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주단계(朱丹溪)는 이고, 유완소(劉完素)와 함께 12세기경 동시대에 살았던 의사들로 장종정(張從正)과 더불어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로 꼽히는 중국 의학사에서 뛰어나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이들 금원사대가들은 당시에 널리 성행했던 운기학설을 중시하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독립된 학파를 이루었습니다.
한랭파(寒冷派)로 불리는 유완소는 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을 화기(火氣)라 보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한랭한 약물로 심화(心火)를 내려주고 신수(腎水)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하파(攻下派)로 불리는 장종정(張從正)은 인체에 침입한 사기(邪氣, 나쁜 기운) 때문에 질병이 생긴다고 파악하여 치료법으로 사기를 체외로 내보내는 한토하(汗吐下)의 세 가지 방법을 강조했습니다.
주단계는, 상화론(相火論)을 주장하여 화(火)의 병리적인 면만 아니라 치료법으로 자음강화(滋陰降火), 즉, 음(陰)을 보(補)하고 화(火)를 내리게 하는 용약법을 주로 사용한 사람입니다. 주요 이론으로는 상화론(相火論)과 양유여음부족론(陽有餘陰不足論)이 있습니다.
주단계는 어려서부터 배우기를 좋아했고 기억력이 뛰어나 하루에 천자를 외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름 높은 유학자인 허문의 선생을 모시고 남송의 유학자 주희의 학설을 배웠습니다. 그의 학식은 낭중지추라 문학과 역사 및 철학 분야에도 깊은 조예가 있어 스승에게 그는 대성할 재질을 갖춘 제자였습니다. 그러나 관직에 뜻을 두었던 그는 나이 30이 되도록 과거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가정적으로는 모친이 위장병을 앓았으나 의사들이 그를 치료하지 못하였고, 백부, 숙부, 조카며 그들과 결혼한 여인들이 능력 없는 의사들의 손에 죽어가는 것을 보고 황제내경 총론에 해당하는 소문(素問)을 3년간이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스승은 그를 불러 “내가 몸이 아파진 지 오랜데 이 병을 치료해 줄 좋은 의사가 없구나. 너는 총명하기 그지없으나 벼슬길이 열리지 않으니 의술을 공부하여 경지에 이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권유를 받자, 관직의 꿈을 접고 의학공부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주단계는 40대의 나이에 이종임금의 어의를 지낸 나지제(羅知悌)란 명의를 찾아갔습니다. 나지제는 태무선생으로 불리고 있었으며, 금원사대가의 한 사람인 유완소의 직계 제자로 다른 금원 사대가인 이동원, 장종정의 이론에도 해박했습니다. 훗날 주단계가 금원사대가의 마지막 한 사람이 된다는 점에서 금원사대가 세 명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던 나지제와 주단계의 만남은 운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나지제는 전수의 뜻이 없어서 주단계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석 달을 나지제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단계를 지켜보던 그는 그 정성에 감복하여 어느 날 목욕재계하고 초면의 제자를 평생의 제자로 맞이합니다. 이때 두 사람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 같은 첫 만남을 가졌고, 이때부터 주단계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나지제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습니다.
나지제의 처방은 고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보(補)와 공(攻)을 앞뒤로 바꿔서 병인의 상태와 시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창방을 썼다고 전합니다. 주단계 또한 이런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더욱 진일보한 의술의 경지를 열었습니다.
수년 후 주단계는 고향을 찾아 허문의 선생의 지병을 치료했고 이때부터 명성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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