나가 쫑긋이 서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열리고 이 바위는 밤낮으로 천지의 정수와 일월의 정화에 젖어 오면서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기가 통해 신선의 태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안간 바위가 쩍 갈라지면서 공처럼 둥근 돌 하나 통 통 통 튀어 나왔습니다. 돌이 나오자 더운 바람 차가운 바람이 다투어 돌을 어루만지고 지나갔지요. 바람이 어루만져 줄 때마다 둥근 돌은 점점 모양이 변해 이내 한 마리의 돌원숭이가 되었습니다. 이 돌원숭이는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와 촉감을 느끼면서, 두 팔과 다리가 완전해지자, 기고, 걷는 법을 손쉽게 배워내더니, 사방을 향해 넙죽넙죽 절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 광선의 빛살이 하늘까지 뻗어나가 마침내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옥황상제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날 옥황상제는 금궐은궁에 영수보전으로 나가 여러 대신들과 자리를 같이하고 있던 중에 번개불처럼 번쩍거리는 금빛 광선을 보고는 곧 천리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천리안과 귀가 밝은 순풍이 두 장수를 시켜 남천문을 열고 진상을 알아보게 했습니다. 이윽고 남천문으로 나갔던 두 장수가 돌아왔습니다.
장수 : “금빛 광선이 일고 있는 곳은 오래국에 있는 화과산입니다. 그 산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신령한 바위에서 조금 전 알 하나가 튀어나와 돌원숭이로 변했습니다. 그 돌원숭이가 사방으로 절을 해 댈 때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 광선이 우리 천계까지 비쳤던 겁니다.”
옥황상제: “하계의 만물은 모두가 천지의 정화를 타고 생성된 것이니 과히 걱정할 건 없노라”
산속의 그 원숭이는 걷고 뛸 수 있게 되자 풀과 꽃과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며 산 짐승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밤이면 벼랑 밑에서 잠을 자고 낮이면 동굴 속을 쏘다니며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를 피해 원숭이 무리는 소나무 그늘 아래서 밀치고, 비비고, 떠밀고, 짓누르고, 잡아당기며 야단을 떨다가 더위를 식히러 산골짝으로 목욕을 하러 갔습니다.
원숭이: “도대체 이 물은 어디서 흘러내려 오는 걸까? 우리 이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 볼까? “
원숭이: “우와! 저 물 좀 봐! 정말 멋있다. 물이 여기서부터 시작됐나봐! 우리 오늘 왕을 뽑을까? 누구든 저 물속에 들어가서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나오는 원숭이를 왕으로 모시는 거야.”
돌원숭이: “이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정말 왕이 되는 거야! 그럼 내가 할 테야.”
정말 대단한 원숭입니다. 그 원숭이는 아마 이럴 거예요.
오늘 그 이름 떨침은
때가 되어 대운이 열림이요.
인연 있어 이곳에 오게 되니
하늘이 선궁에 들게 함이라.
돌원숭이는 눈을 꼭 감고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는 훌쩍 폭포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눈을 떴을 때. 소용돌이치는 물결은 가뭇없고 그곳엔 납작한 철판을 엮어 만든 다리가 놓여있었지요. 그리고 그 밑으로 흐르는 물이 맞은편 바위에 부딪쳐 거꾸로 떨어져 내리면서 다리 어귀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다리 위로 올라가 보니 다리 너머 맞은편은 마치 사람이 사는 집처럼 훌륭했습니다. 그 모습은 이러했지요.
녹음방초 우거지고 흰 구름 유유히 떠도는데
창문 없는 굴속엔 정적이 깃들고
반드러운 걸상 위에 꽃무늬가 돋치었다.
종류동굴 군데군데 진주 보석 주렁주렁
구석구석 희귀한 꽃 망울져 피어있네
벼랑 밑 부뚜막엔 불 땐 자국 역력하고
몇 그루 푸른 솔이 둘러선 그 모습
완연히 아담스런 인가구나.
돌원숭이는 기쁨에 겨워 껑충껑충 뛰다가 다시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물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돌원숭이 : “신세계야. 신세계! 내가 신세계를 발견했어. 저 속엔 물이 없고 궁궐 같은 집이 있어서 우리를 위해 하늘에서 마련해 놓은 집일 거야. 우리 함께 그곳으로 가자.”
원숭이들 : “와! 가자 가자.”
돌원숭이 : “모두 나를 따라 들어와!, 어서!”
원숭이들 : “와! 멋진 집이다. 우와~ 정말 멋진걸. 이 침대는 내거야. 그럼 이 의자는 내가 가질래. 아니야, 아니야 그건 내거야. 내거야.”
돌원숭이 : “여러분! 원숭이는 신의를 모르면 착함을 잃는다고 했소. 여러분은 누구든 이 속에 들어왔다 오면 그를 왕으로 모시겠다고 했소. 나는 이 속에 들어왔다 나갔을 뿐 아니라 이런 훌륭한 보금자리까지 마련해 주었소. 그런데도 왜 나를 왕으로 추대하지 않는 거요?”
원숭이들은 그 말을 듣고 이내 돌원숭이 주위로 몰려들더니 이빨이 많고 적은 순서에 따라 차례차례 절을 했습니다.
“천세대왕님! 천세대왕님! 천세대왕님! 천세천세천천세 만세만세만만세!”
이때부터 원숭이들은 돌원숭이를 아름다운 원숭이 왕이라는 뜻의 미후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을 노래한 시가 있지요.
삼양이 서로 통해 중생이 태어나고
신선바위에 일월의 정기 배어 있다가
돌알이 변해 마침내 원숭이 되고
그 이름 빌려서 대업을 끝마쳤네.
미후왕은 먼저 원후(猿猴), 미후(獼猴) 등 여러 원숭이 무리를 거느리고 군신의 순서와 안팎 관원들의 서열을 정했습니다. 왕은 낮이면 화과산에서 놀고 밤이면 수렴동에서 잠을 자면서, 왕으로서의 향락을 누렸습니다. 이렇듯 평화로운 시절을 보낸 세월이 사오백년이 지난 어느 날 연회를 베풀고 있던 미후왕은 근심어린 얼굴이 되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렸습니다.
원숭이 : “아니 대왕께서 어인 일로 눈물을 흘리십니까?”
돌원숭이 : “내 비록 즐거운 시절을 누리고 있지만, 앞날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구나.”
원숭이: “대왕께선 걱정이 과하십니다. 우리는 누구의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먹고 놀면서 한없는 복을 누리는데 무엇 때문에 앞날을 걱정하십니까?
미후왕 : “지금은 비록 인간도 맹수도 위협이 될 수 없지만, 나이가 들고 혈기가 쇠약해지면 염라대왕 늙은이의 통제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 아니냐? 그러니 일단 몸이 죽어버리면 윤생하면서 어떤 미물로 태어나게 될 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
원숭이들 : “흑흑흑 잉잉잉~~”
이때 등짝이 넓은 원숭이가 미후왕 앞으로 왔습니다.
원숭이 : “대왕께서 앞날을 염려하신다면 그것은 ‘도’를 향한 마음’이 생긴 것입니다. 지금 모든 동물 가운데 세 종류만 염라대왕 늙은이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돌원숭이 : “그 세 종류가 무엇이냐?”
원숭이 : “부처와 신선, 그리고 신성이라고 합니다. 이들 셋은 윤회에서 벗어나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으면서 하늘땅과 수명을 같이 한다고 합니다.”
돌원숭이 :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아느냐?”
원숭이: “그들은 남섬부주에 있는 오래된 동굴이나 신령한 산에서 산다고 합니다.”
미후왕은 바로 원숭이들에게 뗏목을 만들게 하여 그들의 전송을 받으며 홀로 망망한 바다를 향해 힘껏 삿대를 저었습니다.
-2023년 4월 14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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