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충북 보은에는 99칸 전통 한옥, 선병국(宣炳國)가옥이 있습니다.
선병국 가옥은 약 백여년 전 구한말 선정훈(宣政薰) 선생이 지은 한옥으로, 현재 속리산, 청남대와 함께 충북 3대 관광지입니다.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입니다.
솟을대문 앞에는 조상들의 선행을 기념한 공덕비, 기적비, 시혜비(철비)와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효자열녀각이 있어, 이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전통문화의 소중한 가치와 함께 인성교육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안주인 홍영희 여사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던 선병국 집안의 부이유덕(富而有德 부유해도 덕이 있음)을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음성) “증조할아버지께서 가산을 일으켰는데, 기념하는 철비가 있어요. 남한에서 철비로는 제일 크대요. 3만석의 부자였는데, 그 많은 소작인들의 세금을 다 내 주셨대요. 소작료도 후하게 주고 덕을 많이 베푸셨나 봐요. 그래서 3개 군민들이 보답으로 집집마다 수저 1벌씩을 내서 철비를 세웠답니다.”
“이 집을 지으신 시할아버지께서도 흉년에는 중국까지 가서 쌀을 구입해 배에 싣고 와서 집 앞에 풀어놓고 사람들에게 가져가게 했대요. 또 할아버지 생신 때면 갖가지 음식을 많이 해, 그 음식들을 봉송을 싸서 종들이 하루 종일 담 밖으로 던지면 밖에서 사람들이 다 받아갔답니다.”
선병국 가옥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흘러내리는 삼가천의 물줄기가 고택이 위치한 평지를 감싸고 두 줄기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류하는 ‘육지 속 섬’ 의 형상으로 연꽃이 물에 뜬 모습이라 하여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고 합니다.
홍 여사는 이곳에 집을 짓게 된 내력을 소개했습니다.
(음성) “전라도에 사시던 시조부께서 어느 날 꿈속에서 이런 지형을 보셨다고 해요. 지관을 데리고 전국을 찾아다닌 끝에 찾은 곳이 이곳과 여의도였다고 합니다. 고민하다 이곳으로 결정했는데, 이곳은 지형이 연화부수형이라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물이 양쪽으로 집을 싸고돌기 때문에 수해가 안 나는 곳이에요. 그런데 새마을 사업으로 소득증대를 해야 한다고 하여 한 쪽 물줄기를 막아버렸어요. 그래서 98년도 홍수가 났을 때 물량을 못 이겨 둑이 터져서 상당부분이 물에 잠겼답니다. 그 해 진정서를 내서 원래대로 복구한 후 지금까지 수해피해는 없어요.”
이 집을 지은 선정훈 선생은 사립학교를 세워 후학양성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홍 여사는 회상했습니다.
(음성) “아버님께서 ‘관선정(觀善亭)’이라는 사립학교를 세우셨습니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이 집에 기거하게 하면서 모든 물적 자원을 지원하셨어요. 그렇게 20년을 인재를 키우는데 전력을 다하셨어요. 제 기억에 금석학의 최고봉이시며 태동고전연구소장과 문화재 위원장을 역임하셨던 고 임창순 선생도 관선정에서 공부하셨어요. 한학의 대가들 중에 ‘관선정’ 출신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할아버지께서는 국악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일제 강점기 때 할아버지께서는 ‘나라는 빼앗겨도 문화는 없어지면 안 된다’시며 이곳 사랑채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공연을 하게 했답니다. 현재 국악의 대가들도 여기서 기거했어요.”
100여 년 전 지어진 99칸 선병국 가옥이 침수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오늘날까지 온전히 보존된 것은 자연과의 조화, 댓가를 바라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던 집주인의 넉넉한 인심 덕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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