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명나라 시대, 양주(楊州)에서 좋은 물건만 판다는 소문으로 손님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식품점이 있었습니다.
그곳 주인은 수십 년의 한결같은 명성으로 양주에서 몇째 안 가는 큰 부자가 됐습니다.
어느 날 노인이 된 식품점 주인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자 아들을 불러들인 후 문단속을 철저히 하도록 명했습니다.
“오늘 나는 너에게 우리의 장사 비법을 전수하려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항상 수족처럼 지니고 다니는 저울을 아들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이 저울은 상점에서 매일 쓰는 저울이잖아요?”
아들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노인이 아침마다 기름걸레로 닦아 흑마의 잔등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는 저울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이 저울을 소중히 여겨라. 이것은 검은 박달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속은 비어있다.
노인은 아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속에 수은이 들어있다. 물건을 팔 때 위에서 조금만 누르면 눈금은 실제 무게보다 무거운 쪽으로 기운다. 물건을 살 때는 반대로 조금 아래 이 부분에서 이렇게 누르면 저울은 실제 무게보다 가벼운 쪽으로 기운다. 이 저울의 비밀을 절대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저울을 이용해 나는 오늘날 이렇게 큰 부를 이루었으니 너도 이 저울을 잘 사용하기를 바란다.”
아들은 묵묵히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었으나 충격으로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직하게 신의를 지키며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믿었던 아버지가 사실은 저울 눈금이나 속이는 소인배였다니!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날부터 아들은 상점에서 더는 아버지의 저울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곧바로 저울을 태워버리고는 표준가격보다 싸게 물건을 팔았으며 동네에 어려운 사람이나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도와주었습니다. 이렇게 3년이 지나자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그제야 아들은 부친이 지은 업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나 예고가 없는 불행은, 아들이 이제 겨우 잃었던 웃음을 찾아갈 무렵 불쑥 찾아와 연이어 두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신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야박하단 말입니까? 아버지가 지은 악업을 갚으려 노심초사하며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노력해 왔는데 어찌하여 조금 더 기다려주지 못하고 저의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입니까?’
그는 슬픔에 젖어 하늘을 원망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의욕이 없었고, 아이들을 잃은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꿈속에서 하늘나라의 궁전으로 갔습니다.
그는 궁전을 지키고 있는 관리에게 하늘의 신을 만나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부탁드리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나를 따라오시오, 천제(天帝)는 만날 수 없으나, 당신의 의혹을 풀어줄 사람을 만날 수는 있을 것이오.”
관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를 사면이 흰 창호지로 발라진 커다란 방으로 데려가 기다리게 했습니다. 잠시 후 흰 도포를 입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들어오더니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네 부친은 그 저울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네, 전세에 쌓은 덕으로 현세에서는 부유하게 살 수 있도록 예정되어 있었던 거지. 그러나 자네 부친은 욕망의 사슬에 얽매여 그 이상한 저울을 만들어서 사람을 속여 업을 쌓으며 부를 저축했다네. 자네 부친은 고통으로 그 업의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네, 그리고 천제(天帝)는 ‘가난’과 ‘소비’라는 두 아이를 자네에게 보내 부친의 재산을 탕진시키고, 자네 역시 단명 시킬 예정이었지. 그러나 그동안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부친의 업을 갚으려고 노력하는 자네를 지켜보면서 예정을 변경해 두 아이를 하늘로 귀환시킨 것이네. 가까운 장래에 자네는 총명하고 선심이 가득한 아이를 가질 것이며, 자네의 수명도 길어질 것이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한마음으로 선행을 베풀며, 원한을 쌓지 말게.”
그 후 그는 꿈의 계시대로 언제 어디서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며 총명한 두 아이도 태어나 복된 일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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