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자/동심(童心)
[SOH] 청나라 순치(順治) 갑오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율수현(溧水縣)에 사는 탕빙이라는 서생이 과거시험을 보러 성으로 가는 도중 병이 나서 여관에 들려 앓다가 한밤중에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머리 꼭대기의 백회혈을 통해 몸을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육체를 빠져나온 그는 자신을 내리누르던 커다란 압력으로부터 갑자기 해방되어 버린 것 같은 이상한 황홀경을 맛보았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그는 자신이 어디든 마음먹은 대로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은 아직 이 세상에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구원을 요청하고자 관음보살이 계신다는 남해 보타산(普陀山)으로 유유히 날아갔습니다.
장엄하고 그지없이 아름다운 관음보살은 혜안으로 그의 내력을 알아보고는 미소를 띠우며 말했습니다.
“네 수명과 복록은 인간의 녹적(祿籍)과 문장(文章)을 맡은 문창제군(文昌帝君)이 주관하니 그곳에 가서 알아보거라. 관음보살이 보냈다고 하면 적당한 안배가 있을 것이다.”
관음보살에게 정중히 절을 올리고 물러난 탕빙은 곧장 문창제군의 사당으로 날아갔습니다.
탕빙의 말을 듣고 장부를 조사하고 난 문창제군은,
“정해진 네 수명은 오늘로서 끝이 났다. 그러나 3년 전 어느 봄날 네가 호수에서 배를 타고 놀 때 너의 수려한 인품에 정을 움직인 여인이 너에게 접근하여 잠자리를 하려 했지만 너는 완곡히 거절하여 덕을 지켰으며, 또한 그 여인의 정절도 지키게 했다. 이는 열정이 가득한 젊은 남자로서는 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이러한 네 정기(正氣)가 하늘의 신명에게 감동을 줘 커다란 음덕을 쌓았으니 이 때문에 하늘에서는 너의 수명을 연장해줌과 동시에 부귀공명을 내려주기로 했다. 오늘 너를 부른 이유는 네가 선악의 인과를 알게 하여 세상 사람을 깨우쳐 인륜의 바른 도를 밝히고 사람들에게 인과응보는 틀림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오늘 너의 혼령이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이 떠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뜻을 전하기 위한 관음보살의 배려이다.”
탕빙은 문청제군의 말을 들고는 고개를 조아리며 명심하겠다는 뜻을 표현하고는 몸을 일으키려는데 문창제군이 재삼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너는 여색에 움직이지 않아 이미 단명할 액운을 덕으로 바꾸었다. 너는 오늘 이후 더욱 음덕을 널리 쌓아 세상 사람에게 사음의 죄를 짓지 않도록 해서 음덕을 손해 보고 수명과 복록을 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오늘날 사람의 인심이 험악하여 감찰신은 매월 매 사람의 선악의 장부를 기록하고 있으며, 높은 신에게 상을 내릴 것인지 징벌을 내릴 것인지 보고하고 있다. 선악의 보답은 신속하여 대다수는 현세에 즉시 보응을 받으며, 적은 경우 다음 세를 기다려 보응을 받는다. 화복(禍福)은 다른 길이 없으니 스스로 인류의 도덕을 준수하기를 희망한다. 돌아가거라!”
탕빙이 다시 고개를 조아려 감사를 표하려는데 금갑신이 다가와 그를 슬쩍 밀었습니다. 탕빙은 마치 공중에서 떨어지듯이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습니다.
이때부터 탕빙은 더욱 덕을 쌓고 선을 행하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않고, 보지 않으며, 행하지 않아 모두에게 칭송받는 도덕군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또한 열심히 학문을 닦아, 6년 후 마침내 과거에 급제해 장원에 이름을 올렸고, 공명이 세상에 드러나 그의 미덕도 전설처럼 대대로 전해졌습니다.
미덕에 청풍이 있어 미색을 거절하여 수명이 연장되고,
하늘에서 부귀를 내려 장원급제 하였구나
(美德清風良 拒色延壽長, 上天賜富貴 魁首狀元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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